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중소기업 코로나 비명에도…내달 50인 미만 52시간제 강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50인 미만 주52시간제 계도기간 연장 없이 내달 시행

고용부 “탄력·선택근로제 등 보완 제도로 충분”

중소기업계 “코로나로 준비 못 해”…노동계도 ‘불안’

[이데일리 최정훈 강경래 기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제가 예정대로 내달 1일부터 시행된다. 중소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로 52시간제 도입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계도기간 부여 등 적용 유예를 요구했으나 정부는 탄력근로제 등 보완 장치를 강화해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데일리

권기섭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이 1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주52시간제 현장 안착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50인 미만 주52시간제 계도기간 없이 내달 시행

권기섭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주 52시간 근무제를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권 실장은 지난해 말 정부가 주 52시간제와 관련해 계도기간을 더는 부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힌 사실을 언급하면서 “정부 입장은 그때 정해졌다”고 강조했다. 2018년 도입된 주52시간 근무제는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됐고, 내달 1일부터 5~49인 사업장까지 확대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계도기간 부여 등을 통해 시행을 유예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제도 시행을 유예하기 어려운 만큼 보완책을 강화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계도기간이 부여되면 해당 기간 동안 장시간 노동 여부는 근로감독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진정 등에 따른 조사로 주 52시간제 위반이 확인돼도 최장 6개월이라는 충분한 시정 기간이 부여된다. 그러나 정부가 계도 기간을 허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앞으로 5~49인 기업이 장시간 노동으로 근로감독에 적발되면 최장 4개월 시정 기간이 부여되고, 이 기간 내 시정 조치를 안 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고용부는 5~49인 기업들이 대부분 이미 52시간제를 도입했거나 내달 시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고용부·중기부·중소기업중앙회가 공동으로 전문업체에 의뢰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5~49인 기업 1300개소 중 81.6%는 주52시간제를 이미 준수하고 있다고 답했다. 준비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9.1%에 그쳤다. 또 내달부터 주52시간제를 준수할 수 있다는 응답은 93% 수준이었고, 불가능하다는 응답은 7%에 불과했다.

권 실장은 “지난해 12월, 올해 4월 조사 결과를 보면 두 조사에서 모두 80% 이상의 기업이 현재 주52시간제를 ‘준수 중’이라고 응답했고, 90% 이상이 7월부터는 ‘준수 가능’하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5∼49인 기업들도 대부분 이미 52시간제를 도입했거나 시행 가능하다는 얘기다.

정부는 탄력근로제 등 보완책을 기업들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많은 주의 근로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주의 근로시간을 줄여 평균적으로 법정근로시간 내로 근로시간을 맞추는 제도다. 최장 3개월이었던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은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지난 4월부터 최장 6개월로 확대됐다.

바뀐 제도의 내용이나 활용 방법을 모르는 기업에 대해서는 전국의 48개 지방노동관서에 구성된 ‘노동시간 단축 현장지원단’을 통해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근로시간 단축과정에서 추가로 인력이 필요한 기업에 대해서는 신규 채용자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등 인력난과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부의 각종 지원사업을 연계할 방침이다.

특히 국내외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돼 외국인력 입국이 매우 어려운 상황인 점을 감안한 지원책도 마련한다. 송출국의 코로나19 상황을 보면서 방역 상황이 양호한 국가를 중심으로 신속한 외국인력 도입을 추진하고, 내국인을 구하기 어려운 뿌리기업이나 지방소재 5~49인 기업에 외국인력이 우선 배정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데일리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중소기업계 “코로나로 준비 못 해”…노동계도 ‘불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계는 50인 미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주52시간제 시행과 관련, 정부가 계도기간을 부여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소상공인연합회 등 11개 단체와 공동 논평을 통해 “50인 미만(5인 이상) 중소기업에 대한 주52시간제 시행과 관련 계도기간 부여 없이 오는 7월부터 시행하기로 발표한 정부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강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50인 미만 중소기업은 지난해 초부터 발생한 ‘코로나 펜데믹’(대유행)에 대응하기 급급해 주52시간제 도입을 위한 근무체계 개편 등 준비 여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부터 외국인 근로자마저 입국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장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으로 사업 운영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란 게 중소기업계 입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측은 “뿌리기업은 설비를 24시간 내내 가동해야 하므로 주52시간제를 도입하면 교대제 개편을 위한 추가 채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재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해 인력을 구할 수가 없다”며“많은 50인 미만 업체들이 도저히 주52시간제를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정부의 계도기간 없는 시행 강행을 재고하고, 대기업에 9개월, 50인 이상 기업에 1년 계도기간을 부여한 것을 감안해 50인 미만 기업에도 그 이상 준비기간을 부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최소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벗어나 정상화할 때까지 만이라도 계도기간을 부여해야 한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주장이다.

아울러, 구인난과 불규칙한 주문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쉽지 않은 문제인 만큼 특별연장근로 인가기간 확대, 8시간 추가연장근로 대상 확대 등에도 신속히 나서주기를 촉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측은 “나아가 현재 주 단위로 한 초과근로한도를 노사자율에 기반한 월 단위, 연 단위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