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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충무로에서] 혹 떼랬더니 혹 붙인 與부동산특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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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집권 여당, 그것도 의석 5분의 3를 차지한 정당의 정책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 원한다면 어떤 정책이든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실 사회에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정책인지, 부정적인 파급효과는 없는지 철저히 확인하고 점검하는 일은 필수다. 그런데 여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내놓은 정책을 보고 있노라면 이 같은 책임을 망각하고 비전문가들의 설익은 아이디어에 기반한 정책만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지난 10일 발표한 '이익공유형 주택모델 누구나집 5.0'은 구현되기 쉽지 않은 정책이다. 목돈이 없는 무주택자·청년·신혼부부가 집값의 16%를 선지급하고 임대로 지내다가 10년 뒤 입주 시점에 미리 정해진 집값을 내면 집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은 언뜻 듣기에 매력적이다.

문제는 이런 집을 만들어 팔겠다는 민간사업자가 없다는 사실이다. 당 특위는 사업자 이익을 전체 사업비의 10%로 제한했다. 더구나 10년 뒤 주택을 분양할 때 혹시라도 입주할 때보다 주변 집값이 떨어진다면 세입자가 감당해야 할 손실을 사업자가 감당하는 구조다. 결국 민간이 아닌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사업자가 사업을 맡게 돼 공공기관 부채가 늘어나고 이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지난달 27일에는 '매입임대사업자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전월세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한 고민 없이 내린 결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빌라·오피스텔 등을 매입해 임대사업을 하는 사업자가 사라지면 전월세 매물은 줄어들고 전월세 가격은 치솟는다. 이들이 임대사업을 그만두며 매물로 내놓을 다세대·다가구는 당 특위 바람과 달리 아파트값 진정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당 특위 활동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두 정책 모두 관련 정부 부처 및 기관들이 한목소리로 반대 의견을 전했음에도 발표를 밀어붙였다"며 "정책의 필요성을 뒷받침해 줄 만한 통계·자료도 없는 설익은 정책들"이라고 평했다.

당 특위는 현 정권 부동산 정책의 기조를 바꿔보자는 취지로 출범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시장 반대에도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다가 부동산 시장의 대혼란을 초래한 예전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이럴 바엔 시간 낭비 말고 당장 특위를 해체하는 게 답일 것이다.

[부동산부 = 김동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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