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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지금 계약하면 내년 인수"‥신차 인기몰이에도 고민 깊은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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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출시 신차 중심으로 출고 지연 현상 심화

車 반도체 문제로 투싼·쏘렌토 등 최대 8개월 지연

마이너스 옵션·사과문 및 선물 공세‥고객 달래기 나서

스포티지·EV6·G80 EV 등 출시‥신차 효과 누릴까 전전긍긍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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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내놓는 차마다 ‘홈런’을 치고 있는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인해 신차마저도 출고 대기기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탓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출시한 기아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더 뉴 K9’의 출고가 약 1개월가량 지연되고 있다. K9은 지난 3일부터 진행된 사전계약을 받은 결과 2000여대를 기록했다. 2000여대는 출고 대기기간이 길어질 만큼의 분량은 아니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가 길어지면서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신차 중심 적체 현상 심각‥투싼·쏘렌토 최대 8개월

현대차와 기아가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인해 출고 대기기간을 좀처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출시된 신차 중심으로 출고 지연이 길어지고 있다.

가장 긴 출고 지연이 발생하는 차종은 지난해 9월 출시된 현대차의 투싼이다. 투싼은 경우 파워 테일게이트와 7단 DCT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해 최소 6개월 이상 출고가 지연되고 있다. 투싼 하이브리드(HEV)의 경우도 최소 6개월 가량 출고 대기기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투싼 계약자들은 이달에 계약을 진행하면 내년에야 차량을 인수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출시돼 국민차로 부활한 아반떼 역시 출고 대기기간만 3개월로 적체 현상을 겪고 있다. 7단 DCT가 적용된 아반떼 N라인은 관련 반도체 공급 문제로 4개월 이상 차량을 받을 수 없어 계약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상황이 심각한 건 기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2월에 출시된 쏘렌토의 경우 디젤 모델은 4개월, 가솔린 모델은 5개월, HEV 모델의 경우는 8개월 이상 소요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해 출시된 카니발은 6~16주 이상 소요돼 판매에 지장을 받고 있다. 제네시스도 지난해 출시한 GV70·GV80 모두 10~16주 이상 출고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G80은 8인치 클러스터 반도체 부족으로 지난 4월 23일 계약 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내년이 돼서야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을 정도로 신차들의 적체현상은 심각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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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출시된 기아 K9. (사진=기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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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지·EV6·G80 EV 남았는데‥신차 내놔도 생산 못해 발 `동동`

올해도 연이어 신차를 내놓을 현대차와 기아는 출고 지연 현상이 길어지면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실제 올해 출시한 기아의 K8은 지난 4월에 출시됐지만, 벌써 출고 대기기간만 길게는 1~7개월로 판매량에 제동이 걸렸다. 무엇보다 올해를 전동화의 원년으로 삼고 야심 차게 내놓은 아이오닉5는 반도체 수급 문제로 지난 5월까지 고작 2033대만 판매가 됐다. 그 사이 전기차 구매의 핵심인 보조금은 경쟁사 테슬라의 모델들이 독식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는 반도체 수급 문제가 길어지자 마이너스 옵션을 할 경우 출고를 앞당겨주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달래고 있다. 예를 들어 K8의 경우 노블레스 이상 트림의 후방주차 충돌 보조와 원격 스마트 보조 기능을 제외하면 출고 일을 단축해 주는 식이다. 이외에도 최근 권혁호 기아 국내사업본부장(부사장)은 고객들에게 사과문과 함께 소정의 스타벅스 커피 모바일 쿠폰을 선물하는 등의 방식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고 지연이 긴 모델 중심으로 중고차의 가격이 신차를 추월하는 가격역전 현상까지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중고차 플랫폼 엔카에 따르면 투싼 하이브리드 인스퍼레이션 트림 모델의 가격은 3750만원에 등록돼 있다. 해당 모델은 지난 5월에 출고돼 주행거리가 1183km이지만, 신차보다 약 300만원의 웃돈이 붙은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올 하반기 기아 EV6, 스포티지, 제네시스 G80 전기차(EV) 등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모델 모두 출시 전부터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 출시 직후 많은 인원이 몰린다면 올해 차를 인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현대차와 기아 입장에서는 한 해 농사를 좌우할 신차들의 판매 효과를 누리지도 못한 채 내년을 기약할 위기에 놓인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들을 중심으로 출고 대기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반도체 수급 문제를 최대한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기다려주는 고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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