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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베이 품는 이마트, 이커머스 판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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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發 유통빅뱅 ⑪ / 레이더 M ◆

신세계그룹이 네이버와 손잡고 국내 최대 온라인 오픈마켓 업체 이베이코리아의 유력한 새 주인으로 떠올랐다. 오프라인 쇼핑 강자(신세계그룹)와 온라인 강자(네이버·이베이코리아)의 결합으로 연간 거래액 50조7000억원에 달하는 압도적인 이커머스 공룡이 탄생하면서 국내 유통시장 전반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16일 투자은행(IB) 및 유통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이베이는 신세계그룹 측에 이 같은 내용의 본입찰 결과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5일(현지시간) 미국 이베이 본사는 이사회를 열고 관련 안건을 처리했다. 인수 주체는 신세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다.

현재 양측은 구체적인 매각가와 세부 계약 조건 등을 두고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매각가는 4조원대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입찰은 오픈 방식으로 진행돼 추후 다른 입찰자들과의 협상도 계속하기로 해 최종 매수자가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이베이는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를 통해 이번주 내로 이마트를 최종 인수자로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지난 7일 진행된 본입찰에서 네이버와의 컨소시엄을 통해 참여했다. 올해 초 양사가 25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에 합의하며 구축한 반(反)쿠팡 전선을 인수전에서도 활용한 것이다. 이마트와 네이버는 이베이 본사에 이베이코리아 지분 20%를 남기고 나머지 80%를 인수하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로 신세계그룹은 단숨에 시장을 압도하는 선두 업체로 부상하게 됐다. 지난해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의 거래액은 3조9000억원, 시장점유율은 2.4%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안으면서 연간 거래액은 23조9000억원, 점유율은 14.8%로 늘어난다.

이는 기존 2위 업체인 쿠팡(20조9000억원·13%)을 뛰어넘는 것이다. 네이버쇼핑·이베이코리아·SSG닷컴 연합의 거래액은 50조7000억원으로 커지게 된다.

[김태성 기자 / 강인선 기자]

정용진의 '유통 초격차' 승부수…"이커머스 경쟁력 확대 올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신세계 '승기'

G마켓·옥션 성공적으로 품으면
SSG닷컴 상장 작업도 탄력받아

美월마트 5년전 제트닷컴 인수후
아마존과 이커머스 어깨 나란히

일각선 "비싸" 승자의 저주 우려
네이버와 독과점 이슈도 변수

매일경제

정용진 부회장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마무리되면 신세계는 단숨에 월마트의 '제트닷컴' 인수 사례를 재현하게 된다.

아마존의 공세에 '온라인 유통' 전략을 세우지 못하던 월마트는 2016년 스타트업 오픈마켓 업체인 제트닷컴을 33억달러에 인수하며 온·오프라인 시너지 효과를 이뤄냈다.

평소 월마트의 전략을 눈여겨보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이마트를 '한국의 월마트'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인 셈이다. 이마트 입장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만큼 이번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존재감을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후에도 SSG닷컴과의 통합보다는 별도로 운영하면서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는 분야는 공동으로 진행하는 전략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SSG닷컴이 오픈마켓 사업을 개시한 만큼 국내 최대 오픈마켓 사업자인 이베이코리아가 보유한 30만명의 입점 업체와 2억개 상품군 등을 보완 요소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약 20년간 쌓인 온라인 쇼핑 소비자 데이터베이스(DB)와 정보기술(IT) 인력을 확보한다는 점도 이커머스 업계 후발 주자인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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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의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유력한 가운데 16일 서울 강남구 이베이코리아 고객센터가 위치한 건물 정문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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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이베이코리아 사업에 SSG닷컴 요소를 반영하는 점도 점쳐진다. 특히 취약 분야인 신선식품과 물류 인프라스트럭처의 보완으로 성장이 한계에 달했다는 업계 평가를 뒤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물류 분야에서는 네이버와 지분 교환을 마친 CJ대한통운이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체 물류망이 없는 이베이코리아가 CJ대한통운과 협력 관계를 맺고 익일배송 서비스인 '스마일배송'을 운영해왔다는 점에서 풀필먼트 서비스 확대나 당일배송 서비스 도입 등 이베이코리아의 물류 관련 서비스 확충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인수자금에 대한 재무적 부담은 향후 사업 확대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의 매각가는 4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문 업계가 제시한 이베이코리아의 기업가치가 3조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베이코리아가 제시한 매각가 4조5000억~5조원에도 크게 못 미친다. 매각 대상은 이베이코리아가 앞서 잠재 후보들에게 인수할 지분 부담을 줄여주는 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당초 제시한 지분 100%에서 소폭 줄어든 80%로 알려졌다.

올해 초 이마트와 지분스왑 등 협력 관계를 맺은 네이버가 인수자금을 보탤 가능성도 높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지난 3월 예비입찰이 진행되기 전부터 네이버,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 등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이베이코리아를 함께 인수하는 다양한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가 어느 정도 자금을 보탤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IB 업계에서는 인수 지분의 50% 이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가 인수 및 전면에 나설 경우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독과점 이슈가 부각될 수도 있다. 인수 측이 은행에서 대출할 수 있는 인수금융 최대 금액은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500억원의 8배 수준인 1조2000억원가량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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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하면서 SSG닷컴 상장에도 파란불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SSG닷컴은 2019년 그룹 통합 이커머스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사모펀드(PEF)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와 BRV캐피털매니지먼트에서 1조원을 투자받았다. 2023년까지 약속한 거래 규모나 상장(IPO)을 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빠르게 몸집을 불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은 셈이다.

다만 업계에서도 '승자의 저주'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마트가 이번 인수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이베이코리아 영업이익(850억원)이 향후 꾸준히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에서 단순 계산으로만 40년 걸린다. 변화무쌍한 이커머스 업계에서 거대한 시장점유율만으로는 기대만큼의 인수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시장도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소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마트 주가는 16일 16만6500원으로 마감해 전 거래일 대비 3.42%(5500원) 증가했다.

[박대의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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