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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구지은 대표 복귀했지만…아워홈 급식·유통·외식 ‘총체적 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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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업체 아워홈의 5년에 걸친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구지은 대표의 경영 복귀로 마무리됐다. 이제 업계 관심은 구지은 대표 체제의 아워홈 향방으로 쏠린다. 주력 사업인 단체급식(식음료 사업) 부진으로 인한 외형 감소, LG그룹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문제, 기업공개(IPO) 가능성과 남매의 난 재발 우려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어렵게 복귀한 구 대표가 과연 아워홈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매경이코노미

구지은 아워홈 대표(오른쪽 아래)가 5년 만에 경영 복귀에 성공했지만 일감 몰아주기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사진은 서울 역삼동 아워홈 본사 모습.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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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복귀했지만…

▷급식·식자재 유통 모두 ‘첩첩산중’

아워홈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 대비 13.5% 감소한 1조625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93억원, 당기순손실 4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2019년 1조586억원에 달했던 식음료 사업 부문 매출이 지난해 8135억원으로 23% 급감한 것이 주원인이다. 식품 브랜드 제품·식자재 유통 사업인 식품 유통 부문 매출도 같은 기간 8204억원에서 8117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확산, 식수 인원이 줄고 외식 수요가 위축되며 직격탄을 맞았다.

가까스로 ‘남매의 난’에서 승리한 구 대표로서는 당장 경영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사실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는 쫓겨났지만 여전히 아워홈 지분 38.5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분을 각각 19.28%, 19.6% 갖고 있는 구미현 씨와 구명진 씨 중 어느 한 사람과만 손잡아도 경영권을 되찾아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캐스팅보트를 쥔 언니들이 구 대표에게 실적 개선을 통한 배당 이익 증대 또는 아워홈 상장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장녀인 구미현 씨는 그간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장남인 구 부회장 편에 섰다. 이번에 구 부회장의 보복 운전 논란으로 구지은 대표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이지만, 구 대표가 이렇다 할 경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언제든 LG그룹의 장자 승계 원칙을 앞세워 구 부회장 편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아워홈 사업 구조상 이렇다 할 호재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단체급식 사업의 경우 올해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기저효과로 비교적 양호한 실적이 기대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급식 시장은 연간 성장률이 5%가 채 안 되는 저성장 산업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가 활성화 되고, 점심식사도 사무실에서 배달 음식으로 해결하는 분위기가 생겨난 만큼 소비자가 줄어들 여지도 있다. 여기에 기존에 있던 내부 거래 물량마저 뺏기면 외형 성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LG그룹은 내년부터 그룹 내 단체급식 일감을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소규모 지방 사업장은 인근 중견·중소 급식 업체에 외주를 줄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웰스토리의 경우 삼성전자 관련 매출만 약 7000억원에 달한다. 아워홈도 LG디스플레이 등 LG계열사 매출이 상당한데,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본격화돼서 이런 매출이 사라진다면 도저히 메울 방법이 없다. SK하이닉스 청주공장 급식 관련 매출이 연간 90억원 안팎이다. 이런 대기업 물량을 수십 개 수주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나마 식품 유통 사업 부문은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업계 추산 식자재 유통 시장 규모는 약 100조원. 그러나 CJ프레시웨이, 아워홈 등 대기업 점유율이 10%가 채 안 된다. 아직 개척할 수 있는 시장이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기업의 식품 유통 사업 확장은 수년째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중소 식당에서 대량 발주가 이뤄져야 하는데, 외식업 불황으로 인해 이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 유통 사업은 내수 시장만 잘 공략해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짜여진 물류망과 대량 발주가 전제돼야 한다. 계란 한 판, 식용유 두 통 정도만 주문하는 식이라면 물류비도 안 나온다”고 토로했다.

아워홈은 신사업으로 2007년부터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아직 아워홈 전체 매출의 약 10%에 불과한 수준이다. 여기에 최근 하림, 교촌에프앤비 등 식품 기업이 앞다퉈 뛰어들며 HMR 시장은 레드오션이 됐다. 일례로 국내 밀키트 시장의 60% 넘게 점유하고 있는 프레시지만 해도 매출은 매년 두 자릿수로 성장하고 있지만 연이은 투자 확충으로 적자를 지속 중이다. 한 식품 담당 애널리스트는 “아워홈은 HMR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그나마 단체급식 일감이 대기업으로 넘어가는 흐름에 기회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지적할 경우 이르면 하반기부터 일부 고객사 물량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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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은 대표 다음 행보는

▷조직 개편, 경영권 안정화 나설 듯

과연 구지은 대표 체제에서 아워홈은 어떻게 달라질까.

업계에서는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구 대표가 그간 사보텐 매장 수를 크게 늘리고, 타코벨 프랜차이즈 사업도 하는 등 외식 사업 부문에서 성과를 낸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배달 음식 수요가 커진 최근 외식 시장은 대기업 주도의 대량 로드숍 출점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신세계푸드, CJ푸드빌 등 다른 외식 부문 대기업 계열사들도 대체로 고전 중인 분위기다. 한 단체급식 업체 관계자는 “급식, 식자재 유통, 외식, HMR 네 가지 사업 중 외식 시장은 침체됐고 HMR도 지지부진하다. 급식과 유통 사업에서 구 대표가 어떤 전략을 갖고 나올지 우리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사업 외에 단기적으로는 구 대표가 친정 체제 구축을 위한 조직 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5년간 아워홈을 떠나 있었던 동안 구 부회장 편에 섰던 주요 임원들에 대한 인사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피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임원 인사가 끝나면 그에 따라 사업부장까지는 여럿 교체될 것이다. 그럼 직원들까지도 도미노 인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조직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사기가 저하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구 부회장의 복귀를 막고 경영권을 안정시키기 위한 물밑 작업도 이뤄질 전망이다. 지배구조 개선과 우호 지분 확보, 구 부회장의 지분율 희석 등을 위해 상장 또는 유상증자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구지은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아워홈의 기업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근 몇 년 동안 아워홈은 과거의 좋은 전통과 철학을 무시하는 경영을 해왔다. 신임 대표로서 아워홈 구성원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 과거 공정하고 투명했던 전통을 빠르게 되살리고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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