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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청년 명의로 전세대출금 수십억 꿀꺽한 사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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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에 현혹…명의 빌려준 청년들도 사기 피의자 전락

대전CBS 김미성 기자

노컷뉴스

대출 사기단이 명의 대여자를 모집하기 위해 만든 영상 캡처. 세종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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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일 도와주고 돈 받아 갈 사람!" 지난해 10월 페이스북에서 이런 광고 글을 본 A(20)씨.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한 A씨는 이내 글쓴이에게 연락했고, 일당과 함께 은행에 가 '청년층 맞춤형 전·월세 대출' 서류에 사인했다. 이후 수수료 명목으로 100만 원을 손에 쥔 A씨는 경찰에서 "대출 서류인 줄은 알았지만 무슨 대출인 줄은 몰랐다"고 진술했지만, A씨 역시 사기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됐다.

이처럼 청년들의 명의를 빌려 정부지원사업인 '청년층 맞춤형 전·월세 대출'을 통해 수십억 상당의 전세자금 대출을 가로챈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수수료 유혹에 넘어가 사기단에 명의를 빌려준 청년들도 함께 피의자 신세가 됐다.

세종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정부 대출의 허점을 노리고 이른바 '작업대출'을 통해 64억 원 상당을 빼돌린 일당 83명을 검거하고 총책 B(38)씨 등 8명을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불구속 입건된 피의자들 가운데 60여 명은 사기단에 명의를 빌려준 청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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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사기단이 명의 대여자를 모집하기 위해 만든 영상 캡처. 세종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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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2019년 5월 금융위원회는 청년층 주거비 부담경감을 위해 저신용등급자나 임대인의 동의 없이 대출이 가능한 '청년층 맞춤형 전·월세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그러자 B씨 등 일당은 SNS 등에 "집주인·건물주 일 도와주고 100만 원 받아 갈 사람, 불법·사기·피해 보는 거 전혀 없음"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무주택 청년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이후 B씨는 청년들을 자신의 가족들 명의 건물 세입자로 둔갑시켜 금융기관으로부터 전세 대출을 받아내는 수법으로 64억 상당의 대출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총 6개 건물에 대해 90여 명의 청년이 거짓으로 전세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 유령 회사를 만들어 무직인 청년들을 근로자로 만들어 서류를 꾸민 뒤 신용대출을 받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명의를 빌려준 청년들은 수수료 명목으로 50만 원에서 100만 원가량을 받았고, 초기 대출금 이자는 B씨 등이 대신 내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B씨 등이 정부 지원사업인 청년층 맞춤형 전·월세 대출 심사 절차가 까다롭지 않은 점을 악용했다고 설명했다. 대출금 역시 청년이 아닌 임대인에게 바로 입금되는 시스템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주거비가 필요한 무주택 청년층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대출금이 제도의 허점으로 악용된 점이 확인됐다"며 "관계기관에 임대인 확인과 임차인 실거주 여부 확인 절차를 강화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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