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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법 못 찾아” 69세 건보공단 이사장, 왜 단식농성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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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건보 고객센터 상담사 노조 파업 문제로 단식에 돌입했다. 공공기관 수장이 노조 파업에 맞서 단식에 들어간 건 사상 처음이다.

중앙일보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이 14일 단식에 돌입했다. 이날 오전 강원 원주시 건보공단 본부 1층 로비에 앉아있는 김 이사장.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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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김 이사장은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문제를 대화로 풀기 위한 단식에 들어가며’라는 입장문을 내고 고객센터 노조에는 파업 중단을, 건보공단 노조에는 사무논의협의회 참여를 요구했다. 김 이사장은 “이사장으로서 그리고 복지국가를 만드는 노력에 한 역할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건보공단이 파탄으로 빠져드는 일만은 내 몸을 바쳐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라며 “두 노조가 결정을 내려줄 때까지 단식을 하며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를 역임했다. 지역ㆍ직장 의료보험 통합, 건보공단 설립에 기여했고 의약분업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지냈고 19대 총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그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설계자다.

그런 김 이사장이 이날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건보공단 본부 1층 로비 바닥에 스티로폼 매트를 깔고 나앉았다. 고령(만 69세)인 그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단식 농성에 나선 이유는 뭘까. 김 이사장은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문제 해결을 해야할 이사장이 단식에 나선 것에 대해 안 좋은 평가가 나올거라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이것 밖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 나설 수 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건보공단 노조와 고객센터 상담사 노조는 상담사들을 공단이 직접 고용ㆍ정규직화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2019년부터 갈등을 빚어왔다.

김 이사장은 “고객센터 노조는 직영화를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과 동시에 공단 본부 로비에서 농성하고 있고 이에 대해 공단 직원들이 매우 격앙하고 있다. 또 건보공단 노조는 사무논의협의회에 위원으로 참여해 직원들의 의견을 대변해달라 거듭 요청했지만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보는 고객센터를 11개 민간 협력사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도급 계약에 의한 민간위탁으로 2년마다 재계약을 맺는다. 전국 7곳 고객센터의 상담가는 1600여명이다.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 노조는 지난 2월에 이어 10일부터 공단의 직접 고용을 주장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공단 본부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상담사 노조는 “개인정보를 다루는 업무 성격상 건보공단이 직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국민연금공단(387명)ㆍ건강보험심사평가원(97명)ㆍ근로복지공단(360명)은 고객센터 상담사를 직고용 전환했다.

그간 건보도 문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0)화 정책에 따라 기간제 직원 57명(2017년), 청소ㆍ경비ㆍ시설관리를 하는 파견ㆍ용역 직원 636명(2018년)을 정규직 전환했다.

건보공단 노조는 직고용을 반대하고 있다. 건보 측은 “앞서 정규직 전환된 인력은 공단과 사실상 고용관계 있으면서 정부의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 따른 기간제와 파견ㆍ용역직원이다”라며 “고객센터 상담사는 민간위탁으로 공단과 고용관계에 있지 않고, 이들의 직고용에 대한 정부 방침이 명확하지 않다”라고 설명한다.

정부 방침은 애매하다. 건보 고객센터처럼 민간위탁인 경우 직고용 전환해야 할지, 자회사를 만들어 정규직으로 고용할지, 민간위탁을 계속할지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다. 조직 구성원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회에서 방안을 마련하면 고용노동부가 심의ㆍ확정하도록 돼 있다. 그러다보니 노노 갈등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건보공단 노조 내부에서는 협의회 구성원들의 편향성을 주장하며 협의회 참가 자체를 반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건보공단에서 ‘제2의 인국공 사태’가 재현될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기에 건보공단의 MZ세대(20~30대) 직원들이 “상담사 직고용은 역차별”이라며 들고 일어났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영화 및 직고용을 반대합니다’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건보공단 직원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콜센터 직원이 2년 이상 근무하면 서류전형에서 우대사항 가산점이 주어지고 있다”며 “기회의 평등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공정의 탈을 쓴 역차별이다”고 밝혔다. “공정한 채용을 진행하여 애쓰는 국민건강보험공단만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정부의 입김으로 훼손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건보 입사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까지 가세했다. 고객센터 상담사는 건보공단 전체 직원(1만6000명)의 10% 수준이다. 이런 대규모 인원이 직고용 전환되면 상당기간 신규 채용인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공단의 최고책임자가 노조를 상대로 단식을 한다는 파격에 대해 갖은 비난이 있을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능력이 부족한 저로서는 이것 외에 다른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양측이 입장을 좁히지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오래 굶을 수 밖에 없다"라고 답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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