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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국민의힘 입당 땐…尹 지지율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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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6월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손뼉 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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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에 대한 국민 주목도가 한창 높아졌다.

첫 번째 원인으로 당연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꼽을 수 있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경선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만으로도 대성공을 거뒀다. 특히 민주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보수의 역동성’을 보여줬다. 젊음의 돌풍으로 인한 파격과 이변 덕분이다. 이번 전당대회를 보면서, 과거 새누리당 시절 보수가 보여줬던 ‘전략적 감각’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총선 당시 ‘손수조 돌풍’을 기억하는 이가 꽤 많을 것이다. 보수의 전략적 감각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겪으면서 완전히 사라졌나 했더니, 지난 보궐선거 완승으로 인해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또 다른 이유에서 야권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둘러싼 갖가지 설(說)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라는 관측은,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정진석, 권선동 그리고 윤희숙 의원을 만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일련의 만남 이후 권선동 의원은 지난 6월 2일 “제가 4선 중진 의원이다. 먼저 전화해서 만나자고 한 의미나, 우리 당 여러 의원하고 통화도 하고 만나기도 한 것이나, 이런 것을 종합해보면 윤 전 총장이 제3지대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며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만남을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굳이 권선동 의원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만남은 윤 전 총장이 제1야당에 입당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6월 6일 윤 전 총장과 초등학교, 대학교 동기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본인한테 ‘입당하는 거냐’ 물어보니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어떤 결정도 한 적이 없다’는 말이 돌아왔다”면서 “ ‘난 국민한테 소환돼서 나왔다. 날 소환한 국민이 가리키는 길로 가야 할 것’이라는 게 윤 전 총장의 말”이라고 했는데, 이 발언으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조만간 입당’에서 ‘입당 유보’로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이 가리키는 길’로 가려 한다면, 먼저 국민에게 직접 자신의 구상을 밝혀야 한다. 지금까지 윤 전 총장은 분명 정치적 행보는 하는 것 같은데, 본인 입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직접적 언급은 한 적이 없다. 한마디로 추론만 난무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윤 전 총장에게 있다. 본인이 직접 나서 다양한 언급을 할 때도 됐건만, 특정 장소를 방문했다는 사진만 나올 뿐, 도무지 말을 직접 들을 수 없다. 그러니 ‘측근으로 여겨지는’ 인물들 발언에 언론이 의지할 수밖에 없고, 당연히 혼선과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국민도 윤 전 총장의 모호한 행보 때문에 혼란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궁극에는 국민 관심이 다른 곳을 향할 확률이 높아진다. 과거 비정치인 출신 제3후보 역시도 대부분 이런 모호한 행보를 보이다 지지율이 떨어져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전례를 윤 전 총장이 충분히 알고 있다면, 이제 그만 모호성의 굴레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분명히 자신의 입장과 계획을 밝혀야 한다.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할지 말지는 본인 자유지만, 거취를 분명하게 본인 입으로 밝히는 것은 유력 대권 주자로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은,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가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연쇄 접촉 하나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있다는 사실이다.

분석 근거는 이렇다. 검사로서 거의 평생을 보낸 윤 전 총장은 그동안 대선 관련 수사를 지켜본 경험이 있을 테다. 이런 경험을 통해 윤 전 총장은 후보 개인의 대규모 대선 캠프는 여러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판단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당 조직에 의존하는 대선 조직을 꾸려야 한다. 이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 정당 조직이 필요하다 판단하고, 따라서 국민의힘으로 행선지를 정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근거는, 현재 지지율이 정체됐거나 하향 추세기 때문에 이를 다시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국민의힘 입당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입당으로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불확실성 제거다. 즉, 지금까지 불투명했던 후보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둘째, 우리나라 유권자는 대선에서 안정적인 후보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역대 대선을 보면, 2012년 18대 대선을 제외하고는 항상 제3후보가 존재해왔다. 하지만 제3후보가 성공하지 못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들이 유권자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유권자는 때로는 모험적 선택을 하지만, 대통령을 선택할 때는 모험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통령제를 실시하는 나라 중, 우리나라보다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밖에 없어 다양한 비교를 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미국을 보더라도 제3후보가 출현할 때도 있었지만 이들이 돌풍을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따라서 외부 인사가 대권 꿈을 꿀 경우, 대부분 기존 양당 중 하나를 선택해 출마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그랬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하원 8선, 상원 2선 도합 25년간의 의원 생활을 무소속으로 보냈지만, 대선에 출마할 때는 민주당 경선에 참여했다. 결국 양당제 성향이 강한 국가에서 제3후보로서 입지를 다지기는 힘들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생각은 할 수 있다. 제3지대에 머물다 대선이 임박했을 때,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을 하면 될 것 아닌가다. 이럴 경우 단일화 경선까지 버텨야 하는데 제3지대에 있으면서 버티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한쪽에서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질 것이라 판단해 입당을 주저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도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이들의 상당수는 중도층이다. 지난 6월 7일 리얼미터 여론조사(6월 1일부터 4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2519명을 대상으로 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포인트, 응답률 5%,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중도층에서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43.8%에 달하기에,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지지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종합적으로 윤 전 총장은 자의든 타의든 이제 정치인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제는 정치인으로서 타이밍을 잘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정치에서 한번 떠난 버스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매경이코노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3호 (2021.06.16~2021.06.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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