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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바이든·푸틴 정상회담, 美·유럽 결속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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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과 협력 지점 찾고 관계 안정화 꾀하는 바이든, 미중 대립 부각

러시아 위협이 더 직접적인 유럽 국가들, 중국과 지나친 대립 부담

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6월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중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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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가진 첫 해외 순방에서 전체주의에 맞선 민주주의 동맹국들과의 단결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16일 예정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이러한 단결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1일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유럽연합(EU) 정상회의와 전후 양자회담을 가진 데 이어,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으로 일주일간 이어진 외교 일정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대서양 동맹·대러 관계 안정으로 중국 집중 조명: 미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유럽 순방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 전체주의 부상에 맞선 민주주의 국가들의 단합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자평하고 있다. 특히 전일 EU와 17년간의 무역보조금 분쟁을 종결한 것은 주목받는 성과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대통령은 늘 우방, 동맹국들과 협력할 때 우리가 가장 강력해진다고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특히 G7과 나토 정상회의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코뮈니케)에는 중국을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 순방을 통해 중국의 인권 탄압 등 서방이 지적하는 문제들을 집중 조명하길 원했던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큰 성과다.

중국과의 전략 경쟁을 외교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바이든 정부는 유럽 국가들과의 '대서양 동맹'을 강화해 민주주의와 전체주의 구도에서 동맹과 함께 중국에 맞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유럽 방문 계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푸틴 대통령과의 첫 대면 회담도 이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는 해석이 미 정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중국을 집중 겨냥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관계를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안정화한다는 복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4일 나토 정상회의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과 예정한 회담과 관련해 "우리는 세계의 이익에서 상호 이익을 어디에 둘지 결정해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협력할 수 있는 지점을 찾고, 레드라인은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러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Δ2020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 Δ랜섬웨어 등 잇단 사이버 공격 Δ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문제 Δ우크라이나 주권 등에서 대립각을 세울 전망이지만, Δ군비 통제 Δ기후변화 대응 Δ시리아·리비아 분쟁 억제 등 협력 지점도 있다.

이번 대화에서 미 정부가 목표한 것처럼 러시아와의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관계'를 이뤄낼 수만 있다면,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대(對) 중국 공세에 집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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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왼)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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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속내는: 미국과 유럽 동맹들과의 화기애애한 분위기 뒤엔 중국과 대립하는 바이든 대통령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이 교차한다.

일부 유럽 정상들은 중국과의 지나친 대립이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복잡하게 만들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중국에 얼마나 압박을 가하는지에 따라 대서양 동맹도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많은 나토 정상들에게 있어 중국보다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러시아가 보다 직접적이고 우선적인 위협으로 다가온다. 나토 자체가 냉전 시기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진영에 대항해 만들어진 안전 보장 기구이기도 하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토 국가들에게 관련 계획을 공유하고, 러시아가 여전히 미국의 우선순위에 들어있다는 점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 시기 나토 정상들에게 가해진 '군사비 인상 행패' 관련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최근 독일과 러시아의 천연가스 운송 사업인 노드스트림2 제재도 철회하며 유럽 달래기에 나섰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키르 자일 러시아·유라시아 선임 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것을 안정시키려 하는 것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러시아의 안정은 푸틴 대통령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영향권으로 간주하는 국가들 내에서 자유를 얻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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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왼) 러시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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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에서 주러 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파울, 트럼프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한 러시아 전문가 피오나 힐 같은 외부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으며 이번 회담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이번 미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30개 회원국 가운데 12개국 정상의 지지를 받아냈고,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개국과 폴란드 정상도 만났다. 유럽으로 출발하기 전에는 현재 러시아의 위협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통화했다.

심지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도 조우했다. 터키는 러시아 방공 시스템을 구입해 미국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4~5시간가량 대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번 회담 준비에 관여한 당국자들은 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우선 스위스 대통령과 세 정상이 회동하고 이후 양자회담을 갖는다.

그러나 두 정상은 함께 식사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리고 백악관이 발표한 것처럼 두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지 않기로 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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