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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혐오 조장 유튜브+추측성 보도의 콜라보…박항서 감독 사임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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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훈련을 이끌고 있다.출처 | 베트남축구협회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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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박항서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이 2차예선을 끝으로 사임한다는 추측성 보도에 홍역을 치렀다.

박 감독은 현재 아랍에미리트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베트남은 아랍에미리트와의 마지막 경기를 남겨놓고 5승2무 승점 17을 확보하며 G조 선두에 올라 있다. 2위 아랍에미리트(15점)에 2점 앞서 있기 때문에 최종전서 비기기만 해도 1위를 지키며 3차예선에 나서게 된다. 패할 경우에도 진출 가능성이 높다. 2차예선에서 성적이 좋은 각 조 2위팀 중 상위 5개 팀이 최종예선에 나서게 되는데 베트남의 현재 성적이라면 2위 중에서도 상위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돌연 박 감독의 사임 가능성이 제기됐다. 박 감독이 지난 12일 말레이시아와의 경기 승리 후 기자회견에서 꺼낸 “베트남에서 해야 할 일은 거기까지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발언이 발단이 됐다. 3차예선 진출의 9부능선을 넘은 상황에서 이룰 것은 다 이뤘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베트남은 박 감독 부임 후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4강, 동남아시안게임 우승, 아시안컵 8강 등을 달성하게 아시아의 신흥 강호로 급부상했다. 여기에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최종예선에 나갈 확률이 높아졌다.

다만 최종예선에서 베트남이 어느 정도 선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직까지 베트남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2위의 약체다. 최종예선을 뚫고 월드컵까지 갈 가능성은 희박한 게 현실이다. 박 감독 입장에서는 더 이상 성취할 게 없다고 보는 게 당연하다.

그런 취지의 발언이었는데 돌연 그만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베트남 혐오 콘텐츠를 제작해 조회수를 끄는 일부 유튜버들은 자극적인 섬네일로 박 감독의 사임을 기정사실화 했다. ‘폭탄 발언’이라는 표현도 등장했고, 박 감독과 베트남축구협회가 갈등이 있는 것처럼 왜곡하는 영상도 나왔다. 심지어 한일관계까지 끌어들여 혐오를 극대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여기에 일부 매체에서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박 감독이 사임 수순에 들어갔다는 보도를 했다. 박 감독 측의 입장은 아예 확인하지 않는 추측성 보도가 13일 내내 이어졌다.

결국 박 감독 에이전트사인 DJ매니지먼트에서 13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DJ매니지먼트는 “현재까지 거둔 성적에 대한 긍정적인 자평이다. 계약기간이 내년 1월까지인 상황에서 국가대표팀의 감독으로 거둘 수 있는 성적이 현실적으로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거둔 성적에 대한 만족의 발언이었다. 더불어 너무 높아질 수 있는 기대감과 자만심에 대한 경계도 있다. 최종 예선에 진출하더라도 도전자의 입장에서 겸손하게 경기를 준비해야하는데, 이러한 여론이 혹여나 선수단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현실적으로 상황을 바라 볼 필요성이 있다는 뜻에서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항서 감독은 2022년1월까지 예정된 계약 기간을 충실히 이행하고자 한다. 계약서에 명시된 정해진 협상 기간에 따라 순리대로 거취를 정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다음해 1월 계약이 끝나면 연장 옵션을 발동할 수 있는데 현재 상황이라면 베트남축구협회가 박 감독의 손을 놓을 가능성은 적다.

베트남에서의 성공신화가 전 국민적 관심 대상이 되면서 박 감독은 지난 몇 년간 근거 없는 낭설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난무하고 대중도 판단의 근거를 잡지 못해 별 것 아닌 일이 크게 확대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이번 사건도 그 연장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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