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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준석 버스론 vs 윤석열 택시론…두 남자의 공정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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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왼쪽) 전 검찰총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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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상징하는 가치는 ‘공정(公正)’이다. 그가 지지율 선두를 다투는 대선 주자가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공정의 가치를 상징하는 인사가 됐기 때문이다. 3월 4일 검찰총장직을 던질 때도 그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 누구나 죄를 지으면 공정하게 처벌받는 게 정의와 상식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가치도 공정이다. 강성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그는 “공정한 경쟁”을 강조한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나이가 많든 적든 능력에 따라 경쟁하고 대우받는 게 공정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지난 11일 대표 수락 연설에서도 “우리 당은 정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이라는 공통의 가치 위에 서 있는 듯한 두 사람이지만 최근 국민의힘 입당 문제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대표 당선 뒤 여러 언론 인터뷰에 나선 이 대표가 주로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이 대표는 14일 오전 세 개의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윤 전 총장에 관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준석 “尹, 文정부 모순 부각돼 빛…대선, 특정인 이벤트 아냐”

이 대표는 “지금 호사가들이 윤석열 전 총장의 반부패 이미지가 자체 발광이냐, 반사체냐 이야기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모순이 부각돼야만 윤 전 총장이 빛을 발하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 문제나 경제 문제가 부각되는 상황이 올 수 있고 거기에 따라서 가장 각광 받는 대선 주자가 조금씩 변할 것”이라고도 했다. 현재 윤 전 총장이 누리고 있는 대중적 인기에 언제든 부침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도 거듭 촉구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일정을 고려해 입당 시한을 8월로 못박고 있는 그는 “8월 이야기를 하는 건 공당의 대표로서 당내 주자와 당밖의 주자에게 명확한 신호를 줄 필요가 있는 것”이라며 “대선이 특정인을 위해서 치러지는 이벤트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8월에) 탑승하실 분들은 탑승하기 위한 일정을 맞춰갈 것”이라고도 했다. 대표 경선 기간 동안 강조한 이른바 ‘버스론’을 또 다시 언급한 것이다.

전날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국민의힘 입당을 하지 않고 결국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시장에 패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거론하며 “안철수의 선례가 타산지석이 되길 바란다”는 말도 했다. “‘윤석열 대세론’이 있지만 그의 공정 어젠다가 끝까지 갈지는 의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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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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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의 입당 압박에 윤 전 총장 측도 대응에 나섰다.

이날 공보 창구를 공식 가동한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문제와 관련해 “모든 선택은 열려 있다.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예찬, “버스 출발해도 택시 타고 직행할 수 있다”

‘윤석열의 참모’로 소개됐던 30대 시사평론가 장예찬씨는 이 대표의 ‘타산지석’ 발언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버스 먼저 출발해도 택시 타고 목적지로 직행할 수 있는 사람에게 언제 들어오라고 으름장을 놓을 필요가 없다”고 썼다. “버스비 두둑하게 낼 수 있는 손님이 한 명도 없는데 먼저 출발하면 버스 기사만 손해”라고도 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없이 대선 본선에 직행할 수 있고, 국민의힘 내부의 대선 주자는 경쟁력이 없다는 걸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입당을 놓고 왜 이렇게 양측은 평행선을 달릴까.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총장의 타임테이블(일정표)이 서로 다른 것”이라며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검사 윤석열’에서 ‘정치인 윤석열’로의 전환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尹측 “이준석과 윤석열의 타임테이블 다르다”

현재 윤 전 총장 주변의 의견은 ‘빨리 입당해 수월하게 경선을 치러야 유리하다’와, ‘최대한 입당을 늦춰 주도권을 가져오는 게 유리하다’로 갈려 있다고 한다. 현재로선 윤 전 총장이 그 사이 어딘가에서 고민을 하고 있고, 곧바로 입당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주변에선 “국민의힘이 윤 전 총장을 ‘원 오브 뎀(one of them·여럿 중 하나)’으로 치부하면 안 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입당을 하더라도 윤 전 총장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이 대표가 추구하는 ‘공정’과는 거리가 있다. 이 대표는 ‘기회의 공정’을 중시한다. 누구든 기회는 똑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TV 토론 때마다 “(대표 경선은) 윤석열 선거대책위원장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사람을 뽑는 선거”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일단 당이 대선 경선 규칙을 정하면 누구든 따르는 게 공정이라는 인식이다. ‘공정의 상징’ 윤석열과 공정을 제1의 가치로 추구하는 이준석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윤 전 총장과 이 대표 간의 미묘한 신경전을 양측의 '밀당'차원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달궜던 ‘유승민계 이준석’ 논란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야당 일각엔 “유승민계라는 비판을 의식해 이 대표가 유 전 의원을 편드는 행동은 자제하겠지만 그렇다고 반대로 유 전 의원에게 불리한 결정은 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이 대표가 시종일관 ‘국민의힘 후보 자강론’의 입장에 서서, 윤 전 총장에게도 ‘예외 없는 원칙론’을 강조하는 것이 유 전 의원과의 관계를 고려한 때문 아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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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을 앞둔 지난해 2월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보수당 영입 행사에서 김웅(가운데) 의원이 머리를 만지고 있다. 왼쪽은 유승민 전 의원, 오른쪽은 하태경 의원.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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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대표 경선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이 대표를 도왔던 하태경 의원까지 조만간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권이 긴장해야 하는 것이 오세훈이 한번 튀고 이준석이 한번 튀고 만약에 하태경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까지 튀면 이게 2021년의 트렌드”라며 어느 대선 주자라도 그 트렌드를 읽고 신경쓰지 않으면 대선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기가 힘들 것”이라고 하 의원을 추켜세웠다.

입당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윤 전 총장도 결국에는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윤 전 총장 주변에서도 입당을 시기의 문제로 보는 사람이 많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선이라는 큰 선거를 하려면 정당 수준의 공조직이 필요하다”며 “대선 출마를 한다면 결국에는 정당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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