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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美 사이’에 선 文… 높아진 위상일까? 단순 의전일까?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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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 단체 사진 화제

일각선 “의전 서열상 우연히 생긴 자리 배치”

‘취임일 우선’ 일반적 프로토콜과 다른 모습

박수현 靑 국민소통수석 “대한민국 국격·위상 올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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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영국 보리스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이에 위치해 있는 모습. 영국 총리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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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7개국(G7) 회의에 참석한 뒤 유럽 2개국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G7 회의에서 찍은 사진이 화제다. 주최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와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이에 문 대통령이 자리 잡아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G7정상들과의 사진 촬영에 반색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다자회의의 의전 프로토콜(의전 서열)상 우연히 생긴 자리 배치라고 지적한다. 실제는 어떨까. 의전 프로토콜과 주최국 영국의 배려가 결합한 모습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부터 1박 2일간 영국 콘월에서 진행한 G7회의에 문 대통령은 초청국 정상 자격으로 참석했다. 존슨 총리는 문 대통령 이외에 호주의 스콧 모리슨 총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스 대통령 등 3명의 정상을 초대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자국 내 심각한 코로나19 사태로 화상 형태로 참가했다.

기존 G7(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및 초청국 정상들은 12일 기념사진을 찍었다. 문 대통령은 이 기념사진 맨 앞줄에서 존슨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 사이에서 사진을 찍었다.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뒤줄 왼쪽 끝이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초청국 정상들이 참석한 확대 세션에서도 정중앙에 앉은 존슨 총리 오른쪽에 앉았다. 존슨 총리 왼쪽은 바이든 대통령이었다.

사진상으로만 따지면, 문 대통령이 ‘영국과 미국 사이’에 위치한 셈이 된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은 이러한 사진을 올리면서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대한민국 국격과 위상을 백 마디 말보다 한장의 사진이 더 크게 말하고 있다”며 “G7 정상들 사이 문 대통령의 자리가 대한민국의 오늘이고 우리 후세 대통령의 자리는 더 영광될 것임을 확신한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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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양자회담장 앞에서 참가국 정상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남아공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문재인 대통령, 미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두번째 줄 왼쪽부터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 세번째 줄 왼쪽부터 UN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이탈리아 마리오 드라기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영국 총리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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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측 언급과 달리 일각에서는 ‘의전 프로토콜 상 당연한 조치’라는 지적을 제기했다. 각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다자회의에서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정상들의 자리가 정해지는데 그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한국에서 열린 G20 회의 당시를 설명한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내용을 보면 “일반적으로 의전 서열은 국가수반, 정부수반, IMF 등 국제기구 대표 순으로 매겨진다”며 “정상들의 경우 동일 그룹 내에서는 취임 일자순으로 의전 서열을 정한다”고 적시했다.

EU정상을 포함, 이번 G7회의에 참석한 정상 중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은 문 대통령 이외에 바이든 대통령,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남아공의 시릴 라마포스 대통령이다. 다른 국가들은 정부 수반인 총리가 참석했지만 왕(영국, 캐나다, 일본, 호주)이 있거나 대통령(독일, 이탈리아)이 국가를 대표한다. 즉 다자회의에서 의전 서열만 따지면 대통령이 총리보다 격이 높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대통령 중 가장 취임이 빠른 사람이 바로 문 대통령(2017년 5월10일 취임)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문 대통령보다 취임이 나흘 늦었고, 라마포스 대통령은 2018년,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에 취임했다. 의전에선 ‘오른쪽’ 좌석을 상석으로 규정한다. 참석 대상국 정상 중 대통령이자 가장 취임 날짜가 빨랐던 문 대통령이 존슨 총리의 오른편에 계속 있었던 건 이 의전 프로토콜이 적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초청국 정상들이 빠지고 G7 정상들만 회의했을 때엔 존슨 총리 오른쪽, 즉 ‘상석’에 마크롱 대통령이, 왼쪽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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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코로나19 백신 공급 확대 및 보건 역량 강화 방안을 다룰 확대회의 1세션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탈리아 마리오 드라기 총리,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남아공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 문 대통령,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미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콘월=연합뉴스


그렇다고 이번 촬영을 단순한 의전 서열의 결과로만 볼 수도 없다. 확대 정상회의 세션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보다 존슨 총리 쪽으로 앉아있었다. 이는 ‘취임일 우선’이라는 일반적 프로토콜과 다른 모습이다. 주최국인 영국이 어느 정도 조정을 했다는 의미다. 이명박정부 시절 G20회의 등 다자회의를 총괄했던 이강래 전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14일 통화에서 “기준 없이 진행하면 다른 나라들로부터 항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의전 프로토콜이 있는 것”이라며 “다만 주최국이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있을 때는 일정 부분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이 일정한 기준에 따라 자리 배치를 했던 셈이다. 영국이 만약 기준 없이 한국을 앞세웠을 경우, 다른 나라들의 반발을 살 위험이 있을 수 있었다. 특히 냉각된 한·일 관계를 고려했을 때 일본의 강한 반발이 있었을 확률이 높다.

이번 회의에선 G7 회원국과 초청국을 동등하게 대우했는데 이 역시 영국의 일정 부분 배려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주최국에 따라 초청국과 회원국을 분리해 대응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다자회의 특성상 주최국이 일정한 논리를 가지고 좌석 배치나 의전 서열 등에서 권한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외교가의 설명이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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