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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尹 치고 올라가기 어렵다"…박스권 이재명, 김경수에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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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사진 왼쪽 위)는 이 지사의 발언을 들으며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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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다. 이러다간 치고 올라가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박스권에 갇힌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지율을 두고 이 지사와 가까운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이 지사는 지난 10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사의 7~9일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함께 대선후보 적합도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여권에 유리한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 방식의 NBS 조사에서 이 지사가 단독 1위를 내준 건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지난 3월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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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적합도 조사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주일 전 조사(5월 31일~6월 2일)에선 이 지사 28%, 윤 전 총장 20%로, 이 지사가 8%포인트 앞섰다. 전주와 눈에 띄게 달라진 건 정당 지지율 변화였다. 민주당은 31%→27%로 4%포인트 감소했고, 국민의힘은 28%→30%로 2%포인트 올랐다. NBS 조사에서국민의힘이 정당 지지율 1위를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 지지율에 이 지사가 갇히기 시작했다”(재선 의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경선연기론, 기본소득 맹공에 ‘이준석 돌풍’까지



전망도 밝지 못하다. 민주당 내부에서 이 지사를 겨냥해 경선연기를 밀어붙이려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여권 대선 후보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최문순 강원지사는 전날 서울 광화문 모처에서 2시간여 동안 만찬을 갖고 “대선 경선에 활력을 넣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이광재 의원은 이미 경선연기 주장을 공개적으로 펼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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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최문순 강원지사가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한 식당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최근 정치 상황에 당이 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대처해줬으면 하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며 사진을 제공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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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의 핵심 정책인 기본소득에 대한 내부 견제도 거세지고 있다. 유승민 전 대표와 윤희숙 의원 등 국민의힘에서 주도해 온 기본소득 비판에 여권 대선 주자들이 가세했다. “용돈 수준의 가성비 떨어지는 정책”(정세균),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은 돈을 나눠주면 양극화 완화에 도움이 될 리가 없다”(이낙연), “현실적이지도 않고 정직하지 못한 일”(이광재) 등 비판 수위가 외려 야당보다 더 거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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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14일 오전 광주 동구청에 마련된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참배를 마친 뒤 "우리 당에서 광주시민을 아프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호남 동행'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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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선 본선 경쟁 상대인 국민의힘이 36살 이준석 당 대표의 선출로 먼저 쇄신론의 키를 움켜쥔 게 위기다. 이 대표는 14일 광주를 방문해 “5·18 이후 태어난 첫 세대의 대표로서 광주의 아픈 역사에 공감한다. 우리 당에서 광주시민을 아프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 성향 30대 야당 대표 출현은 ‘사이다 발언’으로 젊은 층 지지율이 높았던 이 지사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반면 민주당의 쇄신은 지지부진하다. 송영길 대표가 주도한 부동산 정책은 16일 정책 의총을 앞두고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국민권익위 전수조사에서 불법 의혹이 제기된 여당 의원 12명 가운데 7명은 탈당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준석 현상’에 대응해 당 대선기획단에 청년을 넣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당내에서조차 “구색만 맞추겠다는 악수”(수도권 초선)라는 비판이 나온다.



친문 외연 확장에 기대는 이재명…17일 김경수와 회동



현직 도지사 신분이라 발언과 동선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이 지사 측은 일단 늘어나는 당내 원군에 기대는 모습이다.

당장 15일 이 지사 지지 의원 모임인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 포럼’(성공포럼)과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연구재단을 계승한 전국조직 민주평화광장(광장)이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 좌담회를 함께 개최한다. 이 지사의 직계 조직인 성공포럼과 ‘이해찬계’가 주축인 광장이 공동행사를 여는 건 이날이 처음으로, 이 지사도 직접 참석한다. 이어 16일 출범하는 경기 민주평화광장은 노무현재단 이사를 지낸 친문 3선 이학영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는다. 이 지사 측은 “이외에도 상징성 있는 의원들이 계속 결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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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해 10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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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는 이어 17일엔 친노·친문 적자(嫡子)인 김경수 경남지사와 만난다. 경남도청에서 열리는 경기·경남연구원 협약식 차원인데, 두 사람이 나눌 발언 내용이 관건이다. 이 지사 측의 한 의원은 “김 지사는 경선 일정을 지키고, 토론 방식 등을 시대에 맞춰 조정하자는 게 기본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김 지사는 전날 JTBC 인터뷰에서 당내 경선연기 주장에 대해 “당헌·당규에 정해진 사항”이라며 원칙론을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인 경선룰에 대해선 후보들 간에 합의와 당원들 공감대가 있으면 얼마든 유연하게 풀어갈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지사는 또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동의하고 함께 한 사람은 다 적자다. 옆에 가까이 있었느냐는 친소관계로 이야기하는 정치는 앞으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현석·김준영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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