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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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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이지 않은 바이든, 부축 사양한 영국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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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세 여왕 찾아간 79세 미 대통령

“아일랜드계, 영국에 고개 안 숙여”

바이든, 어머니 가르침 따랐지만

“여왕 보며 어머니 떠올랐다” 소감


“최고령 영국 여왕과 최고령 미국 대통령이 만나 ‘상실의 아픔’을 공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회동에 대한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논평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79세, 엘리자베스 여왕은 95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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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오른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가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윈저성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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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25세의 나이로 즉위한 엘리자베스 여왕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부터 바이든 대통령까지 12명의 미국 대통령을 접견했다. 왕세녀 시절인 1951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 만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을 포함하면 13명이다.

30세(1972년)에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에 당선돼 반세기 가까이 선출직 정치인으로 활약한 바이든 대통령도 만만치 않은 정치 경력을 자랑한다.

둘의 만남은 처음이 아니다. 백악관에 따르면 두 지도자는 1982년 당시 상원의원이던 바이든 대통령이 영-미 의회 그룹의 멤버로 영국을 방문했을 때 처음 대면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 참석차 영국을 방문하면서 둘은 G7이 열린 영국 남서부 콘월에서 재회했다. G7 공식 행사를 마친 뒤 13일, 바이든 대통령은 런던 윈저성으로 건너가 엘리자베스 여왕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동하면서 걸음이 불편한 엘리자베스 여왕에 팔을 내밀었지만, 여왕은 이를 사양했다. 이후 둘은 윈저성에서 40분간 영국식 ‘티타임’을 가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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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의장대 사열을 하기 위해 이동 중 바이든 대통령이 부축하려고 팔을 내밀자 사양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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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조부 시절 미국으로 이주한 바이든 가계는 아일랜드의 피가 진한 노동자 계급 출신이다. 친가와 외가 3대조 조상 8명 중 5명이 아일랜드계다. 바이든 대통령의 어머니는 “영국 여왕이나 왕실 인사를 만나 고개 숙이는 인사를 하지 말라”고 했다고 자서전에서 전했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39년 전에도 이번에도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켰다. 다만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지만, 왕실의 예법은 모두 지켰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베니티페어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아일랜드 문제를 놓고 영국 정부 입장과 다른 의견을 냈다. 지난해 11월 바이든 당선인은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아일랜드 섬 북쪽과 남쪽에 국경을 세우고 문을 닫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며 “국경은 계속해서 개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영국에 도착했을 때도 바이든 대통령은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를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라고 말하며 예이츠 시인의 작품 『1916년 부활절(Easter, 1916)』을 언급했다. 아일랜드인이 영국 통치에 반대해 봉기를 일으킨 사건과 관련된 작품이다.

반면 엘리자베스 여왕에겐 정반대의 기억이 있다. 여왕의 남편 필립공은 아일랜드 분리 독립운동으로 가족을 잃었다. 필립공의 영국 정착을 도운 삼촌 루이스 마운트배튼 경은 1979년 북아일랜드 분리를 요구하는 테러 단체의 폭탄 공격으로 숨졌다. 필립공은 정신적 지주를 잃었다며 오랜 기간 고통스러워했다고 한다.

이처럼 껄끄러울 수 있는 상황이지만 두 사람은 ‘상실의 아픔’을 고리로 위로와 공감을 나눴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첫째 부인 네일리아 바이든과 딸을 1972년 교통사고로, 장남 보를 2015년 뇌종양으로 떠나보냈다. 여왕은 지난 4월 9일 반세기 이상 함께한 반려자 필립공을 떠나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필립공의 생일이었던 지난 10일 “(살아 계셨다면) 오늘은 필립공의 100번째 생일이었을 것”이라며 “오늘 그의 부재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빈자리를 느끼고 있는지 알고 있다”고 여왕을 위로했다.

접견이 끝난 뒤 바이든 대통령은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여왕을 백악관에 초청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모습과 관대한 성품을 보고 어머니가 떠올랐다”는 소감도 밝혔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또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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