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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제 정치 1번지는 노원구"…이준석이 쓴 '상계동 클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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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온곡초 나온 상계동 출신

홍정욱·안철수 등 지역구 의원 지내

주민 “정치인 인지도, 종로보다 높아”

“아파트·학원만 많아 편의시설 낙후”

신도시처럼 지역발전 기대감도

“저기가 준석이가 나온 초등학교야, 이번에 당 대표가 된 그 준석이 말이야.”



14일 오전 11시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문구점에서 주인 장모(57·여)씨가 건너편의 서울 온곡초등학교를 가리키며 말했다. 온곡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졸업한 학교다. 1984년부터 상계동에 거주했다는 장씨는 “준석이가 선거운동을 할 때 이 앞을 지나가면서 몇 번 인사도 주고받았다”며 “당 대표를 하기에는 나이가 어려 걱정도 되지만, 같은 지역주민으로서 기대가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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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995년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온곡초등학교에 재학 중일 때 수학여행에서의 단체 사진. 세 번째 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 하얀 옷을 입고 있는 게 이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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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처음으로 등장한 30대 보수 정당 대표는 서울 여의도뿐만 아니라 고향인 노원구도 강타했다. 이 대표가 노원구 상계동 출신이라는 점에 대해 지역 주민들이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면서다. 야심만만한 청년의 사업 성공기를 그린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빗대 ‘상계동 클라쓰’라는 말도 나온다.



청년 보수당 대표 등장에 고향 노원구 들썩



이 대표가 정치권에 몰고 온 바람이 큰 만큼 노원구 주민들도 그가 상계동 출신임에 각별한 애정을 보인다. 상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불암산 등산을 준비하던 정모(69·남)씨는 기자가 이 대표의 얘기를 꺼내자마자 “바로 이 근처에 살고 있다”며 호응했다. 정씨는 “능력 있고 말도 잘하는 뛰어난 젊은 인재가 민주당 텃밭인 이곳에서 여러 번 낙선해 아쉬웠다”고 했다. 그는 “젊은 세대를 원하는 국민의 요구에 발맞춰 이 대표가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대표와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이모(32·남)씨는 자신을 ‘이준석의 팬’이라고 소개했다.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이준석 대표처럼 논리적으로 말을 잘하는 정치인을 본 적이 없다”고 설명하면서다. 그는 “이 대표가 노원구 토박이다 보니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같은 30대이자 상계동 출신으로서 당 대표에 오른 이 대표가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대표는 대표적인 ‘민주당 텃밭’인 노원구에서 3번 낙선했다. 상계동은 ‘0선 대표’라는 별칭을 만들어 준 지역구다. 그랬던 그가 제1야당의 당 대표로 성장하는 아이러니가 만들어진 셈이다.



“상계동 출신의,상계동을 위한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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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상계동 출신의, 상계동을 위한, 상계동의 정치인 이준석'을 내세우며 2016년 20대 총선과 2018년 재보궐 선거, 2020년 21대 총선 모두 연달아 서울 노원병에 출마했다.


1985년 3월 31일생으로 올해 36살인 이 대표는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에서 태어나 1년 뒤에 상계동에 전입했다. 상계동 성당을 다니고 온곡초를 졸업했다는 정보도 주민들에게서 얻을 수 있었다.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김모(76·여)씨는 “공부 잘하고 유학 갔다 온 똑똑한 청년으로 엄마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과거 선거 운동 때 “상계동 출신의, 상계동을 위한, 상계동의 정치인 이준석입니다”라며 선거 운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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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국회의사당역에서 국회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대표실 한 관계자는 “이 대표는 평소에도 따릉이를 애용했으며, 당 대표 차량은 있으나 운전 기사를 아직 구하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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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욱·노회찬·안철수, 그리고 이준석



‘이준석 돌풍’은 상계동 주민들에게 정치적 자부심과 아쉬움을 동시에 불 붙이고 있다. 상계 6·7동에 거주하며 경비원으로 일하는 송모(72·남)씨는 “노원구는 노회찬이나 안철수 등 유명한 정치인이 활동한 곳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7막 7장』의 저자이자 야권의 ‘잠룡’으로 불리는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 진보 정치인의 상징이 된 고(故) 노회찬 전 의원, 대권주자군에 속해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이 모두 상계동(노원병)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 주민들 사이에선 “출신 정치인들의 인지도로 보면, 종로가 아니라 노원구가 정치 1번지”라는 주장도 나온다.

송씨는 그러나 “여러 유력 정치인이 상계동에서 나왔지만, 힘이 없어서 그런지 자주 바뀌어서 그런지 낙후된 상계동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가 힘을 좀 얻어서 상계동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중계동 은행사거리에서 만난 학부모 김모(41·여)씨는 “강남 등 다른 지역이 발전할 동안 노원은 교통 편의나 상업지구 측면에서 달라진 게 크게 없다. 아파트와 학원만 많다 보니 신도시들과 비교하면 점점 낙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12일 상계동의 한 카페에서 이준석 대표와 만나 한 시간가량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 대표와 안 대표는 1㎞ 정도 거리를 두고 사는 상계동 이웃사촌이다. 이 대표는 당 대표 경선 때 “대표가 되면 같은 상계동 주민으로서 (안 대표와) 허심탄회하게 합당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 1번지까지는 아니더라도 향후 상계동이 정치권에서 자주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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