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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숨에 660만원 날렸다"…'잡코인 솎아내기'에 투자자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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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11일 기습적인 업비트의 상장폐지와 유의종목 공지 발표 이후 해당 종목은 일제히 급락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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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금융당국은 본격적으로 관리ㆍ감독의 끈을 조이기 시작했다. 금융당국 신고 마감을 100여일 앞둔 암호화폐거래소는 거래소 정식 등록을 위해 ‘부실 종목(잡코인)’ 정리에 나서고 있다. 잡코인이 줄줄이 상장폐지되고, 일부 거래소가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이면서 투자자 피해도 커지고 있다.

‘잡코인 솎아내기’ 신호탄을 쏘아 올린 곳은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다. 업비트는 페이코인을 비롯해 마로, 옵저버, 솔브케어, 퀴즈독 등 5개 종목에 대해 오는 18일부터 원화 거래를 종료한다고 이달 11일 공지했다.

코모도와 에드엑스 등 25개 종목은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일주일 동안 업비트의 내부 상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이 종목들은 상장폐지 된다. 업비트의 이번 유의 종목 지정은 거래소 설립 이후 최대 규모다.



업비트발 쇼크에 거래대금 반토막



업비트의 ‘상장폐지’ 예고 이후 해당 암호화폐 가격은 급락했다. 업비트 발표 전날(10일)까지 67.6원에 거래됐던 퀴즈톡은 15일 오전 9시 21.7원까지 68%가량 하락했다. 상장폐지에 포함된 마로도 같은 기간 60% 이상 하락해 15일 현재(오전 9시 기준) 103.8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마저도 13일 90원까지 급락했다가 소폭 오른 것이다. '업비트 발 쇼크'다.

부메랑은 업비트로 돌아오고 있다. 업비트의 거래 대금이 최근 이틀 만에 반 토막 난 것이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4일 오전 10시 업비트의 최근 24시간 거래대금은 37억7158만달러(약 4조2147억원)다. 지난 12일 오전 10시(66억9419만 달러)보다 44% 줄었다. 390억 달러 규모로 거래됐던 한 달 전과 비교하면 10분 1 수준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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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쇼크, 상장폐지 코인의 가격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투자자와 퇴출 코인업체 반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업비트발 쇼크’에 투자자와 퇴출 코인 업체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30대 직장인 A씨(경기도 오산시)는 옵저버 코인에 지난달 약 1000만원어치를 투자했다가 업비트 상장폐지 이슈로 단숨에 660만원을 날렸다. 그가 손에 쥔 돈은 34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업비트 공지 이후 16원에 거래됐던 옵저버 가격이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A씨는 ”너무 손실이 커서 머릿속이 하얘졌다“며 ”지금이라도 팔아야 할지, 아니면 다른 거래소 옮겨야 할지 판단이 안 선다“며 한숨을 쉬었다.



중대형 거래소도 '잡코인 솎아내기' 이어질 듯



수천억원의 피해를 봤다는 코인 업체도 등장했다. 퀴즈톡은 지난 14일 “기습적인 업비트의 상장폐지로 인한 투자자의 피해액과 피해 사례를 집계 중”이라며 “정당한 사유와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상장폐지를 통보한 업비트에 대해 엄중히 항의하며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업비트발 쇼크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데 있다. '잡코인 솎아내기' 작업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어서다. 지난달 28일 정부가 발표한 가상자산 관리방안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의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관련 신고 과정에서 상장된 코인 종류가 많을수록 불리한 점수를 받게 되고, 암호화폐 거래소가 자체 발행한 코인의 상장과 거래도 금지된다.

옥석가리기를 통한 코인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도 “업계 1등인 업비트가 잡코인을 정리하는 데 나머지 업체들도 가만히 있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업비트에 이어 코인 상장폐지에 나선 거래소도 등장했다. 후오비코리아는 15일 "후오비토큰(HT)의 거래를 종료한다"며 "후오비토큰은 후오비 글로벌에서 2018년 1월 자체 발행한 토큰으로 금융당국과 협의 시 오해 소지가 있는 만큼 거래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투자자 손실을 막기 위해 2주간 유예기간을 둔 뒤 오는 20일 오후 12시에 거래 지원을 중단할 방침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암호화폐거래소 관계자는 “당장 나서긴 어렵지만 (거래소 등록을 마치려면) 정부의 규제를 거스를 순 없다”며 “실제 업비트 이후 논의가 있었고, 전반적으로 (잡코인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암호화폐거래소 관계자는 “실명 계좌를 갖춘 대형거래소라도 안심할 순 없다. 잡코인을 줄이라는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다만 갑작스런 상장폐지 결정으로 시장에 혼란이 가지 않도록 절차에 따라 유의종목을 지정할 것”이라고 했다.



위험종목 관리 나서는 금융당국



연말까지 줄 잇는 잡코인 퇴출 예고에 금융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잡코인 솎아내기가 대규모 투자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금융감독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14일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은 20여개 암호화폐 거래소에 이메일을 보내 “상장 폐지 됐거나 유의 종목에 지정된 코인 명단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시장에 영향을 줄 위험 코인 파악에 나섰다는 게 암호화폐 업계의 분석이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잡코인 정리에 나선 데는 9월 신고 문턱을 넘기 위해서다. 거래소는 오는 9월 24일까지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개설,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등의 요건을 갖춰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거래소 등록 이후에는 FIU의 감독과 검사를 받는다. 특금법에 따라 은행과 실명 확인 계좌 제휴를 맺지 못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염지현·홍지유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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