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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매경춘추] 또 하나의 백신, 정신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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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백신 접종 완료 비율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예전 생활로 되돌아가기를 기대해볼 수 있게 되었다. 미국 주요 도시에서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폐지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지속하면서도 일부 제한을 완화하고 있으며 그간 영업이 금지되었던 일부 사업장도 일정 수준 정상화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으니 바로 정신 건강과 관련된 문제다. 코로나19는 특히 사회화 및 타인과의 교류 측면에서 '웰빙'에 대한 우리 상식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며 이러한 재택근무 방식은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재택근무에는 유연한 근무 시간과 높은 효율성, 그리고 일부 개인 및 기업의 비용 절감 사례 등 여러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재택근무가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개개인들은 고립됨에 따라 자신의 가치관과 기여도에 의문을 품게 된다. 우리는 상호작용과 협력을 통해 필요한 혁신과 창조성을 활발히 창출한다. 한국 사회의 특징으로 한 집단에 소속되어 그 집단과 함께 물리적·사회적 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호작용이 많은 부분 사라졌다. 2주간 격리를 경험한 사람은 누구든 고립으로 인한 엄청난 압박감을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격리는 무기력증을 낳고,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우울감을 유발한다.

한국의 의료 체계는 매우 훌륭한 수준을 자랑하며 신체적 질병에 대해 신속히 대응한다. 국내 의료진 역시 최고 수준으로, 한국의 훌륭한 의료시설과 최고의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해외에서 방문하는 사례도 많다. 그러나 국내 보건 의료 체계의 취약점으로 다양한 정신 건강 문제에는 대응이 미흡하다는 점을 들 수 있으며, 이를 한국의 높은 자살률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정신 건강 문제를 드러낸 사람에 대한 사회적 낙인 때문에 개인이 자신의 정신 건강 문제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사실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한국인은 어떠한 종류든 신체적 질병에 대해서는 신속히 치료를 받고자 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행위에 대한 사회적 낙인은 없다. 오히려 누군가 신체적 문제를 호소하면 주위에서 먼저 "병원에 가보라"고 한다. 그러나 정신 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에 대한 한국 사회의 수용도는 낮은 편으로, 이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를 숨기고 부정하게 되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국내 의료 체계가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대응이 신속하지 못하다는 점 또한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

정신 건강 문제가 감기에 걸리거나 암에 걸리거나 치과 치료가 필요하거나 고혈압이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 건강 문제는 여타 신체적 질병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질병일 뿐이며, 이러한 사실이 사회적으로 수용되어야 한다.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이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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