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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고용" VS "불공정" 이사장 단식도 풀지 못한 건보공단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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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관 로비에서 김용익 이사장이 고객센터(콜센터) 직원 고용 문제를 대화로 풀자며 이틀째 단식을 하고 있다(왼쪽). 같은 시각 이 건물 밖에서는 민주노총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원들이 총파업 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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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간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 노조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해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이 단식에 나섰지만 여전히 갈등의 골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15일 오후 강원 원주시 반곡동 건보공단 본부 주차장은 "취준생 핑계 그만", "김용익 나가", ‘개XX’ 등 분필로 쓴 낙서와 그림이 가득했다. 인근 인도에는 고객센터 노동자 수십 명이 ‘단결’이라 적힌 마스크와 ‘직영화 쟁취’라고 적힌 띠를 모자 위에 두르고 “고객센터 직영화”를 외치고 있었다. 집회 사회자가 “직접고용의 꿈 포기할 수 있습니까”라고 외치자 “아니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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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강원 원주시 반곡동 국민건강보험공단 주차장은 "취준생 핑계 그만", "김용익 나가", ‘개XX’ 등 분필로 쓴 낙서와 그림이 가득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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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건보공단 1층 로비에선 기묘한 광경이 벌어졌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이 스티로폼 매트를 깔고 앉아 단식투쟁을 이어가는 와중에 한 편에는 건보공단 노조 조합원이 고객센터 직원의 직영화를 반대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건보공단 노조의 한 직원은 “고객센터 정규직화 절대 반대합니다. 공정한 절차를 거쳐 입사한 직원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내용의 시위 현장에 쪽지를 붙였다. 또 다른 편에서 고객센터 상담사 노조가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며칠째 로비에 돗자리 등을 깔고 숙식을 해결하며 농성 중이다.

김 이사장은 14일 고객센터 파업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단식에 들어갔다. 그는 고객센터 노조에는 파업 중단을, 건보공단 노조에는 사무논의협의회 참가를 촉구했다. 단식을 시작한 지 하루가 지났으나 아직 양측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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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건보공단 정규직 노조가 고객센터 직원의 직영화를 반대하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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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고용과 정규직화를 두고 벌어진 건보공단 노조와 고객센터 상담사 노조의 갈등은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됐다. 건보공단은 11개 민간 협력사에 위탁해 고객센터를 운영한다. 도급 계약으로 2년마다 재계약한다. 전국 7곳 고객센터에 1600여 명의 상담사들은 지난 10일부터 공단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2월 1차 총파업에 이은 2차 총파업이다. 24일간 이어진 1차 총파업은 직접 고용문제를 논의하는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를 구성하며 끝났다.

그러나 건보공단 노조에서 협의회 구성원의 편향성을 주장하며 협의회 참가 자체를 반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며 4개월간 협의가 중단되자 고객센터 노조가 2차 총파업에 나섰다. 전체 상담원 약 1620여 명 가운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소속 10개 사업장 근로자 약 972명(60%)이 파업에 참여했다. 이들과 갈등 중인 건보공단 노조 역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이다.



고객센터 측 “직무 경력 인정해야 공정”



앞서 국민연금공단(387명)·건강보험심사평가원(97명)·근로복지공단(360명)은 고객센터 상담사를 직고용 전환했다. 건보공단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0)화 정책에 맞춰 기간제 직원 57명(2017년), 청소·경비·시설관리를 하는 파견·용역 직원 636명(2018년)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고객센터 노조는 개인정보를 다루는 업무 성격상 건보공단이 직접 고용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건보공단이 위탁업체를 바꿀 때마다 해고를 걱정해야 하고 임금 지불할 때도 민간 위탁업체가 건보공단에서 대금을 받아 지급해 사실상 임금 협상의 효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고객센터지부 측은 “10년, 15년 일해 온 상담 노동자의 직무 경력은 인정해 주지 않고 좁디좁은 바늘구멍을 통과한 사람만 사람답게 사는 세상은 과연 공정한 세상이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은 좁은 문 앞에서만 줄 서 있는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고 밝혔다.



정부 방침 애매…"민간위탁은 협의회 거쳐야"



건보공단은 민간위탁기관의 경우 기존 정규직 전환과 기준 적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정부 방침은 다소 애매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추진 대상은 1단계 기존 고용노동부 공공부문 실태조사 대상기관(852개소)과 2단계 자치단체 출연‧출자기관,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자회사, 3단계 민간위탁기관으로 나뉜다.

고객센터와 같이 민간위탁으로 운영하는 경우는 직고용으로 전환할지, 자회사를 만들어 정규직으로 고용할지, 민간위탁을 이어갈지 등 명확한 기준이 없다. 조직구성원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회에서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으면 고용노동부가 심의 후 확정하는 구조다. 그래서 지난 1차 총파업 이후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를 두 차례 진행했으나 갈등이 풀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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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노조와 건보공단의 MZ세대(2030 직원)를 중심으로 “상담사 직고용은 역차별”이라는 불만도 상당하다. 지난 4일, 7일, 10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객센터 직영화 및 직고용을 반대하는 청원 글도 올라왔다. 온라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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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직고용이 역차별”



건보공단 노조에서도 20~30대인 MZ세대를 중심으로 “상담사 직고용은 역차별”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4일, 7일, 10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객센터 직영화 및 직고용을 반대하는 청원 글도 올라왔다. 이날 1층 시위 현장에서는 건보공단의 한 직원이 바닥에 붙인 종이에 “결과의 평등이 아닌 기회의 평등, 공정한 사회이기를 희망합니다. 공정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는 공단이기를 희망합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건보공단 사측은 고령의 김 이사장이 불편한 몸으로 단식까지 하는 만큼 18일 예정된 3차 사무논의협의회에 건보공단 노조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보공단 노조의 참여로 고객센터 노조가 대화를 시작한다면 총파업이 끝날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당분간 이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태윤 기자, 원주=박진호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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