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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설] 원자력硏 ‘日 방류수 연구’ 징계, 이제는 과학까지 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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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대전시 유성구의 한국원자력연구원 정문 현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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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연구원 황모 박사가 작년 9월 원자력학회 학술지에 게재했던 '후쿠시마 방류수 영향' 관련 논문. 논문은 한 달 뒤 석연찮은 이유로 철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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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연구원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의 국내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한 소속 연구원에게 징계 처분을 내렸다고 한다. 징계받은 황모 박사는 원자력학회 산하 방사선방호연구부회 부회장으로 있던 작년 8월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처분으로 인한 우리 국민 방사선 영향’이란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 결론은 일본이 보관 중인 오염처리수 전량을 1년 사이 별도 희석 조치 없이 모두 바다로 방출한다고 했을 때 우리 국민의 방사선 피폭선량은 일반인 선량 한도치(연간 1mSv)의 3억분의 1 수준일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지난 4월 이 보고서가 공개되자 원자력연구원은 황 박사에 대해 ‘부서장 승인 없이 보고서를 작성했고 정부 설명과 배치되는데도 보고서 내용이 공개됐다’면서 그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지난 7일 견책 처분을 내렸다. 황 박사는 보고서와 별도로 작년 9월 연구원 동료들과 함께 학술지에 비슷한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 논문도 작년 10월 저자들 요구로 석연찮게 철회됐다고 한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해도 오염수는 해류를 타고 태평양을 한 바퀴 돈 후 한국에 오게 돼 있어 우리 국민에게 미칠 영향은 극도로 미미할 것이라는 전문가들 추정이 전부터 있었다. 일본이 이 문제를 투명하게 공개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과 과학적 영향 평가는 다른 것이다. 원자력학회는 4월 보고서의 핵심을 공개하면서 일본 정부에 대해서 “방류의 검증·감시에 한국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게 보장하라'는 요구도 제시했다. 그런데도 황 박사 징계를 강행했다면 그 배경에 정부 압력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전임 원자력연구원장은 2018년 11월 임기가 16개월 남은 상태에서 사퇴했다. 그가 국회에서 탈원전에 상반되는 입장을 밝힌 것이 정부 눈밖에 났다는 말들이 있었다. 과학자들을 이런 식으로 몰아내거나 징계하는 것은 과학 탄압이다. 과학자들이 정권 압박을 받아 과학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발표하지 못하거나 정권 입맛에 맞게 왜곡한다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 과학을 탄압하는 나라가 어떻게 번영하고 그 나라 국민이 어떻게 부강해질 수 있나.

과거 광우병 사태는 일부 세력이 과학적 수치를 극도로 왜곡 과장한 정치 선동으로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지금 탈원전도 같은 사례다. 바로 그 세력이 정권을 잡은 것이 지금 정부다. 이들이 이제는 국책연구소 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짓밟고 있다. 과학엔 여, 야도 없고 국적도 없다. 오로지 사실이 있을 뿐이고 과학에 대한 반박은 과학으로만 가능하다. 과학에 무지하고 정치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알량한 권력을 휘둘러 과학을 탄압하고 있다. 그러면서 G7에 초청받았다고 자랑한다. G7에 초청받을 나라를 만든 사람들은 운동권이 아니고 과학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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