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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갈등, 기업 옥죄는 새 리스크…‘남혐·여혐’에 잘나가던 기업도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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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는 2001년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프리챌 커뮤니티로 출발했다. 조만호 무신사 대표(39)는 20년간 오너이자 대표로 경영에 올인했다. 무신사를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로 키운 주역은 ‘이남자(한국 20대 남성)’였다. 여러 쇼핑몰을 일일이 가격 비교하며 중복 사용하는 여성과 달리, 한 쇼핑몰이 괜찮다 싶으면 충성을 다하는 ‘이남자’ 덕분에 무신사는 급성장했다. 지난해 거래액은 1조원을 돌파해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5월 기준 무신사 회원 수는 840만명에 이른다. 여성 고객 비중이 크게 늘어난 지금도 무신사 플랫폼 사용자 55%는 남성이다.

하지만 조 대표는 무신사를 키운 바로 ‘이남자’로부터 지탄받아 결국 대표이사 자리를 내놓게 됐다. 올해 초 불거진 쿠폰 차등 지급 논란 때문이다. 무신사의 여성 쇼핑몰인 우신사 여성 회원에게만 할인 쿠폰을 지급하자, 남성 고객들이 불평등한 쿠폰 지급을 문제 삼으며 논란이 시작됐다. “남자들에게도 우신사 쿠폰을 달라”고 항의하는 댓글을 연거푸 작성한 회원이 무신사로부터 도배글을 이유로 ‘60일 이용 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자 이에 격분한 회원이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것이다.

무신사는 공식 사과문을 올렸고 조 대표도 연거푸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무신사 남성 회원들은 “남녀 차별해서 돈 버는 무신사 탈퇴하겠다” “남녀에게 같은 할인율을 주지 않는 것은 명백한 남녀 차별이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앞선 논란도 있었다. 지난 4월에는 무신사 홍보물 속 이미지가 남성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신사가 현대카드와 함께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를 선보인다는 내용을 알리는 홍보물에서 손 모양이 극단주의 여성 커뮤니티 ‘메갈리아’ 로고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남자’의 쇼핑 성지가 ‘남혐 대표 기업’으로 전락한 셈이다.

조만호 대표는 지난 6월 3일 일련의 논란에 대해 책임지겠다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특정 고객 대상 쿠폰 발행과 최근에 있었던 이벤트 이미지 논란으로 무신사에 실망한 고객분들과 피해를 입은 입점 브랜드에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통감하며 운영자와 대표의 자리를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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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사임하고 보직 해임

▷남혐·여혐 논란 증가 일로

GS리테일은 ‘남성혐오’ 논란이 불거진 홍보 포스터 디자이너를 징계했다. 담당 마케팅 팀장은 보직에서 해임됐다. 조윤성 GS리테일 사장은 오는 7월 1일 정기 인사를 통해 편의점 사업부장에서 물러나고 겸직하던 GS리테일의 오프라인 사업을 총괄하는 플랫폼BU장만 맡는다. GS리테일 측은 정기 인사라고 설명했지만, 조 사장이 남성혐오 논란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논란의 발단이 된 홍보 포스터에는 소시지를 잡는 ‘집게손’이 등장한다. 앞서 언급한 ‘메갈리아’ 로고와 비슷한 모양이다. 해당 디자이너가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저는 어떤 사상도 지지하지 않는,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을 둔 워킹맘이다. ‘남혐’을 의도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음에도 불매운동이 이어지자, 결국 인사 조치가 단행됐다.

이런 일이 연이어 발생하자 유통가에서는 ‘집게손 금지령’이 떨어졌다. 원래 의도와 무관하게 집게손 이미지가 홍보물에 있으면 남혐 기업으로 몰려 불매운동 타깃이 될 수 있어서다.

최근 ‘남혐’ 사례가 주류지만 여성 반발을 산 ‘여혐’ 논란도 없지 않았다. 동아제약 면접 논란이 대표적이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11월 신입사원 채용 면접에서 인사팀장이 “여자는 군대에 안 갔으니 남자보다 월급 덜 받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냐” “군대에 갈 생각 있냐” 등의 성차별적 질문을 던진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 소식이 유튜브 댓글을 통해 뒤늦게 알려지자 여성 소비자들은 여성 구직자를 차별한 기업이 만든 생리대를 이용할 수 없다며 불매운동을 벌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동아제약의 대표 상품과 대체할 수 있는 상품 목록까지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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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혐 논란 끝에 조만호 무신사 대표가 자리를 내놨다. <무신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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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등 겹치자 이성 혜택에 반감

▷조직 내 젠더 갈등 요소 없는지 점검

‘남혐’ ‘여혐’으로 상징되는 젠더 갈등은 특히 2030세대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지난 2월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중 63%가 젠더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2030세대는 75% 이상이 심각하다고 답변, 젠더 갈등을 가장 크게 느끼는 세대로 입증됐다.

2030세대가 ‘젠더 감수성’이 높은 배경에는 사회 구조 변화가 있다. 과거에는 가부장적이고 여성에게 일명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사회 구조였다. 지금은 사회 구조가 변해 과거같이 남성 우위 구도가 사라지고 남녀 간 동등한 지위를 갖는 사회가 됐다. 하지만 일부 여성은 오랫동안 ‘사회적 수혜’를 받아온 남성에 대한 극단적인 형태로 분노감을 표출한다. 일부 남성은 오히려 남성이 역차별받는다는 생각에 여성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이성 간 억압된 감정이 터지며 ‘남녀 평등’을 넘어 혐오의 형태로 악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기업이 무시하기 어려울 만큼 MZ세대 소비 영향력이 커졌다는 점도 젠더 이슈가 더욱 부각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명 ‘남초’ ‘여초’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는 이런 혐오를 확대 재생산한다. 남혐·여혐 용어 대부분 커뮤니티를 통해 양산된다는 게 그 사례다. 일상 용어도 이런 커뮤니티를 거치면 혐오를 상징하는 단어로 변질되고는 한다. 기업은 이 같은 의미로 통용되는지 모르고 광고 등에 사용하다 소비자 뭇매를 맞고는 한다.

사회적으로 젠더 갈등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건도 적지 않았다. 2016년 강남역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이 사건을 두고 ‘여성혐오 범죄냐 아니냐’는 논쟁이 뜨거웠다. 일부 남성은 “남성 모두가 ‘잠재적 범죄자’라는 말이냐”라고 반박하며 갈등이 심화됐다. 2018년 홍대 여성 모델이 수업 중 다른 남성 모델의 나체를 찍어 온라인에 올린 사건도 젠더 갈등을 키웠다. ‘홍대 몰카’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자 일부 여성단체에서 편파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 수는 22만명을 넘어섰고 이후 혜화역과 광화문에서 6차례에 걸친 대규모 여성 시위가 이어지기도 했다.

젠더 갈등이 기업 리스크로 떠오르며 조직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광고 등 소비자 대상 마케팅에서 조심해야 하는 것은 물론 내부 젠더 갈등은 없는지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은 성희롱·성차별 사례는 없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 천장현 머서코리아 부사장은 “과거에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일반적인 젠더 이슈였다면, 지금은 조직 내 남녀가 균등하고 공정하게 기회를 얻고 있는지가 젠더의 핵심 이슈”라고 말했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문지민 인턴기자 moonjm2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3호 (2021.06.16~2021.06.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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