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경동나비엔 vs 귀뚜라미, 보일러 1·2위 대결 '여름'이 더 뜨겁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뉴스핌] 조석근 기자= 국내 보일러 업계가 겨울보다 더 '뜨거운'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봄, 여름은 보일러 업계의 비수기로 여겨진다. 그러나 보일러 업계는 이같은 통념은 실상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국내 보일러 양강 경동나비엔, 귀뚜라미그룹은 확인히 다른 모습으로 비수기를 극복했다. 1위 경동나비엔은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미국·러시아 등 시장을 공략, 국내 매출 비중을 40% 이하로 줄였다. 귀뚜라미의 경우 냉방·공조 등 사업 다각화로 본업인 보일러 부문 비중을 30% 이하로 낮췄다. 그 때문에 국내 보일러 양강의 생산공장은 최성수기 겨울보다 오히려 여름이 더 바쁘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뉴스핌

[서울=뉴스핌] 경동나비엔의 프리미엄 콘덴싱 보일러 NCB 760 모습. [사진=경동나비엔] 2021.06.14 photo@newspim.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내수기업' 이미지 벗은 경동 vs '사업 다각화' 성공 귀뚜라미

15일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에 따르면 우선 경동나비엔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326억원으로 전년보다 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42억원으로 93%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8734억원으로 전년보다 12.7%, 영업이익은 671억원으로 49% 늘었다.

경동나비엔의 이같은 성장세는 무엇보다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 덕분이다. 지난해 경동나비엔의 전체 매출 중 해외 부문 비중은 60%다. 이 가운데 미국을 포함한 북미 시장만 해도 48%를 차지한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국내 전체 보일러, 온수기 수출의 88%를 차지한다"며 "해외 부문은 국내 매출보다 계절적 편차가 적어 질적 성장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경동나비엔은 2006년부터 미국법인을 설립한 후 북미 시장에 집중했다. 당시 미국은 린나이, 노리츠, 다카키 등 일본 업체들이 선점했다. 미국의 경우 도심은 물론 시 외곽에 가스관 등 난방 인프라가 노후화된 곳이 많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전반적인 난방설비 수준이 한국, 일본보다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경동나비엔은 열효율을 일본 경쟁업체들 대비 20% 이상 높이고 배기가스를 줄인 콘덴싱 보일러를 앞세웠다. 또한 가스관 교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콘덴싱 온수기, 친환경 스테인리스 열교환기 등 제품을 앞세워 일본 업체들의 아성을 꺾었다.

뉴스핌

[서울=뉴스핌] 조석근 기자=경동나비엔, 귀뚜라미홀딩스 실적 추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보일러 시장은 1990년대까지 활발한 성장 단계였으나 2000년대 들어 정체기를 맞았다. 경동나비엔이 적극적인 해외진출로 성장세를 회복했다면 귀뚜라미의 경우 사업 부문 다각화를 선택했다. 2006~2008년 차례로 인수한 범양냉방, 신성엔지니어링, 센추리 등 귀뚜라미 내 '냉방공조 3사'가 대표적인 예다.

귀뚜라미그룹은 2019년 11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지주사인 귀뚜라미홀딩스 이하 귀뚜라미, 귀뚜라미홈시스, 나노켐, 귀뚜라미에너지와 함께 냉방공조 3사 등 11개 업체가 연결 대상 종속기업이다.

비상장 기업인 귀뚜라미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9531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자회사 실적이 대거 반영, 매출액은 전년 대비 65% 늘었다. 영업이익의 경우 8% 증가한 262억원이다.

지난해 귀뚜라미홀딩스 전체 매출액에서 범양냉방, 신성엔지니어링, 센추리가 4500억원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이들 업체들은 대형 건물, 공장의 냉동·냉방 설비와 대규모 공조장치 구축에 특화된 업체들이다.

귀뚜라미가 2016년 인수한 강남도시가스(현 귀뚜라미에너지)의 지난해 매출액은 2185억원이다. 전체 귀뚜라미홀딩스 매출의 23%를 차지한다. 본업인 귀뚜라미의 보일러 부문 매출은 2813억원으로 홀딩스 전체 매출의 30%다. 냉방공조, 가스 및 에너지 등 신사업 부문 실적이 본업을 크게 뛰어넘은 것이다.

뉴스핌

[서울=뉴스핌] 서울 강서구 마곡동 소재 귀뚜라미 냉난방 기술연구소 [사진=귀뚜라미] 2021.06.14 photo@newspim.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보일러 편중 vs 수출 미미, 한계도 '뚜렷'

국내 보일러 업계는 경동나비엔, 귀뚜라미, 린나이코리아, 대성쎌틱 등 4개사가 경합 중이다. 린나이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3185억원으로 이 가운데 절반은 가스레인지 부문이다. 최근 대성쎌틱이 롯데알미늄의 보일러 부문을 인수하면서 린나이코리아를 바짝 추격하는 중이다.

2019년 일본의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를 겨냥한 수출규제 이후 대대적 불매운동으로 린나이코리아는 크게 부진했다. 국내 보일러 양강은 지난해까지 연이어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해석된다. 경동나비엔, 귀뚜라미는 각각 해외진출, 사업 다각화로 후발업체들과의 격차를 더 확대시킨다는 입장이다.

경동나비엔은 북미를 잇는 다음 시장으로 중국, 러시아를 겨냥 중이다. 중국 정부는 2060년을 목표로 탄소배출 제로(0)를 의미하는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석탄 난방시설, 노후 보일러의 대대적 교체를 예고 중이다. 러시아는 북반구 고위도에 위치한 특성상 난방 수요가 많다.

이들 시장의 경우 바일란트, 보쉬 등 세계 보일러 업계의 전통적 강호인 독일 업체들이 강세다. 경동나비엔은 러시아에서 가스보일러 1위를 차지하는 등 현지 환경에 특화된 제품으로 이들과 경쟁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계도 따른다. 경동나비엔의 경우 매출액 대부분이 보일러, 온수기 등 기존 사업 부문에서 발생한다. 2015년 온수매트, 2019년 청정환기시스템 등 신사업 부문에 진출했지만 지난해 이들 부문의 매출은 전체 7~8%에 불과하다. 주력 제품군 확장이 여전한 과제로 꼽힌다.

귀뚜라미는 2018년 '냉난방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귀뚜라미 및 냉방공조 3사 연구원 300여명을 모두 집결시켰다. 냉난방 융복합 신기술을 통해 보일러와 냉난방, 공조를 연결하는 종합 시스템 기업으로 부상한다는 차원이다.

다만 전체 매출액 10%대 저조한 해외실적으로 '내수기업'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점은 약점이다. 그 때문에 지난해 초 경쟁사인 경동나비엔의 최재범 전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전격 영입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대우일렉트로닉스 해외사업본부장, 미국 GE 백색가전 대표, 메디슨 대표를 거쳐 2011년부터 6년간 경동나비엔의 경영을 책임졌다. 경동의 해외시장 개척 주역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이 분야 글로벌 기업들이 통합 시스템 업체의 모습으로 진화한 만큼 당사도 본업인 보일러를 넘어 대형 에어컨, 원전용 냉동공조기까지 수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mysun@newspim.com

저작권자(c)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