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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먹는 하마’ 비트코인…엘살바도르는 “화산 지열 이용해 채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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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 주범 지목된 가상통화

[경향신문]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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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수천만대 컴퓨터로 채굴
연간 전력소모량 네덜란드와 비슷
빌 게이츠 “기후에 안 좋은 통화”

중국·이란 강력한 규제와 달리
엘살바도르는 첫 법정통화 인정
“미국서 40% 생산” 전망도 나와

“우리는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에 사용하는 화석연료, 특히 (탄소)배출량이 최악인 석탄 사용의 급격한 증가를 우려한다. 가상통화는 여러 면에서 좋은 아이디어이고 미래가 밝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위해 환경파괴라는 대가를 치를 수는 없다.”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로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중단을 선언하며 내놓은 설명이다. 머스크는 “채굴이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되면 사용을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량의 6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이 최근 비트코인 단속을 강화한 것도 디지털 위안화 띄우기와 자금세탁 방지라는 목적 이외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약속한 206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코인은 머스크의 전격적인 결제 중단 선언과 중국의 단속 강화라는 잇단 악재를 맞고 폭락한 후 한 달 가까이 개당 4만달러 선을 밑돌고 있다. 비트코인의 탄소배출 문제가 ‘달까지 가자’는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꿈을 위협하는 강력한 리스크로 부상한 것이다.

■ 국가보다 많은 전력 사용량

발행량이 2100만개로 정해진 비트코인은 전 세계적으로 컴퓨터 수천만대가 채굴에 사용되고, 이 과정에서 많은 전력이 소모된다. 채굴 자체뿐만 아니라 컴퓨터가 발산하는 열을 식히는 냉방장치를 가동하는 데도 전력이 필요하다. 또 갈수록 채굴 난도가 높아져 전력 소모량도 덩달아 늘어나는 구조다.

비트코인 전력소모지수(CBECI)를 발표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대안금융센터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에는 연간 102.04TWh(테라와트시)의 전력이 소모된다. 이는 인구 1억명인 필리핀의 연간 전력 사용량 93.35TWh보다 많고 2019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세계 17위인 네덜란드의 연간 전력 사용량(110.68TWh)보다는 조금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하는 전력 대부분이 화석연료를 태워서 얻어진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생산량 1위인 중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석탄화력 발전량의 53%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 트리니티칼리지 더블린의 브라이언 루시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비트코인은 유럽의 중소 규모 국가만큼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면서 “더러운 산업이고 더러운 통화”라고 말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도 뉴욕타임스에 “비트코인은 인류에게 알려진 그 어떤 거래 방식보다 많은 전기를 사용하며, 따라서 기후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영·미·중국 공동연구진이 지난 4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비트코인 채굴이 지속되면 필요한 에너지 소모량은 2024년 연간 297TWh,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억300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이탈리아의 연간 전력 소모량 및 필리핀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맞먹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과장됐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비트코인 채굴업체의 76%가 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케임브리지대학 대안금융센터에 따르면, 이는 비트코인 생산에 소모되는 전체 에너지의 39% 수준이다.

■ 비트코인의 미래는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중국 채굴업자들이 중국 당국의 강력한 규제에 밀려 채굴장비를 중고시장에 헐값에 팔거나 중국을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중국의 탄소배출량이 2030년까지 정점을 찍고 2060년에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는데,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 채굴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문제가 되고 있어서다. 가상통화 채굴은 제철, 시멘트와 함께 중국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잡아먹는 10개 산업 중 하나다.

비트코인 채굴업자들은 이란에서도 수난을 겪고 있다. 지난달 이란에서는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했는데, 비트코인 채굴이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면서 오는 9월까지 역시 가상통화 채굴이 금지됐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비트코인 채굴을 제재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삼아왔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엘립틱에 따르면, 이란은 연간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어치의 비트코인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가 비트코인 채굴산업의 위축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엘살바도르는 화산 지열을 이용해 비트코인 채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국영 지열전력회사에 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설비 제공 계획을 세울 것을 지시했다”며 “매우 저렴하고 100% 청정하며 100% 재생 가능하고 탄소배출 제로(0)인 우리 화산 에너지를 이용한” 채굴이라고 적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에서는 채굴 속도가 느려지고 있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빨라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몇 년 안에 미국이 비트코인 생산량의 40%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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