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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처음으로 제 방이 생기고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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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지연]
베이비뉴스

곰팡이가 피고 비좁은 화장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우리 가족은 한방에서 같이 살았습니다. 아빠가 코고는 소리, 엄마의 설거지 소리에 동생이 게임할 때 지르는 고함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작은 창은 앞집 벽을 바라보고 있어 햇빛을 가렸고, 나무판자로 막은 듯한 벽 너머에서는 옆 가게 반찬 만드는 소리로 새벽부터 시끄러웠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곰팡이 냄새, 담배 냄새가 나고 누우면 하수구 냄새가 올라와서 비위가 상했습니다. 옷을 집안에서 말리다 보니 항상 쾌쾌한 냄새가 따라 붙었습니다.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공간에서 살다보니 비염으로 콧물범벅이 되고 여기저기 가려운 데가 많아 손톱으로 박박 긁다가 피가 나기도 했습니다.

옷을 갈아입을 때에도 눈치가 보이고 서로의 말소리에도 신경이 날카로웠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지 않고 싶은 날이 이어졌고 눈을 떠도 컴컴한 어둠이 깔려있어 아침인지 낮인지 오후인지 시계를 봐야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때에는 학교에 가는 것이 제일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야간자율학습까지 하고 집에 오면 힘들었지만 집에 있는 것보다는 한결 자유로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학교마저 가지 못하고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야 해서 너무 절망적이었습니다. 이제 고3인데 학교에 가지 못하면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고 짜증이 나니까 자꾸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도움으로 이렇게 변화되었습니다

이러한 막막한 상황에서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도움으로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사를 한 후에는 아침햇살부터 달랐습니다. 캄캄한 집에서 알람 소리를 듣고 억지로 일어나는 아침과는 달리 찬란한 햇빛이 저를 톡톡 두드려 기분 좋게 깨워주었습니다. 소음과 고함이 아니라 지저귀는 새소리가 저의 귀를 간지럽혔습니다.

방에 불을 켜지 않아도 되는 하루의 시작이 신기했고 밝은 곳에서 아침을 시작하니 배도 고파지는 듯해서 밥맛도 좋아졌습니다. 일어나기 싫어서 이불 속에 웅크려있던 우리 가족이 밥상 앞에 둘러 앉아 같이 아침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 방이 처음으로 생겨서 너무 기뻤고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책상에 앉아 저만의 공부를 하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짜증과 눈물이 났었는데 새집으로 이사를 와서 제 방에서 공부를 하니 문제를 푸는 것이 어렵지만은 않았습니다. 이미 많은 시간을 허비한 듯했지만 새로운 집에서 용기와 희망을 얻어 그동안 부족했던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똑같은 인터넷강의 수업인데 전에 듣던 내용과 달라 보이고 이해가 잘 되었습니다.

이렇게 멋지게 바뀐 환경에서 무사히 고3을 마치고 좋은 대학으로 진학하게 되어 기쁩니다. 그런데 우리 집보다 더 좋지 않은 주거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친구들과 어른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모든 어린이를 비롯한 사람들은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해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정부와 국가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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