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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골 냄새맡는 루키' 김민준 "경기장만 들어가면 눈이 돌고 미쳐" [현장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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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울산 현대 김민준이 지난 10일 전지훈련을 시행한 경남 거제에서 취재진과 만난 뒤 손하트 포즈를 하고 있다. 제공 | 울산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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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평소엔 안 그러는데 경기장만 들어가면 눈이 돌아간다.”

표현이 확실한 요즘 ‘20대 영건’ 답게 스스로 생각을 가감 없이 밝혔다. 올 시즌 정상빈(수원 삼성)과 더불어 K리그1의 강력한 ‘영플레이어상’ 후보로 꼽히는 울산 현대 김민준(21)은 골 냄새를 잘 맡는 신예 공격수다.

스타 선수가 즐비한 울산 공격진에서 그는 ‘U-22 카드’로 중용되고 있으나 출전 시간은 한정돼 있다. 올 시즌 17경기를 뛰었고 그중 16경기를 선발로 나섰으나 풀타임을 뛴 적은 없다. 그가 가장 오랜 시간 그라운드를 누빈 건 ‘데뷔전·데뷔골’을 기록했던 지난 3월6일 광주FC와 2라운드에서 58분. 나머지 경기는 전반 45분만 소화하거나 20~30분 정도 뛰었다. 17경기에 출전하면서 그가 총 뛴 시간은 640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김민준은 주어진 시간에 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그는 적확한 위치 선정과 왼발, 오른발을 가리지 않는 탁월한 슛 능력이 장점이다. 올 시즌 17경기에서 16개의 슛을 시도했는데 무려 75%에 달하는 12개를 유효 슛으로 연결했다. 그리고 30%가 넘는 확률로 4골을 해냈다. 특히 지난달 19일 전북 현대와 ‘현대가 더비’에서는 전반 8분 만에 번뜩이는 돌파로 상대 국가대표급 수비진을 무너뜨리고 오른발 선제골을 기록, 팀이 4-2 대승하는 데 이바지했다. 울산이 최근 2년간 이어진 전북 징스크를 깨는 데 김민준이 앞장선 것이다. 다만 전북전에서도 자신의 선제골 이후 팀이 두 골을 연달아 내주면서 전반 31분 만에 이청용과 교체돼 물러났다. 최근 A매치 휴식기에 경남 거제에서 전지훈련을 한 울산 숙소에서 만난 김민준은 이 얘기에 “그때 ‘골 넣고 빠지네…’라고 말하는 게 카메라에 잡혔다”고 웃더니 “사실 몸이 굉장히 좋다고 느꼈기에 (교체되는 게) 억울했다. 그런데 청용이 형이 들어가서 바로 경기 흐름을 바꿔서 할 말이 없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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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 김민준이 지난달 19일 전북 현대전에서 전반 8분 선제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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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울산 감독도 둘째 아들과 동갑내기인 김민준의 재능을 눈여겨보고 있다. 팀 운영상 전반에만 제한된 출전 시간을 부여하나, 향후 주력 요원이 되리라는 데 믿음을 품고 있다. 하지만 김민준은 패기 넘치게 “앞으로 30분 안에 두 골을 넣어서 교체당하지 않겠다”고 외쳤다.

김민준은 골 사냥 비법을 묻자 뜻밖에 “평소엔 안 그러다가 경기장에만 들어가면 눈이 돌고 미치는 게 있다”며 ‘자신을 향한 주문’을 언급했다. 그는 “늘 주요 순간에 공이 내게 온다고 주문을 건다. 그러면 정말 내게 오더라. 미리 준비된 자세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한다”고 말했다. ‘단 1초’의 간절함도 한몫한다. 지난해 울산에 입단한 그는 1경기도 뛰지 못했다. 올해만큼은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

김민준은 경기 전 루틴도 고백했다. “선수 입장할 때 (경기장 최초) 라인에 주발인 왼발부터 걸친다”고 밝힌 그는 “킥오프 전 베스트11 단체 사진 찍은 뒤 물로 손 씻고 세수를 한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크게 뜨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유스인 현대고 출신 김민준은 공교롭게도 고교 시절 라이벌로 지낸 수원 유스 매탄고 출신 정상빈과 영플레이어상을 두고 경쟁한다. 그는 “그들을 보며 ‘어린 선수 중 내가 잘하는 게 아니구나’하며 안주하지 않게 된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서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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