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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유용원의 밀리터리 시크릿] 공군 성추행 여성 부사관 사망 사건과 참모총장 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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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공군 여성 부사관 성추행 사망사건 책임을 지고 지난 6월4일 물러난 이성용 공군참모총장. 취임 255일만에 퇴임해 역대 최단명 공군총장으로 기록됐다.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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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최근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공군 성추행 여성 부사관 이모 중사 사망 사건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충일인 6일 추념사를 통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직도 일부 남아있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문화의 폐습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공식 사과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행사 직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이 중사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했습니다.

◇이성용 공군총장, 문 대통령 격노 뒤 사실상 경질

문 대통령은 이 중사의 부모를 만나 “얼마나 애통하시냐”며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습니다. 이 중사의 부모는 “딸의 한을 풀고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 ”철저하게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합니다. 문 대통령은 또 빈소 방문에 동행한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철저한 조사 뿐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병영문화가 달라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는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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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인 6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서욱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안보실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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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의 전격 사의를 즉각 수용했습니다. 이 총장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본인은 일련의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명한다”며 “무엇보다도 고인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족분들께는 진심 어린 위로의 뜻을 전해드린다”고 밝혔는데요, 문 대통령은 불과 80여분만에 이를 수용했습니다. 이 총장은 지난해 9월 23일 제38대 공군총장으로 취임했으나 255일 만에 불명예 퇴진하면서 ‘역대 최단명 총장’이 됐습니다.

이 총장은 외형상 자진 사퇴를 했습니다만 군내에서 이를 자진 사퇴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바로 전날 문 대통령이 ‘격노’한 사실이 청와대를 통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이 “피해 호소를 했는데 군에서 그걸 묵살하고 은폐하고 합의하려 했을 때 본인이 얼마나 절망했겠느냐”며 “이 문제를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만 보지 말고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 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사건 진상 밝혀지기 전 여론무마용 경질 논란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고 목이 메기도 했다는데요, 문 대통령이 ‘최고 상급자’까지 언급함에 따라 그 책임 수위가 과연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이냐, 서욱 국방장관이냐를 놓고 군내에선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격노 및 지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군내에선 청와대서 “더 망신 당하기 전에 알아서 나가라”는 메시지를 이 총장에게 보낸 것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많았고, 결국 이 총장은 하루만에 사의를 표명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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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국방장관이 지난 6월 2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접견실에서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이모 중사의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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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에선 공군총장이 전격 사퇴한 데 대해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공군 최고 수뇌가 이번 사건의 축소, 은폐 등에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수사 및 조사가 끝나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도 전에 경질하는 것은 일종의 여론재판 또는 여론무마용으로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의 불똥이 서욱 국방장관에게도 튈 수 있음을 부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서 장관도 문 대통령이 지시한 ‘최고 상급자’에 포함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최고 지휘라인에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고 밝혀 서 장관도 조사 및 문책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책임자 엄벌하되 억울한 희생양이나 피해자 나오지 않도록 해야

이에 대해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을 지낸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은 “공군총장 사퇴는 국민 분노를 가라앉히기에 급급한 조치일 뿐”이라며 “마치 국방장관과 공군총장이 은폐나 불법을 저지른 것 같은 예단을 갖게 하는 것은 큰 오류”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대통령은 국방장관과 공군총장에게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은 후 법에 따라 해당자들을 문책하는 것이 순서”라며 “국민적 분노가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철저한 원인조사와 대응책 없이 분노를 전가할 희생양을 찾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공군 여성 부사관 성추행 사망사건은 있을 수 없는 안타까운 일로, 진상이 명명백백히 밝혀지고 책임자들은 엄격히 처벌돼야 합니다. 하지만 일각에서 우려하듯이 희생양이나 새로운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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