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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전교조 “학생에게 OO님 존칭을” 교사들 “학생이 고객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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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수도권 중학교의 등교 수업이 확대된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월촌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 시작 전 담임교사로부터 방역 수칙을 교육받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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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님 오늘 숙제 왜 안 내셨나요.” 전교조가 앞으로 학생을 부를 때 ‘OO님’ ‘OO씨’ 등 존칭을 사용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나서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전교조는 6월 한 달 동안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는 한 청소년인권단체가 지난달 펼친 행사를 이어받은 것으로 어린이·청소년 등 나이 어린 사람에게 반말하지 말고 존칭을 쓰자는 내용이다. 청소년인권단체와 전교조 등이 이런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반말이 사람 사이 관계에 위아래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 평등한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준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O양’ ‘O군’ 등도 차별적 호칭으로 본다. 어린이를 부를 때 ‘OOO 친구’라면서 이름 뒤에 ‘친구’를 붙이는 것도 하대(下待)로 간주한다.

그런데 현장 교사들 생각은 엇갈린다. “존칭을 쓰면 적어도 학생들 상대로 거친 말은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있는 반면, 서울 한 중학교 교사는 “회사 직원이 고객 응대하듯 ‘OO님’ ‘OO씨’라고 학생들을 부르면 사무적 관계처럼 돼 친밀감도 약해질 것”이라며 “교사들이 학생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서울 한 고교 교사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라면서 “학생들도 부자연스러운 호칭을 불편해하고 수업 분위기를 오히려 흩뜨릴 것”이라고 했다. 일부에선 “교사가 학생을 부르는 호칭까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도 나온다.

교육계 호칭 문제는 2019년에도 있었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교육청 직원 간 호칭을 직함이 아닌 ‘OO님’ ‘OO쌤’ ‘OO프로’ 등으로 부르고, 학생들은 교사나 교장을 선생님이라는 호칭 대신 ‘OO님’으로 부르는 것을 일부 학교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호칭을 바꿔 권위주의적 조직 문화를 없앤다는 취지로 내놓은 이 방안은 교사들이 반발하자 보류된 바 있다.

[곽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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