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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위기의 삼성] TSMC, 반도체 영토 확장....총수 부재로 ‘파운드리 초격차’ 언감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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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가 연일 해외에서 대규모 투자를 공언하면서 삼성전자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TSMC는 이미 높은 점유율을 기반으로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 착공에 이어 일본에도 반도체 공장을 지어 대만-미국-일본을 잇는 '트라이 앵글' 생산 체제를 구축, 파운드리 시장에서 독주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글로벌 1위를 목표로 삼은 삼성전자의 행보는 굼뜨기만 하다. '총수 부재' 상황에서 상당한 투자 규모는 정했더라도 과감한 추진이 힘든 탓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혼자만의 힘으로 시스템 반도체 초격차는 힘들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K반도체 벨트 전략'에 나선 정부가 보다 과감한 지원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세제 혜택, 규제 철폐 등을 제때 실행해 메모리 반도체 1위 위상마저 무너지지 않도록 골든타임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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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중국 제치고 미국·일본과 협력 체제 강화

15일 업계에 따르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TSMC가 일본 정부의 요청에 따라 구마모토현에 16㎚(나노미터) 또는 28㎚ 공정의 대규모 공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 11일 보도했다.

앞서 일본 언론은 TSMC가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반도체 연구개발 시설을 건설하기로 했으며 일본 정부가 TSMC에 약 190억엔(약 2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TSMC는 일본에 연구 시설에 이어 생산 시설까지 거점을 두게 된다.

신설 공장에는 16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와 28나노 공정이 도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경쟁이 치열한 5나노급 이하 첨단 미세화 공정은 아니지만 자동차와 스마트폰 등 최근 공급 부족사태가 심화하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TSMC가 공장 설립을 검토하는 구마모토현에는 소니의 이미지센서 공장이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들어가는 이미지센서에서 소니는 삼성전자(2위)에 앞선 세계 1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TSMC의 공장 건설 검토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망 강화 움직임 속에 양측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TSMC를 유치하면 (공급망 안정이라는) 경제안보를 포함해 일본 반도체 산업의 진흥을 꾀할 수 있다”며 “새 공장의 고객사는 소니와 일본 자동차 대기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TSMC는 이미 미국에서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화웨이 제재 등 미·중 무역분쟁 속에서 발빠르게 미국 편에 서며 미국의 환심을 샀고, 최근엔 애리조나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을 총 6개 라인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애리조나 1개 라인 투자비가 120억 달러(약 13조4000억원)에 달하는데 이를 6개로 늘리면 투자비가 8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또 지난 4월에는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약 113조원)를 쏟아붓겠다는 장기 투자 계획을 밝혔다. 앞으로 3년 동안 연평균 37조6000억원을 시설투자에 투입할 전망이다.

웨이저자(魏哲家) TSMC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있었던 연례 기술설명회에서 “미국 애리조나주 팹 건설은 계획대로 진행 중이고, (해당 팹에서) 5㎚ 반도체를 2024년부터 양산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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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막대한 영업이익으로 잇딴 투자...'총수 부재'로 침묵 길어진 삼성전자

TSMC가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역대급 호실적 덕분이다. TSMC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분기 역대 최고 성적을 경신하고 있다.

올해 1분기 TSMC는 매출 129억 달러(약 14조5000억원), 영업이익 53억6000만 달러(약 6조원)로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메출은 삼성전자보다 4조원 이상 작지만, 영업이익은 2배 가까이 높다.

TSMC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말 기준 5432만9300만 달러(약 605조7717억원)로 1년 전에 비해 96.3%나 급등하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 시총 1위다. 2위인 삼성전자와 TSMC의 시총 격차는 5월 말 기준으로 1년 전 대비 10배 수준으로 벌어졌다.

TSMC의 독주를 지켜보는 삼성전자의 속이 편치 않지만, 시원하게 호언을 장담하지도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K반도체' 전략에서,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도 1위 자리에 오르기 위해 2019년에 계획했던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투자금액을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연평균 투자금액은 15조~16조원 선으로, 연평균 35조~40조원을 쏟아붓는 TSMC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시설 투자비는 32조9000억원으로 TSMC 못지않지만 연 20조원 이상은 메모리 반도체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써야 한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 부재와 계속되는 사법리스크 속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제2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나 아직 투자를 확정하지 못했다. ​미국 새 파운드리 팹은 5㎚(나노) 공정이 유력한 가운데, 3나노 팹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투자와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과 입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국내의 경우, 이미 공사에 들어간 평택캠퍼스 3라인(P3)에는 파운드리 설비를 얼마나 들여올지 미정이다.

미국 쪽 시설 투자와 별개로 TSMC가 적극적인 2·3나노 초미세공정 로드맵에서도 삼성전자는 개발 계획이 불투명하다. 내년 하반기 3나노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를 만들겠다는 계획과 2나노 칩 기술의 개발이 끝난 상태지만, 관련 시설투자 움직임은 요원하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굼뜬 행보에 TSMC와의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삼성전자는 내년 이후 3나노 파운드리부터 기존 '핀펫' 공정 대신 차세대 구조인 'GAA(Gate-All-Around) FET' 공정을 적용해 TSMC와의 기술 격차를 뒤집겠다는 계획이다.

해외 언론도 삼성전자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삼성전자의 투자규모는 TSMC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라며 “삼성전자와 TSMC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가 공언한 반도체 연구개발(R&D) 투자 및 시설 투자 비용 가운데 각각 최대 50%, 20%까지 세액 공제를 해주겠다는 내용 등을 담은 반도체특별법 제정도 동력을 잃어가는 분위기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은 현재 파운드리보다 D램, 낸드 등 메모리 분야의 신기술 개발 경쟁에서 후발주자인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에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메모리의 양대 산맥인 D램과 낸드의 최첨단 경쟁에서 마이크론이 치고 나오면서 20년 가까이 지켜온 한국의 메모리 최강국 지위도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서둘러 세제 혜택, 규제 철폐 등 과감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석유선 기자 ston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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