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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수십만 청약 대기자 대혼란…'10억 로또' 원베일리 청약 사흘전 실거주 의무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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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시세차익이 10억원에 달해 청약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주목됐던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재건축)가 청약 핵심 조건을 잘못 공고해 청약 신청 3일 전에 모집공고문을 정정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청약 실수요자들에게 '실거주'를 하느냐 '전세'를 놓을 수 있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원베일리는 당초 모집공고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으로 최대 3년 실거주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다시 법령을 확인한 결과 이 아파트는 '실거주 의무' 예외 조항이 적용되는 것으로 확인돼 부랴부랴 수정 모집공고문을 냈다. 문재인정부가 청약제도를 손바닥 뒤집듯 자주 바꾸다 보니 모집공고문을 작성한 시공사(삼성물산)도, 이를 승인하는 지자체(서초구청)도 헷갈린 것이다. 결국 청약 대기자인 민원인이 구청에 문의하는 바람에 바로잡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나 월세를 못 놓을 줄 알고 청약을 포기했던 청약 대기자 등은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잘못 공고하면 어떡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잦은 법 개정과 '예외' 조항 남발로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4일 시공사 삼성물산은 래미안 원베일리 홈페이지에 '정정 입주자 모집공고문'을 안내했다. 당초 모집공고에 있는 '실거주 의무 3년' 조항을 삭제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7일 공개한 모집공고문에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으로 주택법에 의거해 최초 입주 가능일로부터 3년 동안 해당 주택에 거주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 조항이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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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베일리 사례 직후부터 '서울 최대 청약 기회'로 꼽히는 둔촌주공에 대한 문의도 폭주하고 있다. 둔촌주공 조합도 지난해 7월 강동구청에 모집공고문 승인을 신청했지만 실거주 의무는 적용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둔촌주공은 지난해에 모집공고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한 차례 취하하면서 공식 모집공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실거주 의무가 적용된다"고 해명했다.

청약정보업체 미드미네트웍스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법이나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청약제도가 29차례 개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이 정부는 무주택 서민 등을 위한 청약제도도 실수요자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고 규제 만능주의로 접근하다 보니 늘 부작용이 일어나곤 한다"고 꼬집었다.

래미안 원베일리에 이 같은 혼란이 발생한 것은 서초구청의 착오 때문으로 풀이된다.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실거주 의무를 부여한 주택법 개정안은 지난 2월 19일 시행됐다. 그런데 이 법은 부칙 3조에서 "2월 19일 이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최초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하는 민간분양아파트부터 실거주 의무 기간을 부여한다"고 명시돼 있다. 부칙에 따르면, 2020년 12월에 최초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한 원베일리는 분양가상한제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모집공고를 승인한 서초구청 측에서 이를 파악하지 못하면서 잘못된 모집공고문이 나가게 됐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입주자 공고문이 처음 제출됐을 때만 해도 '실거주 의무 규정'이 없었다"며 "(시공사가) 수정해서 다시 들어왔는데 직원이 확인하지 못했고, 이후 정정 처리를 했다. 처음에 제출됐을 때에는 실거주 의무 규정이 없어 계속 그렇게 진행되는 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당초 모집공고문의 오류를 바로잡은 것은 원베일리 청약을 준비한 민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민원인이 조합에 '모집공고문이 잘못된 것 아니냐'고 문의를 넣었고 조합이 구청에 다시 한번 확인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잘못된 공고가 바로잡힌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조합이 먼저 질의하지 않았다면 구청에서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당첨자들만 3년 실거주할 뻔했다"면서 "정부가 법을 하도 바꾸다보니 공무원도 시공사도 정확히 모른 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청약 신청을 3일 앞두고 이 같은 '해프닝'이 빚어진 것은 정부가 그동안 수차례 청약제도를 개편하면서 시장에 혼란이 가중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청약정보업체 미드미네트웍스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청약제도가 무려 29차례나 바뀌었다. 1977년 공공 부문 청약제도 도입 이후 150차례 중 전체의 20%가 이 정부 4년 동안 이뤄진 셈이다. 김보현 미드미네트웍스 상무는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을 목표로 규제를 내놓고 있지만 결국 무주택자들만 힘들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약 접수 직전 수요자들 혼선을 가중시키는 정정 모집공고가 나면서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거센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30대 직장인 전 모씨는 "청약이 장난도 아니고 직전에 이렇게 바뀌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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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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