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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별한 남편과 자신의 고향 초등학교에 1억 기부한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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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아너패밀리 4호 회원으로 가입한 김순자 회장. 사진 대한사회복지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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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76년 인생 중 가장 행복하고 사는 보람이 느껴집니다.”

대한사회복지회를 통해 1억원을 후원한 김순자(76) 재단법인 새암조감제 회장의 소감이다.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그녀의 가장 큰 행복은 고향과 이어져 있었다. 그는 “전남 영암 지역의 독거노인들의 생활비, 어린 학생들의 학교 입학금으로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부의 고향 초등학교에 기부



재단법인 이름 새암조감제도 김 회장 부부의 고향에서 유래했다. 부부가 각기 어린 시절을 보낸 전남 영암군의 지명을 합친 말이라고 한다. 새암은 ‘시종면 와우리 새암골’, 조감제는 ‘도포면 조감리’에 있는 방죽(제)을 말한다.

대한사회복지회는 김 회장이 지난 11일 1억 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패밀리’ 4호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14일 밝혔다. 김 회장의 기부는 약 70년 전 다니던 초등학교의 후배들이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기부금은 김 회장과 그의 남편인 고(故) 이양섭 회장의 모교인 영암군 시종초등학교와 도포초등학교, 그리고 관내 저소득 어르신 등을 위해 쓰이게 된다.



“지금의 상황 고향과 지인들 덕분”



김 회장의 남편인 이 회장은 고향을 남다르게 사랑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남편은 항상 고향에 대한 감사와 애착이 있었다. 지금의 경제적 상황을 일구기까지 고향과 지인들의 도움을 받은 덕분이라 생각해 오셨다”고 말했다.

남편을 한평생 내조해 온 김 회장은 3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의 뜻을 이어 지역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위한 재단법인 새암조감제를 설립했다. 재단 이름부터 부부의 고향을 품고 있었다. 2019년 7월 설립된 재단은 그동안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지역 내 저소득 어르신들에게 방한용품·김장김치 등을 후원하고 재단 수익의 일정 비율을 기부하는 등 활발한 나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김 회장 부부의 만남 역시 고향에서 이뤄졌다. 김 회장은 자신의 고향인 시종면으로 시집온 남편의 누나와 가깝게 지내다 이 회장과 인연을 맺게 됐다고 한다. 부부는 1968년 영암을 떠나 상경했다. 슬하에 아들 둘, 딸 하나를 뒀다. 장남 이신학씨가 현재 새암조감제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알뜰히 살아온 보람 느껴 감격”



부부의 서울살이는 처음엔 가난했다고 한다. 남편과 함께 음식점 종업원 등 궂은일을 견디며 요식업, 부동산업 등을 일구어 자수성가했다. 김 회장은 “사업 초기부터 자리를 잡기까지, 10년가량을 직접 시장 대여섯 군데를 돌며 직접 장을 보며 업장을 운영해왔다”고 했다. 그는 “남대문 시장은 미제 물건이 싸고, 중부시장은 건어물이 싸고, 영동시장은 두부가 싸다는 걸 꿰고 있었다. 100원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알뜰하게 모았기에 기부의 보람은 더 컸다. 김 회장은 “옛날에 아이들과 목욕탕에 가면 딸은 우유를 먹이고 나는 물을 마셨다. 그 어린 딸이 ‘엄마도 우유 한 잔 먹어’ 하던 때가 생각난다”며 웃었다. 그는 “그렇게 알뜰히 살아온 보람을 지금 느끼는 것 같다. 너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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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너패밀리 회원 가입한 김순자 회장(왼쪽)과 대한사회복지회 김석현 회장. 사진 대한사회복지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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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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