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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5세대 이동통신

[단독]여의도·서울역서도 안터진다…서울지하철은 ‘무늬만 5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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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도시철도 역사 5G망 구축 현황 입수

시청역·여의도역·고속터미널역서 ‘먹통’

공항철도 전구간, 신분당선은 한 곳만 ‘개통’

일부 역사는 LTE보다 느린 ‘무늬만 5G’

범수도권 594개 역 중 446개만 구축

김영식 의원 “소비자 피해 보상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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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속도 측정 앱인 '벤치비'로 측정한 서울역 4호선 구간의 5G 속도. 권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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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10시쯤 지하철 서울역. 기자의 스마트폰 단말기 상단에 ‘5G’ 표시가 떴다. 하지만 속도를 측정해보니 다운로드 속도가 0.94Mbps에 그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밝힌 5G 평균 속도인 690.5Mbps는커녕 롱텀에볼루션(LTE·4세대) 평균인 153.1Mbps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하루 평균 12만여 명이 이용하는 서울역에서 ‘무늬만 5G’로 서비스된다는 얘기다.

이어 공항철도 방향으로 이동하자 철도 진입로부터 5G 신호가 ‘LTE’로 전환됐다. 공항철도 공덕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지하철 6호선으로 환승해 이태원역과 녹사평역으로 이동했지만 두 역 모두 5G 서비스가 되지 않았다.



데이터 사용량 많은데…공항철도는 구축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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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안터지는 지하철역.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19년 4월 5G가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서울과 수도권의 도시철도는 여전히 ‘5G 먹통’ 지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전국 도시철도 5G 구축 현황’(과기정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1~9호선의 5G 구축률은 82.2%였다. 공항철도나 서해선은 5G가 구축된 역이 단 한 곳도 없고, 신분당선은 역사 13곳 중 한 곳(광교역)에만 구축이 완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1~9호선 외 공항철도, 인천1·2호선, 서해선, 수인분당선, 신분당선 등 수도권의 대표적인 노선을 포함하면 5G 기지국이 구축된 곳은 총 역사 594곳 중 446곳(구축률 75%)에 불과하다. 그나마 부산·대구·대전·광주 지하철과 수도권 9호선은 지난해 하반기 5G가 모두 깔렸다.

지하철은 전체 데이터 트래픽의 1.8%를 차지할 만큼 스마트폰 이용률이 높은 곳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수도권 도시철도 구간에서 5G 서비스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없는 셈이다. 이동통신 3사가 올해 중반까지 지하철 전 노선에 5G망을 깔겠다고 약속했지만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오세권’은 3호선, 6호선은 절반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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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과 녹사평 역사에서는 5G가 터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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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서울은 주요 역사조차 5G 기지국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역과 서울역, 종로3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여의도, 고속터미널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 대거 포함됐다.

노선에 따른 편차도 컸다. 서울 1~8호선 중 3호선(93.2%)과 1호선(92.9%)의 구축률이 높았다. 이에 비해 6호선은 41%, 5호선은 56.9%에 불과했다. 6호선의 경우 절반도 5G 기지국이 깔리지 않았다.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말까지 구축을 완료하겠다고 장담한 2호선의 5G 구축률은 86.3%에 그쳤다. 역세권(역 가까운 곳)·학세권(학군 좋은 곳)·슬세권(여가·편의시설 가까운 곳) 같은 부동산 용어를 빌리자면 ‘오(5G)세권’은 3호선 라인인 셈이다.



같은 역이라도 노선 따라 서비스 편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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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내 공항철도 구간은 승강장(왼쪽)과 지하철 내부(오른쪽) 등에서는 4세대 LTE 통신만 서비스됐다. 위치에 관계없이 5G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권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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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역이라도 노선별로 5G가 터지는 곳과 안 터지는 곳이 섞인 ‘반쪽 역’도 꽤 많았다. 시청역 1호선 구간은 5G 기지국 구축이 완료됐지만, 2호선 구간은 기지국이 구축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3·5호선이 환승하는 종로3가의 경우 1·3호선은 5G가 터지지만 5호선에선 ‘먹통’인 것으로 조사됐다. 3·7·9호선 환승역인 고속터미널역 역시 3·9호선에만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 측은 이에 대해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역사 출입 인원이 제한돼 구축에 차질을 빚었다”며 “시청역 2호선 구간 등은 석면·내진 보강 공사가 진행 중이라 기지국 구축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업계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공사가 미뤄진 구간에 대해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 3사가 각각 구간을 나눠 케이블·전선을 연결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면, 각 사 장비와 안테나를 탑재하는 공동 구축 방식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자 피해보상 논의 착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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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국민의힘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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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수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기부와 이통사가 제시하는 서비스 권역과 소비자가 실제 체감하는 서비스 권역에 대한 인식이 다른 데서 오는 문제”라며 “이 같은 인지 부조화는 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지고 결국은 서비스 이탈이 생긴다. 이통사가 서비스 지연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식 의원은 “계속되는 지하철 5G망 구축 지연으로 정부와 통신사를 믿고 5G 서비스에 가입한 이용자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며 “과기부와 이통 3사는 신속한 5G 망 구축은 물론 이용자 피해 보상에 대한 논의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진·권유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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