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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뒤끝작렬]민심이 만든 이준석…수술실 CCTV 여론은 외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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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준석, '수술실 CCTV 의무화' 놓고 날 선 공방

'수술실 CCTV 설치' 찬성 여론 80% 민심에도 이준석 유보적 입장

CCTV 있으면 의료행위 소극적?…국민정서와 온도차

CBS노컷뉴스 변이철 기자

노컷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이한형·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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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이준석 대표가 '수술실 CCTV 설치' 문제를 놓고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지사가 지난 15일 수술실 CCTV 설치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 이준석 대표를 비판하자, 이 대표가 즉각 반박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이재명-이준석, '수술실 CCTV 의무화' 놓고 날 선 공방

이 대표는 최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의료사고를 줄이자는 목적에 동의하지만, 의료행위에 의사들이 소극적으로 임할 수 있어 국민건강에 더 긍정적인 방향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좀 더 청취하고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 지사는 "이 대표의 유보적 입장은 시민들 바람과 동떨어진 실망스러운 답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술실 CCTV는 오히려 양심적이고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대다수 의료진들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고 극소수의 불법 의료나 성추행 등으로부터 국민을 지켜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도 이 지사의 지적에 대해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수술실 CCTV 문제에 신중하자는 입장에 '불법 의료나 성추행을 묵인하자는 거냐'로 받아친다면 이건 정치의 희화화"라고 밝혔다.

또 한발 더 나아가 "민주당은 언제까지 선악을 조장해서 여론조사 정치 하실 겁니까"라며 날을 세웠다.

◇'수술실 CCTV 설치' 찬성 80%에도 이준석 유보적 입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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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지난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수술실 CCTV 설치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자 고 권대희씨 유가족인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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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대표의 이같은 주장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먼저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의 의뢰로 지난달 28~29일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무려 80.1%가 찬성 응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반대 응답은 9.8%에 불과했다.

이미 국민 대다수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를 두고 '선악을 조장하는 여론조사 정치'라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은 온당해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의 의견을 좀 더 청취하며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이 대표의 입장도 국민들 입장에선 납득하기 어렵다.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이 처음 발의된 때는 지난 2015년이다. 19대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이, 20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대표발의했으나 모두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었다. 21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지난해 7월 발의했다.

이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차례의 공청회와 토론회를 거쳤다. 수술실 CCTV 설치를 바라는 의료사고 피해자 가족들의 피 끓는 호소도 이어졌다.

수술실은 환자에게는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의료사고나 인권침해가 벌어져도 환자와 그 가족들은 수술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가 없다. 정보의 심각한 비대칭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CCTV 있으면 의료행위 소극적?…국민 정서와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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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과 광주에서 대리 수술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지난 11일 인천시 부평구 관절 전문병원인 부평힘찬병원에서 한 보호자가 환자의 수술을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있다. 이 병원은 최근 불거진 인천 한 척추 전문병원의 대리 수술 의혹으로 떨어진 지역 의료계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CCTV 설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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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과 광주의 척추 전문병원에서는 의료인이 아닌 행정 직원이나 간호조무사가 대리 수술을 진행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져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의료계의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하자 인천에 있는 부평힘찬병원은 원내 수술실 6곳에 선제적으로 CCTV를 설치하고 운영에 들어가 시민사회로부터 찬사를 받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이야기를 얼마나 더 들어봐야 한다는 말인가.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해 논의의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고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문제는 정치권이 국민을 위해 필요한 결단을 계속 미뤄왔던 것이다.

"CCTV가 있으면 의료행위에 의사들이 소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는 이 대표의 우려도 국민들의 일반정서와는 한참 어긋난 것이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공공 CCTV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들의 정상적인 경제, 사회, 문화활동이 위축되지는 않는다. 또 어린이집에 CCTV가 있다고 해서 보육교사들의 활동이 소극적으로 바뀌지도 않았다. 마찬가지로 버스나 택시에 설치된 CCTV로 인해 시민 불편이 발생하거나 안전운행에 저해가 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 대표가 언급한 '의료행위 위축론'은 국민의힘이 국민여론은 외면한 채 대한의사협회의 논리만을 옹호하는 기득권 세력으로 오인받을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당대표 선거에서 당심에서는 밀렸지만, 민심에서 이겨 최종 승리했다. 이 대표 스스로도 선거 과정에서 '민심을 거스르는 당심만을 가지고는 국민의힘이 발전해 나갈 수 없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이 대표는 예비경선 당원 여론조사와 본경선 선거인단 투표 모두 나경원 후보에게 졌다. 그런데도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압승하는 바람에 결국 1위를 차지했다. 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

수술실 CCTV 설치 문제도 민심과 국민의힘 당심이 충돌하는 지점에 있다. 그렇다면 당심을 민심에 맞게 교정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변화와 개혁에는 저항과 반발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그것이 '36세 0선' 이준석을 제1 야당 대표로 만들어낸 국민에 대한 예의이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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