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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BBC는 정준영 끄집어냈다, 국제 망신당한 韓디지털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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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디지털 성범죄 폭로 인권단체 보고서

로이터,CNN,WP,FP 주요 언론 일제히 보도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16일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 실태를 폭로하는 보고서를 공개하자 로이터통신, CNN, BBC, 파이낸셜타임스(FT), 워싱턴포스트(WP) 주요 외신이 일제히 보고서를 인용해 국내의 실태를 보도했다.

경제 강국, K-POP의 나라라는 한국의 이면엔 여성을 향한 디지털 성범죄가 만연해 있고, 이에 대한 처벌은 미약하다는 한국의 민낯을 전세계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타전했다.

HRW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본 여성 12명과 한국 정부, 민간 전문가 등을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심층 면담한 보고서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를 발표했다.

중앙일보

16일(현지시간) CNN에 게재된 한국의 '몰래 카메라' 사건. [CN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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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외신들은 서울발 기사로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초소형 카메라를 악용한 성범죄가 한국에서 급증하고 있으며, 가해자들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실태를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은 '전염병'(epidemic)처럼 퍼지는 '디지털 성범죄'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피해자의 삶에 중대한 피해를 입히는 디지털 성범죄가 기술의 발달과 함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현상을 전염병에 비유한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관련 신고 건수는 2015년(3768건)에서 2020년(3만5603건)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피해 여성들이 겪은 몰래카메라 피해 사례를 상세히 소개했다. 상사에게 선물 받은 시계에 초소형 감시 카메라가 숨겨져 있어 일상 생활을 감시당한 사례, 성관계 장면이 신상정보와 함께 유포돼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과 가족이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했던 사례 등이다.

FT는 "디지털 성범죄는 세계적인 문제이지만,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비교적 가해자의 처벌 수위가 가볍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부족하다는 실태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FT는 한국 정부가 '성 불평등' 문제 처리 방식이 미흡해 비판받아 왔고, 이것이 디지털 성범죄를 부추기는 한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이 군에서 성추행을 당한 뒤 생을 마감한 사건과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K-POP 스타와 고위 정치인을 겨냥한 '미투 운동'을 소개했다. FT는 "한국 공군은 성추행 사건을 은폐하려 했고 미투 운동 이후에도 한국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의 학대를 막기 위한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BBC는 K-POP 스타 정준영씨로부터 디지털 성범죄를 당한 경미(가명)씨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2016년 자신이 처음 정씨를 고소했을 때는 "아무도 (피해에 대해) 듣는 사람이 없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정말 죽고 싶었지만, 내가 죽으면 아무도 정준영에 대한 진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미씨는 2019년 정씨를 비롯한 K-POP 스타들의 성범죄가 공개적으로 불거지기 전까지 검사로부터 심문을 받는 쪽은 자신이었다며 고소인이 아닌 피고인처럼 대우받았다고 토로했다.

BBC는 HRW 보고서와 관련 "한국의 수도 서울은 화려하고 역동적이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보수적"이라며 "여성에 대한 학대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여성에게 특정 기준을 요구하는 성적 고정 관념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피해자들은 민사소송에서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2018년 여성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와 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한 단속을 촉구하면서 인식의 변화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은 스파이 카메라의 세계적인 진원지가 됐다"면서 "숨기기 쉬운 초소형 카메라를 사용해 피해자의 알몸과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다"고 보도했다. CNN은 자사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로이터통신의 보도를 전하면서 2019년 한국의 초소형 카메라를 악용한 몰래카메라 범죄에 관한 자사 보도를 링크로 걸어 소개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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