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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취재후 Talk] 정부, G7 사진서 남아공 대통령 잘라내고선 "이것이 대한민국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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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촬영 원본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을 잘라낸 사진. / 정부 공식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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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정부가 공식 페이스북에 '사진 한장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과 함께 한 영국 카비스베이 바닷가를 배경으로 한 단체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 문 대통령은 맨 앞줄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이에 자리하고 있었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같은 줄에 서 있었다.

애국심이 끓어오르는 순간이었지만 네티즌 수사대는 냉철한 시각을 유지했다. 원본 사진이 아니라는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유일한 아프리카 참가국 수장인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첫째 줄 맨 왼쪽에 자리하고 있어야 했다. 정부는 지적을 받고 오늘 오전에서야 부랴부랴 사진을 원본 사진으로 바꿔 게시했다.

우리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과 영국 총리 사이에 서 있는 모습을 부각하고 싶었던 것일까. 또는 우리 대통령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초강대국 수장과 함께 첫 줄에 섰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인종차별적인 행동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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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12일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양자회담장 앞 G7 정상회의 참가국 정상 기념사진. 앞줄 왼쪽부터 남아공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 문재인 대통령, 미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두번째 줄 왼쪽부터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 세번째 줄 왼쪽부터 UN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이탈리아 마리오 드라기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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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홈페이지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상황. 문체부 관계자는 이같은 사고에 "무조건 실수"라는 입장을 전했다. G7관련 게시물을 올리려고 고민하던 차에 공무직 직원이 편집해 해당 게시물을 올렸지만 주말이었던 관계로 책임자가 미처 확인을 못했다는 해명이다. 공무직 직원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전혀 의도랄 것은 없다고 했다.

정부가 그래도 “실수이고 ,반성한다”는 태도라고 인정한 부분에선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지난달 30일 'P4G 서울 정상회의' 개막영상에 서울 여의도가 아닌 평양 능라도 위성사진을 사용하고서 내놓은 해명보다는 진일보 한 태도였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여는 환경분야 다자회의에 각국 정상 41명 등 세계의 눈이 서울에 쏠린 상황에서 청와대는 외교부 탓으로 외교부는 외주제작사의 실수로 넘기는 듯한 해명을 했던 바 있다. 이번 G7 정상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P4G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성과를 공유했는데, 외교부는 이 실수에 대해서 여전히 감사실에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할 뿐 시원한 해명을 내놓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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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다른 정부 관계자의 말은 실망스럽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도 공식 SNS에 해당 사진을 스가 총리만 부각되게 편집해 게시했다"는 내용을 넌지시 알려주는 것이였다. 외교와 의전을 중시하는 일본에서도 정말 그랬을지 의문이 들었다. 살펴보니 교묘한 우리의 편집본과 달리 사진엔 스가 총리와 함께 남아공·프랑스 대통령, 독일·영국 총리 등이 서 있는데, 중앙에 자리한 G7 간판의 일부만 보여 누구나 편집본이란걸 알 수 있는 사진이었다.

정부는 문제의 G7 정상회담 게시물에 "이자리 이 모습이 대한민국의 위상입니다. 우리가 이만큼 해왔습니다."라며 "위대한 국민들과 정부가 함께 해온 피땀어린 노력의 결과물입니다."라고 부연했다. 청와대도 "G7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코로나 19, 기후 위기 등 세계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 한국이 참석한 것은 세계가 우리를 선진국 선도그룹으로 보는 것을 말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위상이 인종차별적이고 강대국 위주로 편향되어 있는 인식에 기반한다면 있다면 곤란하다. 여러 분야에서 한일 역전현상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일본도 그랬다고 해서 우리도 그럴수 있다는 유아적 면피는 통하지 않는다. 국민의 피땀어린 노력에 정부가 숟가락을 얹고선 실수는 유야무야 넘기려는 태도를 선진국 국민이 그저 보고만 있지는 않는다. / 권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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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공식 페이스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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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영 기자(prime8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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