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의욕 제고와 농가소득 보전을 취지로 내세울 것이 뻔하지만 이 법안은 논란의 여지가 상당하다. 어업인 등 타 직종의 많은 종사자를 배제한 채 특정 직군인 농민에게만 기본소득을 주자는 점에서 우선 형평성 문제를 낳을 수 있다. 한국주택토지공사(LH)사태에서 드러났듯 도시인들의 불법 농지투기가 적지 않은 상태에서 가짜 농민을 걸러내지 못할 경우 국민 세금을 투기꾼에게 쥐여주는 한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현행 법령상 약 300평의 농지를 경작하거나, 연간 120만원어치 농산물을 팔거나, 90일 이상 농사를 지었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투기꾼도 정부 지원의 기준이 되는 ‘농업인’ 자격을 갖출 수 있어서다.
법안은 또 지원 대상자의 경제 사정과 관계없이 무차별로 현금이나 지역 화폐를 주겠다는 점에서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의 성격이 농후하다
. 유력 대선주자들이 청년 유권자를 겨냥해 1000만원 해외여행비 지원, 1억원 적금 통장, 3000만원 사회 출발 자금 등의 선심 공약을 앞다퉈 입에 올리고 있는데 이어 일각에서 농민기본소득까지 도입하려 한다니 대선이 임박하면 세금 퍼주기가 얼마나 더 극성을 부릴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13일 오후 5시 기준 1761만원을 넘어섰다. 나랏빚은 1초당 305만4300원씩 늘어나 내년이면 1000조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정치인은 세금 뿌리고 생색내는 데서 희열을 느낄지 몰라도 후유증은 고스란히 미래세대의 몫이다. 정치권은 재정건전성을 위협할 퍼주기 법안을 자제하고 나라 살림을 바로 잡을 대책 마련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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