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이슈 19대 대통령, 문재인

문재인 대통령 옆에는 강직한 참모가 있었나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71] 청와대가 여당에 특별감찰관 후보자를 추천해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했습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친인척 등과 관계에 있는 사람의 비위 행위에 대한 감찰을 담당하는 사람입니다. 특별감찰 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강직한 공직자를 감찰관으로 임명해야 합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특별감찰관이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야당은 문 대통령 인사에 대해 대선 캠프와 코드, 더불어민주당 출신만 중용한다고 해서 '캠코더 인사'라고 비난합니다. 일방적인 주장일 수 있지만 실제 인사 내용을 보면 크게 틀린 말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에게 대놓고 쓴소리를 했던 참모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아쉬운 대목입니다. 문 대통령이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지금이라도 옳은 소리를 전할 측근이 절실합니다.

어린나이에 군주의 자리에 오른 진도공이 성공한 지도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원칙에 충실한 참모들이 주변에 많았기 때문입니다. 기해와 위강이 대표적인 사람이지요. 기해는 원수를 천거했다는 뜻의 '기해천수(祁奚薦讐)'라는 고사성어를 만든 인물이고 위강은 '유비무환'이라는 말의 유래가 된 사람입니다.

기해는 오랫동안 중군위라는 중요한 자리를 맡았습니다. 나이 칠십이 넘어 일을 그만두려고 하자 진도공은 그를 대신할 인재를 천거하라고 합니다. 이때 그는 '해호'라는 사람을 추천합니다. 그러자 도공이 묻습니다. "듣건대 해호는 당신의 원수라던데 어찌하여 그를 천거하시오?" 이에 기해가 답합니다. "주상께선 신의 직위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물으셨지, 신의 원수가 누군지 묻지 않았습니다."

이 말을 듣고 도공은 해호를 불렀지만 관직에 오르기 전에 그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도공은 기해에게 또 한 사람을 천거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기해는 이번엔 그의 아들인 기오를 추천합니다. 원수를 추천했던 기해가 아들을 언급하자 도공은 또 묻습니다. "기오는 당신의 아들이 아닌가?" 기해는 답변합니다. "주상께선 신의 직위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물으셨지 신의 아들이 누군지는 묻지 않았습니다."

위강은 진도공의 친동생 양간에게 벌을 준 사건으로 유명합니다. 진나라는 군대를 3개로 나눠 한 부대씩 출정해 경쟁국인 초나라를 격파하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전면전을 펼치면 진나라도 피해가 클 것이기 때문에 초나라로 진격해 다시 돌아오는 작전이었습니다. 3개 부대가 돌아가며 출전하기에 적군의 힘을 빼면서 아군의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는 병법이었죠. 양간은 여기에 반대했습니다. 화끈하게 초나라 군대를 깨고 진나라가 패권국이라는 사실을 천하에 알려야 한다는 것이었죠.

이런 주장을 했던 이면에는 개인적인 야욕이 컸습니다. 가장 먼저 적진으로 들어가 공을 세우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러나 총사령관인 순앵은 그를 3군에 배치했습니다. 출격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불만을 품은 양간은 자신이 군주의 친동생이라는 것만 믿고 군율을 어깁니다. 자기 마음대로 1군으로 들어가 먼저 출전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의 행동으로 군진은 어지럽혀졌습니다. 바로 이때 군법을 총괄했던 사마 위강은 범인을 색출합니다. 양간의 소행이라는 게 밝혀졌지만 군주의 친동생을 죽일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군율을 어긴 자를 그대로 둘 수도 없었습니다. 위강은 양간 대신 그가 아끼는 부하를 참수하고 그 죄를 널리 알렸습니다. 양간에게 창피를 준 것이지요.

양간은 이 사실을 즉시 도공에게 고자질합니다. 왜 벌을 받았는지는 말하지 않고 위강이 벌을 준 것만 얘기한 것이지요. 화가 난 도공은 즉시 위강을 잡아오라고 합니다. 하지만 굳이 소환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위강은 한 손에는 상소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군주가 있는 곳에 이미 와 있었습니다. 여차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이었죠.

그가 올린 상소문 내용은 이랬습니다. "신이 군령을 어긴 자를 주살한 것은 군율을 담당한 사람으로서 직책을 다한 것입니다. 그러나 주상의 아우를 범하여 그 죄가 만 번 죽어 마땅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에 칼날에 엎어져 죽으려고 합니다." 상소문을 읽은 도공은 깜짝 놀랐습니다.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잠시 흐려졌던 판단력을 되찾았습니다. 그는 맨발로 문을 박차고 나고 위강의 손을 잡고 말합니다. "과인의 말은 형제의 정이지만 경의 행동은 군대의 공무요. 과인이 아우를 가르치지 못해서 군중의 형벌을 범하게 되었소. 그 죄는 과인에게 있지 경과는 아무 상관이 없소."

진도공이 고조부인 진문공에 버금가는 치적을 올린 것은 강직한 참모를 알아보는 능력 덕분이었습니다. 몸에 좋은 약은 쓰고 나쁜 약은 달다고 했습니다. 강직한 참모들의 쓴소리를 듣고 이를 국정에 반영하는 지도자는 대부분 성공했습니다. 내년에는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합니다. 그의 곁에는 위강과 기해 같은 강직한 참모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장박원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