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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임상균 칼럼]더 강해지는 대만 반도체연합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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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요즘 대만계의 위용이 대단하다. 세계 최강 파운드리 회사인 TSMC의 모리스 창이 정점에 있다. 그를 중심으로 분야별 팹리스 대표 기업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창업주 겸 CEO, 리사 수 AMD CEO, 릭 차이 미디어텍 사장 등이 대만 출신이다. 젠슨 황과 리사 수는 대만 타이난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명문대 졸업 후 반도체에 뛰어든 공통점이 있다.

젠슨 황은 스탠퍼드대 전기공학 석사 출신으로 1993년 엔비디아를 창업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라는 개념을 창안해 게임 발전과 함께 성장하다 AI칩이 자율주행, 드론, 항공 등에 들어가면서 최고의 반도체 설계 회사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암호화폐와 메타버스 덕분에 대박이 나고 있다고 한다.

MIT공대 전자공학 박사로 TI, IBM에서 잔뼈가 굵은 리사 수는 2012년 위기에 처한 팹리스 반도체 회사인 AMD의 구원투수로 영입됐다. 그녀는 PC ·모바일·서버·인공지능 등 모든 컴퓨팅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CPU아키텍처를 만들기 위한 ‘ZEN’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2017년 나온 완제품은 인텔 CPU보다 더 낮은 가격에 충분한 성능을 과시하며 업계 환호를 받았다. AMD의 시가총액은 5년 만에 45배 급증했다. 대만에 본사를 둔 미디어텍은 세계 4위 반도체 팹리스 기업으로 모바일칩에서 퀄컴을 위협하고 있다.

메모리는 원가 경쟁력이 중요하지만 비메모리는 팹리스와 파운드리가 각자 전문성을 갖고 협업하며 생태계를 만들어간다. 그들의 막강한 인적 네트워크가 부러운 이유다. AMD와 미디어텍은 TSMC에만 주문을 맡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만 반도체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설계와 생산으로 구성된 전공정은 이미 장악했고, 이제는 후공정 경쟁력 향상에 나섰다.

지난 5월 말 TSMC는 일본 반도체 소재, 장비 업체 20곳을 선정해 공동 연구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이미 도쿄 인근에 R&D센터도 설립했다. 엄선된 20개사에는 이비덴, 후지필름 등 세계 최고 수준 소재·장비사들이 망라됐다.

메모리에서 후공정 즉, 패키징은 포장 과정 정도지만 비메모리에서는 다르다. 전공정에서 미세화와 용량 경쟁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패키징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대만·일본 연합군의 연구 분야는 ‘3차원 실장 기술’이다. 칩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용량을 키우는 기술이다. 정교한 가공 기술이 필요하며 일본 기업이 발군이다.

삼성전자는 이제 D램에서도 기술적 우위를 빼앗겼다. 미국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로 14나노미터 D램 양산을 시작했다. 신규 진입한 파운드리에서는 TSMC의 점유율이 54%로 치솟았지만 삼성전자는 17%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그럼에도 500만 국민은 삼성전자 주주가 돼서 앞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한국 경제의 수호신 역할도 계속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우군도 없는데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갈 리더십까지 공백이다.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걱정이 크다.

[주간국장 sky221@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3호 (2021.06.16~2021.06.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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