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택배노조 대규모 상경투쟁… ‘배송 대란’ 현실화하나 [뉴스 투데이]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택배노조 파업 영향 확산

집화중단에 대체인력 투입 ‘역부족’

장기화 조짐… 배송 지연 안내도

노조측 주 60시간 임금보전 요구

택배사 “분류 자동화 시행 연기를”

16일 협상 미타결시 ‘대란’ 가능성

경찰 “경고에도 집회 강행… 엄정대응”

세계일보

대규모 상경투쟁 15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전국택배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집회를 열고 과로사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택배노조 파업이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일부 지역에서 배송 지연이 계속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대규모 상경투쟁을 벌이는 등 본격적인 파업에 나서면서 ‘택배 대란’ 현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택배노조에 따르면 전국 각지에서 집결한 노조원 4000여명이 이날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과로사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택배노조 소속 우체국택배 노조원들은 전날부터 여의도우체국 청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를 기습 점거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9일 시작된 택배노조 파업이 일주일째에 접어들면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배송 지연이 계속되고 있다. 민간 택배사들은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송장 출력을 제한하고 집화를 중단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관리직 직원과 직고용 택배기사를 투입해 배송을 지원하고 처리가 안 된 물량은 발송처로 반송하고 있지만 배송 지연을 막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경기 성남에 사는 김모(30)씨는 지난 8일 주문한 택배를 일주일째 받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집 근처 터미널에는 진작 도착했다고 하는데 그 이후로 배송이 안 된다”며 “찾아갈 수 있다면 직접 찾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진택배는 울산과 경기 성남·광주, 경남 거제, 전북 군산과 정읍 일대에서, 롯데택배는 울산과 경남 창원, 서울 은평구, 경기 이천 등에서 배송이 늦어지고 있다. 또 CJ대한통운은 창원과 울산, 경기 성남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파업 영향을 받고 있다. 다만 같은 지역이라도 대리점별로 소속 택배기사의 파업 참가 여부에 따라 배송 사정이 다르다.

세계일보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전국 택배노동조합 소속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이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상경 집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체국은 전체 소포가 배달 지연될 수 있다고 안내한 데 이어 지난 11일부터는 모바일과 인터넷 콜센터 등을 통한 방문택배 접수를 중단하고, 파업에 참여한 위탁택배원 대신 집배원을 투입했다. 계약택배의 경우 냉동·냉장 등 신선식품 접수를 중단한 상태다.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고객에게 배송 지연 가능성을 미리 안내하고 있다. G마켓·옥션·11번가·인터파크 등 오픈마켓도 입점 판매자들에게 배송 지연을 고객에게 알리라고 공지하고 고객 양해를 구하는 안내문을 띄웠다.

한여름 날씨에 변질 우려가 큰 냉동·냉장식품 온라인 판매 업체 등은 타격이 심한 상황이다. 배송에 민감한 상품 특성상 제품 출고 이후 고객이 제대로 수령하지 못하고 본사로 반송될 경우 대부분을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배송 차질이 예상될 경우 아예 출고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파업 개시 전 접수 건은 피해가 불가피하다.

세계일보

지난 14일 전국택배노동조합 소속 우체국택배 노동자들이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 1층 로비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택배업계는 16일까지 ‘택배종사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최종회의에서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정상 배송이 이뤄지고 있는 지역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의 쟁점은 사회적 합의안 시행 시점과 노동시간 감축에 따른 수수료 보전 문제가 될 전망이다.

사회적 합의안 시행 시점에 대해서는 택배사들이 당초 1년 유예안에서 한발 물러나 연내 시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사들은 분류 인력 투입과 분류 자동화 기기 설치에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만큼 합의안 적용 시점을 늦춰 달라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과로사 방지를 위해 정부가 제시한 주 평균 60시간 이내로 노동시간을 줄이면 배송만 하는 택배노동자 임금이 줄어든다며 물량 감소분에 따른 임금 보전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물량 감소분에 대한 수수료 보전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집회와 관련해 택배노조가 감염병 확산 위험에 따른 수차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집회를 강행했다며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수사전담팀을 편성하고 주최자와 집회 주요 참가자 등에 대해 집회시위법 및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