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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베이 인수전' 발 뺀 롯데…"자체 경쟁력 강화·M&A 광폭행보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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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콘텐츠' 강화…차별성 뚜렷한 M&A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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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17일 오전 부산 해운대 시그니엘 부산 호텔 개관식에 참석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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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성규 기자 = 롯데그룹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발을 빼면서 앞으로 어떤 카드를 꺼내들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미 '변화'를 주문한 상황인데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커머스 키우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롯데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포기는 신세계-네이버 연합군에게 '고배'를 마셨다기보단 전략 수정에 따른 '일보후퇴'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장의 점유율을 위해 '몸집'을 키우기보단 자체 경쟁력을 높이고, 차별화된 업체들에 대한 인수합병(M&A)으로 사업 다변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본입찰 전부터 '일보후퇴' 기류…"시너지 떨어질 것"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의 '일보후퇴' 기류는 이미 본입찰 당시부터 감지돼 왔다. 신세계 보다 수천억원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란 설명이다.

시장에선 천문학적인 금액뿐 아니라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사업 다각화 방식 등 시너지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어 '승자의 저주'를 초래하는 악수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롯데는 당초 고전하고 있는 이커머스 점유율을 단번에 톱3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눈독을 들여왔다.

이베이코리아의 지난 2020년 국내 이커머스 점유율은 12%로, 네이버(17%), 쿠팡(13%)과 함께 '빅3' 체제를 구축했다. 롯데온은 4%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베이를 인수하면 단순 산술적으로 16%까지 올라가 단숨에 네이버와 쿠팡을 위협하는 게임체인저로 등극하게 된다.

하지만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필수요소인 '차별성'이 떨어져 확장성이 떨어지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롯데의 통합 이커머스인 '롯데온'과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옥션은 모두 '오픈마켓' 형태로 소비자 입장에선 큰 차별점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롯데온의 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낮고 이베이코리아 마저 네이버와 쿠팡의 강세에 점차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인수 효과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인수 후에도 플랫폼 다변화 및 중복사업 정리 등 사업재편이 이뤄져야 돼 추가 비용 지출과 위험 감수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 롯데쇼핑 관계자는 "검토 결과 당초 기대보다 시너지가 크지 않고, 인수 이후 추가 투자 및 시장 경쟁 비용도 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보수적 관점에서 인수 적정 금액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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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펫가든' 전경.(사진 롯데마트)©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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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사업 경쟁력·경영효율성 높이기 주력할 듯


이 때문에 롯데의 이커머스 사업 성장을 위해선 중복되는 여러 채널을 확보하는 것보다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온라인 채널의 접근성 등 장점을 접목해 확장을 꾀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롯데는 물론 신세계(이마트)·홈플러스 등이 가진 최대 장점은 전국 단위의 물류·유통망을 이미 갖추고 있다는데 있다. 롯데마트·롯데슈퍼 등 대형마트와 슈퍼 매장들이 '물류창고' 역할을 담당해 인근 소비자들이 보다 빨리 주문한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오히려 롯데의 고전 이유를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에 찾는 시선도 적지 않다. 그로서리(식료품) 제품 차별화 및 PB(자체 브랜드) 제품 강화를 통해 온·오프라인 점유율을 동시에 높이고 있는 이마트에 비해 주목도가 높은 품목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롯데는 최근 그로서리 품목과 PB 품목 강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또 부진 매장을 정리하는 대신 주력 거점 매장은 대대적으로 리뉴얼 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롯데온에서는 명품 품목을 인터넷 최저가 수준으로 판매하는 행사를 주기적으로 여는 등 다양한 고객층 확보를 위한 콘텐츠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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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전기 배송 차량(롯데쇼핑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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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나라 이어 요기요까지?…"향후 M&A 행보 주력"


비록 이베이 인수전에는 한 발 뺐지만 롯데의 M&A '광폭행보'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지배적이다.

롯데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선 뚜렷한 차별성을 가진 플랫폼을 확보해 사업구조 다양화에 나서는 것이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지난 3월 유진자산운용 등과 함께 1000억원을 들여(롯데 300억원 투자) 지분 95%를 인수한 '중고나라'가 대표적이다. '블루오션'으로 여겨지는 중고 시장을 선점하려는 행보로 읽힌다.

최근 소비 트렌드는 명품 등 희소성을 가진 아이템의 급성장과 함께 '소비도 투자'라는 개념이 확산되며 '리셀' 시장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주요 업체들은 각 사 사이트에서 일부 중고 품목만 선보일뿐 이를 위한 플랫폼을 따로 구축하진 않고 있다.

롯데가 이르면 다음 주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배달 플랫폼 '요기요' 인수전에 막판 참전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현재까지 요기요 인수전은 신세계그룹의 통합 이커머스 SSG닷컴과 홈플러스를 운영한 MBK파트너스의 '2파전'으로 굳어지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롯데가 이베이에서 요기요 인수로 전략을 급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수전에 참여한 SSG닷컴과 홈플러스 모두 롯데의 전통 경쟁업체들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그만큼 대형마트 기반 업종에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요기요를 인수할 경우 롯데마트가 이미 요기요를 통해 선보인 '피자배달' 등 음식배달업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쿠팡이츠를 통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쿠팡의 선례도 있다.

양측의 장점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확대 방안도 구상할 수 있다. 배달의민족에서 운영하고 있는 '배민마트' 같은 형태가 한 예다.

고객이 요기요 앱을 통해 식품·생필품을 주문하면 인근 롯데마트·슈퍼에서 이를 출고한 후 롯데리아의 배달을 담당하는 롯데GRS나 요기요 배달 인력이 빠르게 배송을 완료할 수 있다. 현재 롯데온이 GRS와 협력으로 일부 지역에 한해 시행하고 있는 '한시간내 배송' 서비스의 접근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가치 창출 방안을 지속 모색할 것"이라며 "향후 M&A를 비롯한 외부와의 협업 등도 계속해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sgk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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