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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클래식 가치는 시대를 초월...음악 통한 ‘산다는 것’의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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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열음 예술감독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 주제는 ‘산(Alive)’”

헤럴드경제

손열음 평창대관령음악제 음악감독은 “예상치 못한 뉴노멀을 맞이하고, 살고 있지만 마음껏 살지 못한 시기라는 생각을 공연 하나 하나에 담았다”고 말했다. [강원문화재단 제공]


“한국을 오가며 연주를 하다보니 자가격리 기간이 길었어요. 눈 뜨면 밥을 먹고, 때 되면 잠을 자고, 문득 ‘이게 사는 건가’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웃음)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10주를 구금 상태로 살다 보니 ‘산다는 것’에 대한 고찰을 많이 했어요.”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 4년차에 접어든 손열음 예술감독이 꺼내든 주제는 ‘산’(얼라이브·Alive)이었다.

단어에는 중의성이 담겼다. “해외 연주를 다니다 보니 한국만큼 산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없다”며 나라의 70%를 차지하는 대자연의 ‘산’을 먼저 떠올렸다. 음악으로 이어진 함의는 ‘삶’의 다른 표현이었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산을 발음할 때 특유의 생명력이 느껴졌어요. 전염병으로 예상치 못한 뉴노멀을 맞이하고, 살고 있지만 마음껏 살지 못한 시기라는 생각을 공연 하나 하나에 담았어요.”

올해로 18회째를 맞은 평창대관령음악제(7월 28일~8월 7일·평창 알펜시아 및 강원도 일원)는 13회의 메인콘서트, 2회의 스페셜콘서트, 7회의 찾아가는 음악회로 관객과 만난다. 지난 달 티켓 오픈과 동시에 몇몇 공연은 매진됐고, 전체 티켓의 58.8%가 팔렸다.

해마다 프로그램을 직접 구성하는 손 감독은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클래식의 가치”라고 강조한다.

“제가 가장 크게 염두하는 것은 ‘타임리스(Timeless)’한 가치예요. 시간이 언제든, 공간이 어디가 됐든 사랑받는 것,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것,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다시 생각하고 곱씹어볼 수 있는 것이 가장 추구하는 형태예요.”

‘불변의 가치’, ‘고전의 가치’를 담은 음악제는 ‘산(Alive)’이라는 큰 주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메인 공연이 구성됐다.

손 감독은 “음악제가 18년의 역사를 맞았음에도 클래식 레퍼토리의 세계는 방대하다”며 “아직도 연주되지 않은 곡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 음악제는 손 감독인 공연을 구성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인 새로운 곡과 잘 알려진 곡을 고르게 섞었다. 음악제 곳곳에 처음 연주되는 곡들이 속속 숨어있고, 익숙한 곡들도 등장한다.

개막일 선보이는 ‘살(프레시, Flesh)’ (7월 28일)은 정치용의 지휘로 베토벤 교향곡 4번이 연주되고,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함께 한다. ‘끝은 어디? (네버 이너프! 2021(Never Enough! 2021))’ (7월 29일)라는 타이틀이 달린 메인 콘서트에선 18년간 이어온 음악제에서 단 한 번도 연주된 적 없는 곡들(니노 로타의 이중주, 슈베르트 사중주, 온스타인 피아노 오중주)이 무대를 연다. 또 다른 메인 콘서트 ‘등정(에버래스트, Everlast)’ (7월 31일)에서도 국내에서는 듣기 힘든 곡(리스트 교향시 3번 ‘전주곡’ 등)이 울린다.

메인 콘서트 ‘산 vs 죽은(얼라이브 vs 데드, Alive vs Dead)’ (8월 2~3일)은 손 감독이 “이번 음악제에서 피크로 꼽는 공연”이다. “새로운 시대를 연 작품이자 음악사에서 중요한 작품”인 쇤베르크의 ‘달에 홀린 피에로’와 피에로를 주제로 삼은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손 감독은 “피에로는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투명한 존재”라며 “모든 사람이 나를 투영해 볼 수 있는 존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대를 초월하는 클래식의 가치를 담고 있다. 그 당시에도 시의성이 있었지만, 이제 와서 이야기하는 데도 지금의 상황을 말하는 것 같은 작품이다”라고 소개했다.

올 평창대관령음악제엔 거장 피아니스트 백건우도 처음으로 무대에 선다. 메인 콘서트 ‘바위’(8월 6일, 알펜시아 콘서트홀)를 통해서다. 드뷔시, 차이콥스키 피아노 삼중주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첼리스트 김두민과 함께 한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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