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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文 돋보이게 하려 G7 사진 분식, 한심하고 치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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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정부의 '사진 한 장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위상' 홍보 포스터. 이 포스터에서 앞줄 맨 왼쪽에 서있던 남아공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잘려나갔다./출처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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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초청국 정상 자격으로 참석한 주요 7국(G7) 정상회의를 알리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모습을 잘라낸 단체 사진을 홍보 포스터에 썼다. 맨 왼쪽의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의 모습을 삭제해 마치 문 대통령이 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만일 다른 나라에서 문 대통령을 잘라낸 사진으로 자국 대통령 홍보를 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느꼈겠나. 라마포사 대통령은 유일한 흑인 참석자였다. 자칫 인종 차별 비판까지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사진 한 장으로 보는 대한민국 위상’이란 제목의 홍보 포스터에서 ‘이 자리 이 모습이 대한민국의 위상입니다. 우리가 이만큼 왔습니다’라고 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페이스북에 이 사진을 올리며 “대한민국 국격과 위상을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크게 말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사진 조작이 드러나자 “편집 디자이너의 제작상 실수였다”고 했다. 얼마전 서울에서 열린 국제회의 영상에서 평양을 부각시킨 것도 청와대는 ‘제작상 실수'라고 했다. 정말 실수 맞는가.

한국이 G7 초청국으로 참석한 것은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다.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권역별 주요국 모임인 G20 멤버가 되고 또 선진국 클럽이라는 G7에 초청받는 것은 국가적 성취를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이를 문 대통령 개인의 성취인 것처럼 포장하려는 과욕이 이런 사고를 만들었다. 대한민국이 전쟁의 잿더미에서 이런 성취를 이루는데 문 대통령은 어떤 역할을 했나. 이 정부는 정책의 실질 성과가 아니라 이를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주력해왔다. 일자리와 소득, 부동산 관련 통계 등 자신들 입맛에 맞게 분식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G7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공동 선언’에 대해 우리 정부는 뒤늦게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게 아니다”라며 한발 뺐다. 당초 계획했던 한일 약식 정상회담은 일본의 거부로 불발됐다. 청와대는 지금 오스트리아와 스페인을 국빈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이 ‘백신 파트너십 협력’과 ‘남북 대화 지지’를 이끌어냈다며 연일 홍보하고 있다. 홍보도 해야겠지만 국민들이 이 여행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알아보기를 권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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