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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정시행의 뉴욕 드라이브] 뉴요커 필수품 된 ‘디지털 백신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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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필 공연·양키스 경기 갈때도…

뉴요커 필수품 된 ‘엑셀시오르 패스'

조선일보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지난 11일 뉴욕 맨해튼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무료 공연을 열고 있다. 코로나 백신 접종자만 입장할 수 있는 이 공연장 내에서 뉴요커 700여명은 마스크를 벗고 거리두기에서도 해방된 채 공연을 즐겼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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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저녁(현지시각) 뉴욕시 맨해튼의 브라이언트 파크.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무료 야외 공연이 열렸다. 공원 측은 입장에 앞서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는 증명서를 보여달라고 했다. 스마트폰에서 뉴욕의 디지털 백신 증명서인 ‘엑셀시오르 패스(Excelsior Pass)’ 앱을 켜서 QR코드를 찍었다. 이 앱은 기자가 지난 5월 8일 화이자의 백신을 2차까지 맞은 뒤 2주가 지난 시점부터 가동됐다.

잔디밭 공연장에서 뉴요커 700여명은 마스크를 벗고 거리두기도 신경쓰지 않은 채, 삼삼오오 와인에 피자를 먹으며 1시간여 모차르트 교향곡 등을 감상했다. 무대 위에서 다닥다닥 붙어앉은 연주자들과 지휘자도 노 마스크였다. 백신 접종률이 60%를 넘었다지만 아직 대부분 마스크를 쓰는 뉴욕 거리 풍경과 다른 ‘코로나 치외법권’이 펼쳐지는 듯했다.

뉴욕주는 미국 최대의 백신 여권 실험 현장이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발행하는 종이로 된 접종 카드와 별도로 1700만달러(190억원)를 들여 IBM과 함께 디지털 백신 증명서인 엑셀시오르 패스를 개발해 보급했다. 유효기간은 1년으로, 그 안에 3차 부스터 샷(추가 접종)을 맞게 되면 그 기간도 연장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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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코로나 백신 여권으로 통용되고 있는 디지털 앱 '엑셀시오르 패스.' 이름과 생일, 1년인 유효기간 등이 표기돼있으며 QR코드로 정보를 제시할 수 있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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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백신을 맞은 뉴욕 주민 900만명 중 200만여명이 엑셀시오르 패스를 다운받았다. 양키스 야구장부터 첼시의 술집, 코미디 공연, 아트페어(미술 전시·판매) 등 대형 실내외 행사가 속속 재개되며 이 패스가 통용되고 있다. 물론 CDC의 종이 증명서도 사용된다. 뉴욕에 몰려사는 정통파 유대교도 등 백신 기피층은 이런 행사 입장이 봉쇄되거나, 입장하더라도 ‘비접종자 구역’에서 거리두기와 마스크 규제를 받아야 한다.

엑셀시오르 패스는 뉴욕 밖에선 통용이 안 된다. 미 50개 주 중 뉴욕과 하와이 정도를 빼고는 디지털 백신 여권을 도입한 곳은 없다. 백신 기피자가 많은 플로리다와 텍사스 등 23개주는 아예 백신 여권을 금지했다. 백신 여권이 시민의 자유를 저해하고 접종자와 비접종자를 차별한다는 이유다. 유럽연합(EU)과 중국 등에서 백신 여권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글로벌 백신 격차가 현격한 지금은 국가 간 통용 백신 여권 도입도 요원해보인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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