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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것이 대한민국 위상” G7사진서 남아공 대통령 잘라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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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달라진 우리 위상을 보이려 정상들의 사진까지 조작했느냐"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는 14일 남아공 대통령이 포함된 원본사진으로 뒤늦게 교체했다./출처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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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하는 주요 7개국(G7)정상회의 홍보 과정에서 단체사진에서 남아프리카대통령 사진을 잘라낸 것으로 14일 나타났다. 정부 측은 이미지 제작과정에서 빚어진 실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상회담 사진까지 조작한 것이냐” “문 대통령을 가운데로 당기기 위한 의도적인 삭제 아니냐”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 측은 지난 13일 G7 정상회의로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양자회담장에서 문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의 단체 사진을 소셜미디어(SNS), 공식사이트 등에 올렸다. 앞줄 가운데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 양 옆으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서있는 사진이었다.

앞 줄 양끝에는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 남아공 시릴 라마포마(왼쪽) 대통령도 도열해있었다. 그런데 정부가 당초 배포한 ‘사진 한 장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라는 홍보포스터에는 시릴 라마포마 남아공 대통령이 삭제된 상태였다. 정상회의 단체사진에서 일부 국가수반만 도려내는 행위는 외교적 결례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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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사진 한 장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위상' 홍보포스터. 이 포스터에서 앞줄 맨왼쪽에 서있던 남아공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잘려나갔다./출처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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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홍보포스터에서 “이 사진 이 모습이 대한민국의 위상”이라면서 “우리가 이만큼 왔다”고 했다. 이어 “위대한 국민들과 정부가 함께 해 온 피땀어린 노력의 결과물”이라면서 감격스럽다. 모두 국민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 뒤로 두 번째 줄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이 서있었는데, 이것이 달라진 우리 국격을 상징한다는 취지였다.

SNS 등으로 퍼진 사진에는 “우리 대통령님 국격을 올려주셔서 감사하다” “보아라 나의 대통령이시다” “한국이 이제 세계에서도 일류가 되었다” “문 대통령 덕분에 대한민국이 빛난다” “우리는 문재인 보유국 국민이다” 등의 댓글들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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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청와대 소통수석이 '사진 한장의 의미'라며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에서도 남아공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논란이 커지자 박 수석은 이날 남아공 대통령이 포함된 원본 사진으로 교체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페이스북에 시릴 라마포마 남아공 대통령이 잘린 사진을 올리면서 “G7 정상회의 초청국 대한민국의 국격과 위상을 백마디의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크게 말하고 있다”며 " G7 정상들 사이에 문재인 대통령의 자리가 대한민국의 오늘이고, 우리 후세 대통령의 자리는 더 영광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썼다.

하지만 ‘사진 원본’은 외신을 통해서 이미 널리 공개된 상태였다. 정부가 배포한 편집본에서 남아공 대통령이 잘려나간 것이 확인되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위상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남아공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잘랐나” “더한 날조와 선동을 가져와보라” “남아공에서도 이러고 있을까”하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릴 라마포마 남아공 대통령이 배석한 각국 정상 가운데 유일한 흑인이라는 점에서 자칫 인종차별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에서는 이날 원본 사진으로 바꾼 홍보물을 다시 올리면서 “이미지 제작 과정에서 실수가 있어 수정되었다”며 “콘텐츠 제작에 있어 보다 신중을 기하겠다”고 했다. 박 수석도 페이스북에 게시한 편집본대신 남아공 대통령이 포함된 원본 사진을 다시 올렸다.

문체부 국민소통실 관계자도 본지통화에서 “디자이너가 사진을 올리는 과정에서 좀 더 잘보이게 하기 위해서 편집했고,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던 잘못이 있다”면서 “사려 깊지 못했던 점을 인정하고 오류가 발견된 즉시 사진교체에 나섰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을 돋보이게 하려던 것이 아니라 단순한 제작상의 실수”라고 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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