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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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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네타냐후' 이스라엘…신임 총리 "이란 핵보유 용납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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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총리에 우파 성향의 나프탈리 베네트

베네트, '국민 통합'과 '이란 핵 저지' 강조

"소원해진 美 민주당과의 관계 복원 중요"

성향 제각각 연정... "약한 총리" 전망도

중앙일보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에서 지난 13일(현지시간) 새 연립정부에 대한 신임투표가 끝난 후 베냐민 네타냐후 전 이스라엘 총리와 나프탈리 제네트 신임 총리(오른쪽)가 악수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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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부터 12년간 집권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전 총리가 물러나며 이스라엘이 ‘포스트 네타냐후’ 시대를 맞이했다. 이스라엘의 새 연립정부는 최근 2년간 총선만 4번 치를 정도로 국론이 분열된 상황에서 국정을 이끌게 됐다.

이스라엘 의회 격인 크네세트는 13일(현지시간) 투표를 통해 8개 야권 정당이 참여하는 새 연립정부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극우 정당인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가 먼저 2년간 총리직을 맡고 이후 이번 연정 설계자인 예시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가 총리직을 승계한다.

베네트 신임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모든 국민을 위해 일할 것. 우리는 함께 일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분열된 국론을 고치고 오랜 기간 마비됐던 국정을 즉각 가동하겠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베네트는 이란에 대해선 강경 기조를 유지할 것을 예고했다. 그는 신임투표 전 연설에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임계점에 다가서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 미 행정부를 향해서도 "이란과의 핵합의 복원은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정권을 정당화하는 실수"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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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탈리 베네트 야미나 대표가 앞으로 2년간 이스라엘의 총리를 맡게 됐다. 이후 이번 연정을 설계한 예시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가 총리직을 승계한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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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트 연설에서 드러나듯 새 연립 정부는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이란 핵 합의 복원에는 반대하는 엇갈리는 목표를 갖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베네트 정부가 직면할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바이든 행정부와 정치·안보·경제 정책을 조율하는 것이며, 이 중심에는 곧 체결될 이란 핵합의 복원이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인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며 이스라엘의 입지는 좁아진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앞으로 2년간 이스라엘을 책임질 외교안보팀은 워싱턴의 이란 핵합의를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외교안보팀의 새 임무는 네타냐후의 친공화당 행보로 소원해진 의회 내 민주당 주류와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를 복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이란 내 강경파는 이란핵합의를 복원하더라도 핵 개발을 완전히 포기할 생각이 없다”면서 “이스라엘은 이란핵합의가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지 못하고 도리어 이란 시아파 정권에 자금줄이 되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베네트가 들어서며 가장 달라질 대외적 기조는 미국 민주당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론 분열을 수습하는 것도 시급하다. 이스라엘은 2019년 이후 크네세트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는 연정을 만들지 못해 4번이나 총선을 치를 정도로 사회적으로 분열돼 있다. 2018년 7월엔 이스라엘을 유대인들의 민족국가로 선언한 법률을 통과시키고 아랍어를 격하시키는 등 네타냐후 정권은 아랍계 이스라엘인들은 배척해왔다.

장 중동센터장은 “우파 정당뿐만 아니라 좌파 정당과 이슬람 정당(라암) 등도 이번 연정에 포함됐다”면서 “가자지구나 서안지구 등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 강경 기조는 큰 변화 없겠지만, 이스라엘 내 아랍계들의 정치적·시민적 권리는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는 “베네트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약한 총리가 될 것”이라며 “연정 합의에는 각 정당이 새로운 법안에 대한 비토권을 갖는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BBC방송 등 다른 주요 외신들도 반(反)네타냐후라는 구심력 하나로 모인 연정인 만큼 뚜렷하게 통일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장수 총리 네타냐후… 야당 지도자로



연정이 들어서며 1996년부터 1999년까지 3년, 이후 2009년부터 지금까지 12년 등 총 15년간 이스라엘의 최장수 총리를 지낸 네타냐후는 이제 야당 지도자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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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13일 이스라엘 크네세트에서 신임투표를 앞두고 새로 들어설 연립정부를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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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총리로서 한 마지막 연설에서 “베네트는 국제적 위상도 신뢰도 없다”면서 “국제 사회의 지원을 끌어내지 못해 이란으로부터 이스라엘을 진정으로 지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끔찍하고 위험한 좌파 정부를 쓰러뜨리기 위해 매일 맞서 싸울 것”이라며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연립 정부 승인 표결 이후 성명을 내 “미국민을 대표해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 차기 총리이자 외교장관인 야이르 라피드 등 이스라엘의 새 내각 모든 이들을 축하한다”며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지하고 새 정부와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후 베네트에게 축하 전화를 걸기도 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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