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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G7,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대결 못박아…중국, ‘응전’ 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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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공동성명 곳곳서 중국 비판

“천안문 사태 이후 가장 날카로워”

신장·홍콩·대만 문제 등 직접 언급

‘일대일로’ 맞선 ‘B3W’ 출범에도 합의

“시진핑, 극소수 집단에 정책 의존”

‘신중론’ 독일·이탈리아 등도 등돌려

중 “음해·내정간섭” 기존 노선 고수


한겨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콘월/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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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중국을 겨냥해 전례 없이 분명하고 단호한 메시지를 내놨다. 1989년 천안문(톈안먼) 민주화 운동 유혈 진압 이후 가장 강경한 대중국 성명이란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국제무대로 전면 복귀했고, 유럽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향후 국제정세는 다시 ‘중국의 선택’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각) 영국 콘월에서 주요 7개국 정상회의 폐막과 함께 발표된 공동성명은 중국이 ‘주권’과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고 있는 거의 모든 문제를 비판적으로 언급했다. 25쪽 분량의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직접 거론한 것은 모두 네차례지만, 성명 곳곳에서 중국을 겨냥한 날 선 비판이 눈에 띈다.

먼저 정상들은 “중국에 신장(자치구)의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존중할 것과 홍콩 반환협정과 홍콩 기본법이 보장하는 홍콩의 권리와 자유, 고도의 자치를 지키라”고 촉구했다. 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동·남중국해에서 현상을 변경시키거나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방적인 행위를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국 현지조사를 포함한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2단계 조사’도 촉구했다. 이어 정상들은 △강제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탈취 △노동·환경권 저하를 통한 경쟁력 확보 △국영 기업을 통한 시장 왜곡행위와 보조금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문가의 말을 따 “1989년 중국 천안문 사태 이후 주요 7개국 정상들이 중국에 대해 한 가장 날카로운 발언이자, 1975년 이 정상회의가 시작된 이래 가장 포괄적인 비판 발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일본 등 7개국 정상들은 또 중국의 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인 ‘일대일로’에 맞선 글로벌 인프라 투자 계획인 ‘더 나은 세계 재건’(B3W) 구상도 출범시키기로 했다. 10억회분 이상의 코로나19 백신을 저소득국가에 기부하기로 한 것도 중국의 ‘백신 외교’에 대항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의장은 공동성명에 대해 “세계 최대 민주국가들의 조율된 입장”이라고 규정했다. 미셸 의장은 따로 성명을 내어 “자유민주주의와 열린 사회가 권위주의 정권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며 “이 도전이 자유와 법치·인권 존중이란 공통의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힘을 합칠 수 있게 했다”고 평가했다. 주요 7개국과 중국 간 구도가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란 이념 대결 성격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런 인식은 각국 정상도 공유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더 나은 세계 재건’ 구상을 설명하면서 “민주주의가 상징하는 가치를 대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기자들과 만나 “민주적 가치의 중요성을 말로만 떠드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 증명해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회의 기간 동안 중국 매체들은 ‘유럽과 미국 간 간극’에 초점을 맞췄다. 바이든 행정부를 ‘트럼프 1기와 2기의 과도기’란 주장까지 내놓으며, 미국에 대한 유럽의 ‘우려’를 부각시켰다. <관찰자망> 등은 공동성명이 나온 뒤에도 “미국·영국·캐나다·프랑스 4개국이 강경론을 주도한 반면, 독일과 이탈리아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역대 최고 수위’의 성명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달라진 유럽의 대중국 인식이 깔려 있다. 실제 지난 3월 미국과 유럽연합이 강제노동 등 신장 인권탄압과 관련해 제재를 부과하자, 중국이 유럽의회 현역 의원까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유럽 쪽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유럽 정치권의 현실적인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간 ‘대중국 신중론’을 대표하며 이번 회의에서도 기후변화 등과 관련해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오는 9월 총선 이후 은퇴한다. 총선 뒤 구성될 정부에서 녹색당 등 진보정당이 발언권을 갖게 되면, 중국에 대한 독일의 태도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 주도 연립정부 시절인 2019년 3월 서유럽 국가로는 처음으로 ‘일대일로’ 참여를 공식화한 이탈리아도 바뀌고 있다. 유럽중앙은행 총재 출신인 마리오 드라기 현 총리는 대표적인 ‘대서양주의자’란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집권 한달여 만인 지난 3월 이탈리아 통신사 패스트웹이 중국 화웨이·중싱통신(ZTE)과 맺은 계약 이행을 중단시킨 바 있다.

영국 <가디언>은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 정책 조정관의 말을 따 “전통적인 중국 외교의 특징은 과도한 행보를 보였을 때 ‘중국의 소프트 파워를 손상시키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최고위급에 전달되는 ‘자정능력’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이 갈수록 극소수 집단에 정책 결정을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년 중국에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킨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곧바로 ‘응전’을 벼르고 나섰다. 주영국 중국대사관 쪽은 누리집에 올린 대변인 성명에서 “신장, 홍콩, 대만 등과 관련해 사실을 왜곡하고 흑백을 전도했다”며 “중국에 대한 음해이자, 중국 내정에 난폭하게 간섭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중국은 내정 간섭과 핵심 이익 침해를 용납할 수 없다”며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결연히 수호하고, 불공정과 이익 침해를 단호히 반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의 공세적 외교노선을 고수하겠다는 뜻이다.

워싱턴 베이징/황준범 정인환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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