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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30] 드디어 정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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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하지만 돗자리 자랑질 좀 하련다. 지난 몇 년간 나는 강연 중에 혹은 사석에서 우리나라 정치가 조만간 세계가 놀랄 만큼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예언 아닌 예언을 남발해왔다. 듣는 이들은 우리 정치판 행태를 놓고 볼 때 가당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품을 수입해서 조립해 되팔던 나라가 이제 미국이 읍소하는 수준의 반도체와 배터리 생산국이 됐다. 문화 후진국이라며 자학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BTS, 봉준호, 윤여정 보유국이라며 어깨를 편다. 이제 정치만 변하면 된다. 나는 우리 정치가 10년 안에 세계가 부러워 할 만큼 환골탈태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국회의원 경험도 없는 36세 당대표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정치의 대변혁을 예고하기에 충분하다. 경험 부족과 젊은 혈기에 이준석 대표는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지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감내해야 할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2021년 6월 11일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정치는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 위에 놓이게 됐다. 이번에 경합했던 국민의 힘 기성 정치인들에게는 거의 ‘6·11 테러’ 같은 경험이었겠지만 나는 이번 결과를 가히 ‘6·11 혁명’이라 부르고 싶다.

파격적으로 젊은 당대표가 등장했다고 해서 갑자기 나이에 따른 일괄 척결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실제 산 햇수를 가리키는 실제 연령(chronological age)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얼마나 건강한지와 사회 여러 계층과 얼마나 소통이 원활한지를 가늠하는 생물학적 연령(biological age)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도 이미 학벌이 아니라 실력이 중요해진 지 오래다. 정치도 드디어 계파가 아니라 실력이 좌우할 것이다. 이제 우리 정치 플랫폼도 일방 변론이 아니라 쌍방 숙론이 주도할 것이다. 철 지난 카리스마가 아니라 살가운 소통이 정치인의 필수 덕목이 될 것이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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