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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맨 앞줄이 한국 위상? 노타이가 의전사고? G7 억지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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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개최된 G7 정상회의 기념 단체 사진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단체 사진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선 위치와 문 대통령의 '노 타이' 복장 등을 두고서다. 통상의 의전 원칙 등을 토대로 오해와 진실을 짚어봤다.



앞줄 중앙 文, ‘대한민국의 위상’?



중앙일보

문화체육관광부는 G7 정상회의의 성과를 알리기 위한 홍보물을 제작하며 "이 자리 이 모습이 대한민국의 위상"이라는 문구를 담았다. 한국의 위상 덕분에 문 대통령이 첫째줄 중앙 근처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뿐만 아니라 문체부는 원본사진에서 왼쪽 끝에 위치한 남아공 대통령을 삭제한 편집본을 사용해 외교 결례 논란을 샀다. [연합뉴스]


G7 회원국 7개국과 초청국 4개국 정상, 국제기구 수장 등 13명이 함께 찍은 사진 속 문 대통령은 첫째 줄 오른쪽 두 번째 자리에 위치했다. 개최국 정상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바로 옆, 중앙에 가까운 자리였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이를 강조하려는 듯 해당 사진을 활용한 페이스북 홍보 게시물에 ‘사진 한장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해당 홍보물의 본문엔 “이 자리 이 모습이 대한민국의 위상입니다. 우리가 이만큼 왔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문 대통령이 첫째 줄 중앙 근처에 자리한 것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 덕분이었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문구였다.

하지만 이는 통상적 의전 서열에 따른 것일 뿐이라는 게 외교가의 상식이다. 여러 나라 정상이 참석하는 다자 외교 행사에서 단체 사진을 찍을 때 맨 앞줄 가운데에는 항상 행사 주최국이 선다. 그 외에는 통상의 의전서열에 따라 앞 뒷줄 혹은 중앙과 외곽 여부가 결정된다.

대부분 국가는 '외빈의 격'을 나누는데 가장 의전서열이 높은 게 국가 원수인 대통령이다. 다음 서열이 행정 수반인 총리다. 서열이 같을 때는 재임 기간이 길수록, 재임 기간이 비슷하다면 나이가 많을수록 서열이 높은 것으로 보곤 한다. 이번 단체 사진도 이런 의전 매뉴얼을 충실히 따른 것으로 국가의 위상이나 국력 등과는 관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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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정상이 참여하는 다자회의의 경우 사진의 구도와 식사 메뉴, 동선 등 모든 사항이 매뉴얼에 따라 사전에 철저하기 기획된다. 위 단체사진에서 각 정상이 위치하는 자리 역시 의전 매뉴열을 충실히 따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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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진 맨 앞줄엔 주최국 정상인 존슨 총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통령들이 섰다. 존슨 총리의 왼편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오른편에 문 대통령이 자리했다. 두 정상 모두 취임 시점이 2017년 5월로, 참석 대통령 중 임기를 가장 오래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6개월 차로 중앙에서 먼 끝쪽에 배치됐다.

둘째 줄에는 모두 총리들이 섰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문 대통령보다 뒷줄에 선 것도 행정 수반인 총리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국가 원수는 일왕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스가 총리와 같은 둘째 줄에 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국제연합(UN) 사무총장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셋째줄에 섰다. 국제기구 수장의 위치는 행사 성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데, 주최국의 재량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는 게 통상적이다.

전직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의의 경우 동선, 식사메뉴, 사진촬영 위치 등 모든 사항이 의전 요소로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하기 계획된 매뉴얼에 따라 이뤄진다”며 “혹시나 모를 차별적 요소까지도 수십번에 걸쳐 점검하는 정상회의에서 사진촬영 위치를 국가위상과 연결하는 건 지나친 억측”이라고 말했다.



‘노타이’ 文, 대형 의전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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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인 노타이에 콤비 차림으로 해당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이날 사진을 촬영한 13명 중 노타이 차림은 문 대통령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 의장 두 명 뿐이었는데, 특히 정상 중에선 문 대통령 홀로 이같은 차림으로 사진 촬영에 임해 '의전 사고' 논란이 일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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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정장이 아닌 콤비 차림인 데다 넥타이를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의전 사고’ 아니냐는 이야기도 무성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 대통령의 이런 옷차림은 ‘의도한 결과’라는게 G7 정상회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정부 인사들의 설명이다. 다자 정상 행사에서 드레스 코드 역시 주최국이 결정한다. 주최국이 행사별 드레스 코드를 참여국에 사전에 통보하고, 참여국들은 이에 맞춰 정상의 의상을 준비한다. 공식 세션, 환영 만찬, 사진촬영 등 각 정상회의 행사별로 입을 의상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사진을 보면 문 대통령 외에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넥타이를 매지 않고 있는데, 이는 영국 측에서 넥타이 착장을 필수로 하는 드레스 코드를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는 게 복수의 외교 소식통들의 견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사진촬영 당시 문 대통령의 의상은 드레스 코드에 어긋나지 않는 복장이었다. 문제될 소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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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G7 정상회의에선 정장 차림을 요구하는 드레스코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럼에도 대다수의 정상은 그간의 관례와 전례에 따라 정장 차림으로 각종 행사에 참여했다. 사진은 지난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참가국 정상 내외가 영국 특수비행팀 '레드 애로우'의 G7 정상회의 축하 비행을 관람하는 모습. 이 사진에서도 문 대통령은 노타이 차림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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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연회 시 야회복 등 예복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비즈니스 수트 등 평복(lounge suit) 차림이 더 선호되는 분위기다. 캐주얼 수트도 허용되곤 한다. 다만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많은 정상은 정상급 외교 행사에서 정장에 넥타이 차림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야간 리셉션이나 만찬에는 흑색이나 남색 등으로 차려 입는 전통적 ‘블랙 타이(Black tie)’ 복장에 여전히 기본을 두곤 한다. 이번 G7 단체 사진에서도 남성 정상들은 대부분 어두운색 계열의 양복을 입었다. 해당 사진은 12일 오후 7시 30분(현지시간) 만찬 직전에 촬영했다.

또 캐주얼 수트 복장을 할 때도 상의와 하의의 색깔은 같은 계열로 맞추는 것이 전통적인 의전 관례로 인식된다. ‘고상한(noble) 옷은 좋지만, 신기한(novelty) 옷은 피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문 대통령이 밝은 청색 상의에 회색 하의로 상·하의 색깔을 다르게 입은 게 다소 눈에 띈 이유이기도 하다. 전형적인 정장 의상을 탈피함으로써 젊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뜬금없다’는 평가를 받을 소지가 있다.



스가 올린 사진엔 文·바이든 모두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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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는 왼쪽 끝에 위치한 남아공 대통령을 삭제한 편집 사진을 사용해 논란을 샀다. 오른쪽은 이같은 지적에 따라 해당 홍보물을 수정한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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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는 이 사진을 홍보물에 사용하며 원본이 아닌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을 삭제한 편집본을 사용해 논란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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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단체 사진의 절반을 잘라낸 이후 이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함께 사진을 촬영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이 삭제됐다. [인스타그램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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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스가 총리 역시 지난 13일 자신의 SNS에 이 단체 사진을 올리며 존슨 총리를 중심으로 오른쪽에 서 있던 6명을 통째로 삭제한 편집본을 사용했다. 문 대통령은 물론 바이든 대통령 등의 모습이 사진에서 사라졌다.부각하려는 지점이 다를 수는 있지만, 정상들의 단체 사진을 임의로 편집하거나 특정 인물을 잘라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외교 결례에 해당할 수 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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