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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상습지각' 푸틴, 이번엔 바이든이 기다릴 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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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각 16일 오후 8시께 제네바 고택에서

미 당국자 “큰 결과물 기대하지 않아…

협력 분야 및 미 핵심 이익, 가치 제시”

사이버공격·인권·군축 등 논의 예상


한겨레

2011년 3월10일 당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모스코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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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에서 16일(현지시각) 열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공식적인 차담이나 식사 없이 4~5시간 정도 진행될 예정이다. 회담 뒤 기자회견도 따로따로 한다. 양쪽이 인정하듯 ‘최저점’ 상태인 관계 속에 대면 만남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직접 확인하고, 최소한의 협력 지점을 찾아낸다는 기조가 회담 형식에서도 드러나는 셈이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미-러 정상회담 장소인 제네바로 이동하는 대통령 전용기에 취재진에게 이번 회담의 진행 방식을 설명했다.

16일 오후 1시(한국시각 저녁 8시)께 푸틴이 먼저 회담 장소인 18세기 고택인 ‘빌라 라 그렁주’에 도착해 기 파르믈랭 스위스 대통령과 인사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이어 바이든이 도착해 마찬가지로 파르믈랭의 안내로 입장한다. 푸틴은 외국 정상들과의 회담 때마다 상습 지각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런 순서대로라면 바이든이 먼저 도착해 기다리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3명의 대통령은 다시 함께 밖으로 나와서 기자들 앞에 잠시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때는 파르믈랭만 발언한다.

이어 미-러 정상은 건물 안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우선 두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만 참석하는 소인수회담을 하고, 이어 양쪽에서 4명씩 추가로 투입되는 확대회담이 열린다. 두 정상들만의 1 대 1 단독회담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회담 뒤 푸틴이 먼저 기자회견을 하고, 그 뒤 바이든이 따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고 미 당국자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액시오스>는 바이든이 유럽으로 출발하기 전 미-러 정상회담에 관해 러시아 관련 전문가 그룹의 조언을 들었는데, 전문가들은 공동기자회견을 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고 14일 보도한 바 있다. 2018년 7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미-러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푸틴을 옆에 세워두고 미 정보당국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해 거센 국내적 비판을 부른 바 있다.

미 당국자는 ‘러시아 쪽에서는 회담이 4~5시간일 거라고 말하는데 맞느냐’는 기자 질문에 “그렇다. 그 근처”라고 대답했다. 그는 “휴식시간은 있을 거로 예상하지만 (정상 간) 식사는 없으며, 참석자들이 물이나 차를 요청할 수는 있어도 전혀 공식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바이든이 먼저 제안해 이뤄지는 것이다. 바이든은 푸틴을 ‘살인자’로 부르고, 미 대선 개입이나 사이버 공격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며 제재를 부과하는 등 인권, 사이버 안보 등의 영역에서 러시아에 강공을 취해왔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와 갈등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원한다”며 관계 정상화도 함께 요구해왔다.

상충하는 상황을 반영하듯, 바이든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큰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바이든이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영역에서 푸틴에게 경고하고 일정한 협력을 모색하는 정도에 초점을 둔다는 것이다. 미 당국자는 “우리는 이번 회담에서 큰 결과물을 기대하지 않는다”며 “세 가지 기본적인 것들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 국익 증진과 더 안전한 세계를 위한 협력 △러시아가 대항할 경우 상응 조처를 부를 미국의 핵심 이익 분야 △미국의 가치와 국가 우선순위에 대한 바이든의 비전 설명을 꼽았다.

이 당국자의 발언을 종합하면, 회담에서는 랜섬웨어 공격 등 사이버 안보와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탄압 등 인권 문제가 다뤄질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군대 증강에 대해서도 바이든은 문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협력 사안들도 있다. 2026년 만료되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을 포함한 군축 문제도 논의 대상이다. 미 당국자는 워싱턴과 모스크바를 비운 각각의 대사를 복귀시키는 문제에 대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두 대통령은 최근 사이버 범죄자 상호 인도에도 공감을 나타낸 상태다. 서로 억류하고 있는 민간인의 상호 교환 가능성도 있다. 이밖에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대응,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협조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011년 3월 모스크바에서 각각 미 부통령과 러시아 총리로 만난 적 있는 두 사람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레드라인이 무엇인지 분명히 할 것”(바이든), “못생겼으면 거울을 보고 화내지 말라는 말이 있다. 자신을 들여다보라”(푸틴)고 밝히며 장외 신경전을 벌였다.

바이든은 회담 하루 전날인 15일 제네바에 도착해 미·스위스 정상회담을 한 뒤 푸틴과의 회담 준비에 들어갔다. 푸틴은 회담 당일인 16일 도착할 예정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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