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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바둑 1인자 커제, 6년 아성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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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바둑]

커제(柯潔·24)는 중국 바둑의 대명사다. 바둑을 모르는 사람도 커제의 이름은 안다. 중국 팬들은 세계 메이저 대회 8회 제패의 커제가 계속 우승을 추가해 이창호(17회), 이세돌(14회)을 곧 앞지를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조선일보

중국 바둑의 대명사적 존재인 커제 9단. 최근 랭킹 점수가 폭락하는 등 고전을 거듭해 6년 아성이 위협받고 있다. /한국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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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들어 커제의 페이스가 예전 같지 않다. 무엇보다 결정적 장면에서 실족하는 일이 잦다. 지난 연말 이후 몽백합배, 잉씨배, 춘란배, LG배 등 메이저 기전에 대거 진출하고도 모조리 놓쳤다. 유일하게 결승에 오른 25회 LG배에선 신민준에게 우승을 내준 뒤 큰 소리로 울기까지 했다.

커제가 아직 최고 자리에서 내려온 것은 아니다. 그는 최근 발표된 6월분까지 31개월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2015년 당시 1인자 스웨를 2위로 밀어내고 처음 1위에 올랐다. 2018년 10월 미위팅(현 중국 4위)과 공동 1위, 다음 달 2위를 기록했지만 다시 선두에 복귀했다. 총 6년 가까이 톱랭커로 군림해온 셈이다.

문제는 순위 산정 기준이 되는 랭킹 점수가 매달 큰 폭으로 하락 중이란 점. 2위 구쯔하오와 점차가 19점까지 좁혀졌다. 19점은 국내 기전 3~4판만 패해도 1위가 바뀔 수 있는 점차다. 101점 차이가 났던 작년 12월 기준으로 반년 사이 무려 82점을 까먹었다.

전적에서도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올해 커제는 15승 10패로 승률 60.0%를 기록 중이다. 자국 기전서도 자주 패해 한때 5할 승률을 위협받기도 했다. 2019년(41승 18패·69.5%), 2020년(38승 11패·77.6%)보다 저조하다. 전성기 시절 9할대 승률까지 넘보던 스타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다.

커제는 대학(칭화대 경영학과) 생활을 병행 중이다. 지금은 많이 줄였다지만 SNS와 게임, 방송 출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중요 대국서 패하면 “바둑에 집중하지 않은 탓”이란 질타가 쏟아진다. 그때마다 커제는 “대학은 내 인생을 풍요하게 만들어 주는 곳이다. 바둑 훈련에 전혀 방해되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커제의 승패가 주목받는 것은 그의 성적이 세계 판도에 고스란히 직결되기 때문. 한·중이 천하를 다투는 바둑에서 커제는 한국 기사들에겐 ‘적장(敵將)’인 셈이다. 한국 1위 신진서는 커제에게 통산 5승 11패로 눌려 있다. 변상일, 신민준, 이동훈도 0대4, 4대5, 3대6으로 열세다. 한국 2위 박정환은 커제전 15승 14패 박빙 전적을 안고 오는 11월 LG배 8강전서 격돌한다.

올 상반기 커제의 시점별 코멘트 변화도 흥미롭다. 2월 LG배 결승 패배 직후 “실수한 뒤 만회에 나섰지만 차이가 점점 더 벌어졌다. 내 바둑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고, 며칠 뒤 농심배서 신진서에게 졌을 때는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컨디션이 엉망이다. 실수가 많고 정교하지도 못했다”고 괴로워했다.

하지만 6월 초 LG배서 원성진에게 기적적으로 반집 역전승 후 그의 발언은 이렇게 바뀌었다. “요즘 후회스러운 바둑을 많이 두었지만 내가 부족해서 그랬던 건 아니다. 힘들었던 기억을 디딤돌 삼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커제의 미래 전망에 대해선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한다. 중국 바둑 전문가 김경동씨는 “커제가 인공지능 등장 후 자신감을 잃은 것 같다. 빠른 시일 안에 카리스마를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김영삼 9단은 “이번 부진은 일과성(一過性) 슬럼프로 보인다. 실력과 승부 기질은 그대로여서 중국 에이스의 면모를 곧 되찾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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