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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SS인터뷰]누드모델 하영은 "당신은 자신의 몸을 얼마나 잘 돌봐주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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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누드모델 하영은.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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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 누드모델 하영은(한국누드모델협회 회장)이 34년 누드모델 인생을 담은 책을 이달 말 출간한다.

하영은의 에세이 ‘나는 누드모델입니다’(라곰)는 출간 전 현재 카카오페이지 앱에서 일부 내용을 선공개해 독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책은 누드모델이 밝히는, 몸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큰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카카오페이지에 선공개한 글을 읽은 독자들은 “누드모델이 이렇게 힘든 일을 하는지 몰랐다”, “엄청난 노력을 하는 걸 알고 놀랐다”, “몸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등 호응을 보내고 있다.

1988년 한 사진작가의 권유로 누드모델계에 입문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밝히고 공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한국누드모델협회를 만들어 회장으로 일하면서 누드모델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자신의 벗은 몸이 예술가의 손을 거쳐 그림이 되고 조각품이 되어 미술관에 전시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일을 더욱 사랑하게 됐다는 하영은을 만났다.

책을 출간하기 전 망설였다는 하영은 회장은 “1997년에 자서전을 쓰자는 제안이 있었는데 그때는 너무 흥미위주로 소비되지 않을까 싶어 쓰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았다. 지금은 연륜도 경력도 쌓였고 사람으로서도 깊이가 생겼다고 생각해 부족하지만 그래도 괜찮겠다 싶어서 쓰게 됐다”면서 “일반인들이 모르는, 누드모델이 하는 일이나 몸에 대한 이야기 등을 담았다. 누드모델이 일을 하면서도 얼마나 노력하는가를 알려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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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모델 하영은.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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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벗고 가만히 서있으면 되니 쉬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누드모델은 그 어느 직업보다 어려움이 크다. 캔버스 앞에서 옷을 벗고 한가지 자세를 장시간 취해야 하기 때문에 허리 디스크 등 직업병이 따른다. 여기에 더해 일부 몰지각한 예술가들의 성추행에 시달리는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하영은 회장은 “누드모델은 쉬운 직업이 아니다. 지난주에도 협회 회원 모델이 누드크로키 수업에 모델로 갔다가 작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그 모델은 성추행을 당한 충격으로 잠을 못자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과거 내가 겪었던 성추행, 성폭행의 트라우마가 떠올라 너무 힘들었다. 협회 차원에서 고소를 진행하고 해당 문화센터 수업을 폐강하도록 요청하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대부분 사비를 털어 은영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협회를 이끌어가는 이유는 누드모델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떳떳하게 일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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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드모델입니다’ 표지. 제공|라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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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누드모델로 활동 중인 사람은 전국에서 약 500명 정도. 그 중 활동이 활발한 사람은 약 150명 정도다. 그나마도 코로나19로 인해 대학 수업이 비대면으로 돌아서고 4인이상 집합금지가 되면서 수요가 끊겨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다.

하영은 회장은 “34년째 누드모델로 활동하면서 요즘처럼 일이 끊긴 적은 없었다. 일이 없으니 생계가 힘들어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는 회원들도 많다. 그래도 우리 업계만 힘든 게 아니니까 힘들어도 참아내고 있다. 이처럼 힘겨움을 참아내는 이유는 이 일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미술사에서 유명한 명작이 탄생하는데 영감을 준 누드모델이 많다. 제주현대미술관 변종필 관장은 추천사를 통해 “누드모델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직업적 편견에 맞서 숱한 시간을 당당하게, 열정적으로 누드모델업계를 개척해낸 하영은은 누드모델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예술가에게 가장 순수한 형태로 영감을 제공하며, 수준 높은 예술작품의 탄생을 이끈 뮤즈였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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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모델 하영은.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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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예술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으로 누드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하영은 회장은 “디스크나 관절염 등에 시달리지만 이 직업을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칠십세, 팔십세까지도 누드모델을 할 생각이다. 칠팔십세 할머니의 몸이 되면 늙고 주름진 몸 자체만으로도 화가분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하영은 회장은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당신은 자신의 몸을 얼마나 잘 살피며, 돌봐주고 있는가? 한 번쯤은 자신의 몸을 정면으로 인식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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