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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공도를 달리는 'F 1 머신' 아우디 R8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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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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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스피디움을 질주하는 R8. 아우디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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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빠른 경주용차 ‘F 1(포뮬러 1) 머신’과 구조와 성능이 비슷한 고성능 스포츠카는 어떤 맛일까.

F1 머신은 일반 양산차와 형태와 구조가 사뭇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엔진의 위치다. 일반적으로 양산차는 앞바퀴 뒷쪽에 위치하거나 포르쉐 같은 스포츠카는 뒷바퀴 뒷쪽에 엔진을 둔다. 하지만 F 1 머신은 미드십 방식을 채택하는데, 엔진이 운전석 뒤에 있다.

엔진을 미드십 방식으로 배치하면 가장 무거운 부품인 엔진이 차의 중앙에서 무게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 핸들링은 물론 가속과 제동 등 모든 면에서 유리해진다. 이런 미드십 방식은 그러나 최대 승차 인원이 2인으로 제한되는 단점이 있어 4인 이상이 타야 하는 일반 세단에서는 채택되지 않고 있다.

미드십 방식은 생산량이 많지 않은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같은 고성능 스포츠카가 주로 채택하고 있는데, 양산차 메이커로는 유일하게 아우디가 이 방식으로 스포츠카 ‘R8’을 생산하고 있다.

R8은 아우디의 기술력이 결집된 모델이다. 아우디 모든 차 가운데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가졌는데, ‘레이싱 트랙에서 태어나 일반 도로를 달리기 위해 만들어졌다(Born on the Track, Built for the Road)’라는 슬로건이 R8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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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서 본 R8. 죄석 뒷편에 미드십 방식으로 설치된 엔진이 보인다. 아우디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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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트랙에서 R8을 운전해 보면 미드십 차량의 특성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다. 분명 스티어링휠을 조작한 조타 라인대로 차가 움직이지만, 그 느낌은 마치 대각선으로 미끄러지면 원하는 지점으로 옮겨지는 느낌이다. 미드십 방식의 장점에 속도에 따라 스티어링 기어비가 변화하는 가변 스티어링 시스템이 보태져 인제 스피디움의 헤어핀이나 타이트한 코너를 잘 드는 칼로 무 자르듯 공략할 수 있게 해준다.

파워 트레인도 남다르다. 5.2ℓV10 가솔린 직분사 (TFSI) 자연흡기 엔진에 7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V8 엔진에 트윈 터보차저를 얹은 메르세데스 AMG나 BMW M 같은 고성능 스포츠카는 많지만 10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얹은 스포츠카는 흔치 않다.

R8 최고출력은 610 마력, 최대토크는 57.1㎏·m를 내는데, 정지 상태에서 시속100㎞ 가속에 3.1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최고속도는 시속 33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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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스피디움에서 군집 주행 중인 R8. 아우디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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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엔진은 레드존도 8500rpm부터 시작된다. 트윈 터보자처가 장착된 고성능 엔진이라도 레드존은 6500rpm 부근에서 시작되는 게 보통이다. 2000rpm 이상 엔진 회전수를 더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운전하는 재미는 물론 서킷 주행 때 가속력이 강한 저단 기어를 사용할 수 있어 유리하다. 전세계적인 탈탄소 정책으로 이 같은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더이상 자주 경험할 수 없음이 마냥 안타까울 뿐이다.

흔히 기통수가 높은 고성능 엔진의 배기음을 묘사할 때 ‘으르렁거린다’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10기통 엔진을 단 R8의 엔진이 딱 그렇다. 인제 스피디움 스타트라인에선 시승차들이 뿜어내는 배기음은 복잡한 기계들이 얽혀서 돌아가는 거대한 공장을 떠올린다. 배기음이 가속페달에 발을 올려 놓기도 전에 이미 운전자들의 넋을 레이싱 전사로 만드는 것이다.

변속을 최대한 억제하며 엔진 회전수를 9000rpm 근처까지 돌리는 맛은 이 엔진을 경험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한없이 부드럽지만 운전자를 시트에 내다꽂을 만큼 빠른 가속에 가끔은 겁이 날 정도다.

제동력도 고성능 스포츠카에 걸맞다. R8에 사용되는 세라믹 브레이크는 일반 스틸 브레이크에 비해 70% 가량 가볍다. 시속 200㎞에 가까운 속도도 큰 답력 없이 절반쯤 ‘싹둑’ 잘라버리는 능력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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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스피디움 스타트라인에 도열한 R8. 아우디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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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속도가 시속 300㎞가 넘는 차의 연비를 따지는 게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5.2ℓ 엔진을 가진 R8은 연비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복합 연비가 6.0㎞/ℓ인데, 고속도로에서는 7.5㎞까지 올라간다. 아우디 상시 사륜구동인 콰트로 시스템을 장착해 눈길이나 빗길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어서 데일리 스포츠카로 선택할 수도 있다.

왠만한 부자가 아니고선 이 차를 가질 수 없다는 게 R8의 가장 큰 단점이 아닐까 싶다. 부가세를 포함해 2억5757만원에 이르는 가격은 고성능 스포츠카를 꿈꾸는 카매니아들을 좌절케 한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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